낯선 이국땅에서 버텨냈던 현지 교화의 우여곡절은
그가 가슴으로 엮어낼 또 한 권의 시집이 될 터,
그 고백은 ‘일원상 사모곡’이 된다.

이윤덕 교무
이윤덕 교무

[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있다지 모두가 돌아가는 곳 그래서 다시금 시작되는 곳. 저만치 있는 듯하여 가보면 실상은 눈으로 보는 곳 아니라지. 나 이제 눈감고 보기를 석 십년 아직도 허공 달 그대로 듯 그 모양 눈을 뜨나 감으나 그대로라. 흐르는 시간만큼이나 망상에 속아 온 세월이 어여뻐 웃으니 꽃이란 꽃은 저절로 피어나 온 세상 축제를 하네 그려.’ (이윤덕 ‘마음 꽃’) 

‘시(詩)는 나를 일으켜 세우는 자기 고백’이라며 수줍은 웃음을 보이는 이윤덕 교무(레겐스부르크교당). 그가 첫 시집 『당신의 이름으로』 이후 25년 여의 시간을 고백한 두 번째 시집 『물들지 않는 발걸음으로』을 냈다. 마음에 갊아져 있는 소태산의 진리를 반조하며 ‘삶이 일원상의 진리’임을 수행해가는 그의 공부길, 두 번째 시집에 담긴 그의 고백을 들었다. 

원각성존 소태산을 향한 간절함
‘무던한 날들이 모이고 모여 인생을 만들어간다’고 그는 말한다. 그 삶의 여정에서, 빛났고 애달팠고 기쁘고 슬펐던 모든 순간이 그대로 삶의 공부길이었다. 비우든 채우든 놓든 잡든 지금도 진행 중인 그 공부길에서, 그는 ‘내가 가진 마음 씀이 더 놀라운 축복임을 알고 자신을 사랑하게 됐음’을 고백한다. ‘늘 님의 뜻이기에 찰나도 그 은혜 안 잊으려 보은의 일터 일궈가고 있어도 행여나 내 능력 아닐까 한눈팔 때 있었으니 님이여 당신 뜻대로 하소서.’(이윤덕  ‘뜻대로 하소서’ 중) 

그리고 다짐한다. ‘진리 향한 진솔한 마음으로 정의 앞에 떳떳하고 공변된 교무’로, ‘만물이 부처이니 경외심 놓지 않고 자신을 더욱 쫀쫀히 다그쳐서 세상 밝히는 전법사도’로, ‘자신과 사은과의 관계를 정확히 보는 교무’로, ‘소태산의 포부와 경륜을 빛내는’ 이런 교무가 되겠노라고. 

시집 1부에 ‘스님 스님 법정대종사님’이라는 시가 실려있다. 법정 스님과 ‘스치는 인연으로 곁에 섰던 한 날’을 떠올리며 쓴 시에서 그는 말하고 싶은 게 있다고 했다. “이제 우리도 ‘원각성존 소태산 부처님’에 대한 칭호를 대종사에서 해방시켜 드려야 한다”고. 그렇게 에둘러 쓴 원각성존 소태산을 향한 그의 간절함을 한 명이라도 읽어내는 이가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이윤덕 교무의 두 번째 시집 『물들지 않는 발걸음으로』 (사진 좌)와 『오늘도 행복한 삶』 (독일어판).
이윤덕 교무의 두 번째 시집 『물들지 않는 발걸음으로』 (사진 좌)와 『오늘도 행복한 삶』 (독일어판).

 
물들지 않는 발걸음으로
‘꼬옥 잡아야만 내 것이라 한다기에 잡고 있는 것이 몇 개인가 헤어보며 몇 밤인가 몇 날인가 묻고 있다.(중략) 꼬옥 잡은 내 것이 무엇인가 슬며시 비춰 보면 잡는 것도 놓는 것도 자유인 것을 걸림없는 공부더라.’(이윤덕 ‘맘속에 완연하면’ 중) 

삶 자리는 어쩌면 ‘갖고 싶은 경계의 한복판’이 되기도 하고, ‘화가 솟는 경계의 공부터’가 되기도 한다. 2부 ‘천 번을 불러도 또 부르고 싶은 이름 되어’는 그가 삶에서 마주한 자신의 공부척도, 공부과정을 기재하는 일기라고 할 수 있다. 그의 말대로라면 “공부인이 중생에서 보살도를 알아채고 본래 부처임을 증득해가는 길의 기록과 흔적”인 셈이다.

자기 기록과 흔적이 공부로 승화되며 지금 여기 출가 공부인으로 살아가는 그의 마음은 3부 ‘물들지 않는 발걸음으로’에서 읽힌다. 삶이란 무엇인가. ‘때론 고뇌하고 때론 웃으며 경계에 착하지 않고 인연의 오감을 공부 삼아 저절로 스스로 그렇게 짐 지고 가는 것’이 우리네 삶 아니겠냐고 그는 반문한다. ‘다만 놓고 또 놓고 쉬고 쉬고 또 쉬고’ 그걸 벗 삼아 ‘물들지 않는 발걸음으로’ 삶을 걸어가고픈 자유인. 그 자유인의 품을 가꾸고 싶은 마음이 4부 ‘마음이 쉬는 곳에’도, 5부 ‘지나가는 바람’에도 켜켜이 담겨있다.

나의 길, 나의 서원
자신에게는 ‘쫀쫀하고 억척같이 단련’하지만, 상대에게는 도반으로, 벗으로 한없이 낮게 다가가는 ‘여린 모습의 나’를 바라보며 사는 행복한 교화자. 그는 자신을 ‘행복한 교화자’라고 소개한다. “독일 교화가 참 행복하다”고, “신명난다”고 말하는 그는 한국보다 훨씬 더 긴 시간 독일에서 교화를 하고 있는 독일교화 20년 차 교무다.

현지인 원법우 교무가 출가하는 과정에서 인연을 맺어, 독일 교화의 꽃을 피우겠다는 생각으로 ‘20년을 버텨왔다’는 그. 원법우 교무와 이성전 정토의 일심 합력이 더해져 레겐스부르크교당은 우리 교법의 현지화, 한국문화 체험 및 원불교 성지순례, 독일 비젠트 시에 위치한 ‘네팔 히말라야 파빌리온’에서 진행하고 있는 ‘원불교 선과 마음공부’ 선 프로그램 진행 등 유럽 교화의 초석을 다지고 있다.

현재 레겐스부르크교당 교도는 현지인이 121명, 한국인이 2명이다. ‘물 설고 말 설은’ 낯선 이국땅에서 버텨냈던 현지 교화의 우여곡절은, 그가 가슴으로 엮어낼 또 한 권의 시집이 될 터. 그 고백은 ‘일원상 사모곡’이 된다. 

‘보고 싶어서 많이 보고 싶어서 하늘을 보면 온통 하늘은 당신이 되어 부르고/ 안기고 싶어서 꼬옥 안기고 싶어서 땅 위에 누우면 온 땅은 당신 품이 되는데/ 알고 싶어서 하늘과 땅과 더 알고 싶어서 알고픈 맘 찾았더니 당신은 거기서 미소 짓고 계시네.’ (이윤덕 ‘일원상 사모곡’)

[2022년 5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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