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틴교당 최영도 교무… 현지 ‘문화’에 녹아드는 원불교를 그린다

오스틴교당 최영도 교무
오스틴교당 최영도 교무

[원불교신문=장지해 기자] “(해외교화는) 이미 형성된 문화권 속에 우리(원불교)가 들어가는 거잖아요. 그곳의 문화 안에서 일반화될 때 종교도 토착화될 수 있어요.” 

10년 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으로 개척교화를 떠난 최영도 교무. 당시 그를 오스틴으로 떠나게 한 건 <전무출신 인사임면규정>에 들어있는 ‘교화 개척을 희망할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그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문구였다. 스타트업 도시로 알려진 오스틴에서 교화 스타트업을 결심했기 때문일까, 오스틴교당의 개척 역사는 그 지역과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함께 교화’로 더 큰 교화 준비
오스틴교당은 매일 문이 열려있다. 그게 가능한 건 교당 일부 공간에서 원미디어 관련 업무가 늘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 교무는 교당을 찾는 이들에게 명상과 기도, 또는 안식의 공간으로 법당을 기꺼이 내준다. 그가 생각하는 미래 종교의 공간은 ‘로스코 채플’ 같은 모습이다. 로스코 채플은 마크 로스코의 미술 작품과 이를 담은 건축의 조화를 표방한 공간이면서도 마음과 영혼의 안식을 디자인하여 회화와 건축이 일체화된 곳으로 유명하다.

“제가 생각하는 교당은 ‘열린 공간’이에요. 한 번 찾아왔을 때 문이 잠겨 있으면 두 번 오기는 어렵잖아요. ‘정해진 시간에는 주위의 시선에 상관 없이 편히 찾을 수 있는, 그렇게 늘 열려있는 곳’이어야 자주 올 수 있죠.”

이에 그는 올 10월 봉불 예정인 휴스턴교당이 로스코 채플 같은 공간의 의미를 담도록 신축에 합력했다. 두 교당은 최근 ‘비전 텍사스’로 의기투합했다. 교화협의회 정기모임도 진행한다. ‘공동 교화로 공유와 협력을 통해 텍사스주 내 여러 곳에 소태산 대종사의 교법과 일상생활, 그리고 원불교의 명상과 마음공부가 전달될 수 있는 느슨한 공동체로서 교화환경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 목표다. 

또 오스틴교당은 5월부터 일요일 한인 법회를 시작으로 대면 모임을 재개했다. 주중에는 언어에 관계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염불 명상, 절 명상, 선요가 등이 순차로 진행된다. 토요일은 영어 선 법회가, 차후에는 한글로 이뤄지는 원불교의 명상과 마음공부 모임도 개설 예정이다. “여러 프로그램이 있어 복잡해 보이지만 ‘일상 자체가 프로그램이고 수행’이라는 면으로 받아들이면 대하기 어렵지 않다”는 게 최 교무의 설명이다.
 

‘문화’는 지금 우리의 삶
최 교무는 ‘문화’를 통한 교화에 진심이다. 현지 교화를 해나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문화적 접근’이라 여기는 것이다. 이에 오스틴교당은 크게 네 방향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먼저 ‘오스틴교당’이라는 이름으로는 신앙과 수행을 바탕한 교화 측면의 활동이 주로 이뤄진다. 그리고‘소태산센터(sotaesancenter.org)’는 열린 공간으로서 명상과 마음공부 콘텐츠를 중심으로 도서관과 관련 프로그램 운영을 한다. ‘명상’과 ‘마음공부’전문서점 역할도 한다. 도서와 굿즈 등의 판매가 경제적으로 큰 도움은 아니지만 현지에 문화콘텐츠를 마련하는 의미 있는 역할로 보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문화인프라와 교화기반을 위한 생산적인 활동으로 ‘원미디어’를 운영해 각종 출판물(영어 번역본)과 인쇄물(교화 보조로 활용될 달력, 팜플렛 등)을 직접 인쇄·디자인·출판하는 일도 한다. 원미디어에서 운영 중인 온라인 서점(wonmediabook.com)의 경우 작년에 홈페이지를 개편해 추가 도서는 물론, 다양한 원불교 교화용품을 소개하고 있다. 원불교 공식 영어홈페이지 제작과 더불어 ‘저널, 원불교 명상과 마음공부’(한글/영어)도 연 2회 발간을 목표로 올 12월에 창간될 예정이다. 

또 기관 운영, 미주교화, 세계교화에 작은 힘이 되고자 원광제약의 건강기능 식품 등을 미국에 소개하는 업무를 준비중이다. 원광제약·마성상사 등과 협업을 통해 ‘원 헬스 앤 라이프’라는 사업으로 건강 관련 인프라 확대와 재정자립을 위한 한 걸음을 뗀 것이다.
오스틴교당이 이렇듯 다양한 분야로 현지 활동폭을 넓혀가는 건 다른 게 아니다. “문화는 ‘지금 우리의 삶’과 연결돼 있는 모든 것”이라는 최 교무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우리의 삶 속에 원불교적인 정서와 원불교 정신을 어떻게 묻어나게 할까 하는 고민의 일면인 것. 최 교무가 말하는 ‘문화’는 컬처(culture)보다 라이프(life)에 더 가까운 개념이다.
 

미래를 위한 기반 마련
그는 일 이야기가 나오면 피하기보다 ‘해결 방법은 뭘까’를 먼저 생각한다. 돌려 말하면, ‘야, 이거 해볼만 한데’ 하면 일머리도 생기고, 음으로 양으로 도움과 합력하는 사람도 생긴다. “그 힘으로 오늘까지 이곳 활동들이 이어진 것 같다”며 활짝 웃는 최  교무다.

“한쪽에서 차곡차곡 문화를 만들어가고 경험치도 쌓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경제적 자립도 이루고, 교화도 커지리라 생각해요. 미래에 이곳에서 교화를 이끌어 갈 후배들이 일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지길 바라는 거죠.” 다양한 교화와 생활문화의 고민에 대한 실험이 이뤄질 느슨한 공동체로서 텍사스의 미래가 기대된다.

[2022년 5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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