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연 교무
배성연 교무

[원불교신문=배성연 교무] 대각개교절에 한 청년교도의 전화를 받았다. 대각개교절 축하 인사 겸 안부를 묻는 전화였다. 올해 요양휴무를 해 몸 불공에 전념하느라 잠시 교화 현장을 떠나 있던 터라 연락이 무척 반가웠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교화 현장이 사뭇 그리웠던 모양이다.

청년은 몇 년 전 내가 처음 교화 현장에 나갔을 때 전역 후 복학하며 만난 인연이다. 조심스럽게 법당 문을 열고 인사하던 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청년은 군기 있는 모습으로 누구보다 진지하게 법회에 참석했다. 시험 기간에도 법회에 나와 일주일간 지낸 일들을 일일이 문답하며 성실하게 공부를 했다. 

이 청년 덕분이었을까. 정말 고맙게도 교당 청년들 모두 마음공부에 진심이었다. 한 시간씩 꼬박꼬박 진행되는 청년법회 시간에 청년들은 늦지 않게 참석했고, 1년차 교무라 뭣 모르고 40분씩 하는 설교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주었다. 이들은 신규 교무의 희망이었고, 나에게 청년법회를 기다리는 재미와 준비하는 보람을 주었다.

그러던 중 코로나19로 법회를 보지 못하게 됐다. 대학생들은 학교를 못 가니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가 버렸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고 비대면으로 법회를 준비하고, 카드 설교를 만들어서 청년들에게 일일이 보내고, 짧게나마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면서 법문에 대한 감상을 나누기도 했다. 얼굴을 마주하고 법당에서 보지는 못했지만, 비대면으로나마 공부심을 놓지 않으려 애를 쓴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시간도 길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수술로 인해 나는 교화 현장으로 복귀하지 못했고, 그렇게 청년들을 끝까지 만나지 못하고 헤어지게 됐다. 다른 청년들은 원불교 대학생 동아리 활동을 하거나, 취업으로 인해 다른 교당으로 옮겨가 꾸준히 법회를 보고 있지만, 전화를 걸어온 청년은 그러지 못한 듯했다. 간혹 전화와 메신저로 안부를 나눴지만 깊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 대학에 편입해 다른 지역의 교당을 다시 나간다는 반가운 이야기를 했다. 

이제는 새로운 마음으로 교당에 나가고 소태산 대종사님 교법으로 살아보려고 한다는 내용이었다. 정말 반갑고 고마웠다.

청년이 말했다. “교무님, 교무님과 함께 마음공부 하던 메신저 방을 아직도 들어가 봐요. 정말 열심히 했던 시간이라 그리워서 가끔 눈물도 나요. 제 마음이 다시 그렇게 살아날 수 있겠죠?” 청년의 말을 듣자 마음속에서 무언가 깊이 사무쳤다. 어설프고 요령 없는 신규 교무였지만 교화에 대한 서원은 선배 교무님들 못지않았던 그 시절이 떠올라서다.

몸이 편치 않아 교화 현장에서 한발 물러나 있다 보니 혹시 교화에 대한 열정과 서원도 사라질까 걱정이 컸다. 예전처럼 열정적으로 할 자신이 없기도 했다. 하지만 청년의 통화로 나는 다시금 서원을 챙겼다. 

많은 수는 아니었지만, 소태산 대종사의 교법을 생활에서 실천하며 사실적인 공부에 노력하던 시간, 교무와 교도가 아닌 함께 진급하는 공부인이 되기 위해 노력했던 열정들은 모두에게 큰 자산과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올해는 몸과 마음을 채워나가며 다시 현장으로 나갈 준비를 하는 소중한 기회를 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서원을 챙겨 결과에 계교함 없이 정성 다하는 교화자가 되기를 다짐한다.

/요양휴무

[2022년 5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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