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미래를 설계할 교단 제4대 제1회 설계특위가 본격 출범했다. 곧 원기109년, 앞으로 2년 후부터 12년간의 원불교 미래 청사진을 계획하는 일이다. 김도훈 위원장이 선임된 후, 1년 6개월여의 기간을 거쳐 위원구성을 마쳤으니 그 우여곡절이 보인다. 이는 지난해 전서사태를 겪으면서 출범한 혁신특위와도 상관성을 뗄 수가 없다.

사실, 미래와 혁신은 키워드 적으로 동일체성이 강하다. 미래 없는 혁신은 물거품이고, 혁신 없는 미래는 신기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단에서는 미래설계특위와 혁신특위를 몇 개월 간격으로 발족시켜 운영하게 되었다. 물론 이 과정에는 교단의 어려웠던 사정들이 있었기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작용했다. 따라서 두 특위가 상호 성격을 분명하게 하지 않거나, 상호 협력의 관계를 유지하지 못한다면 애매모호한 명대실소가 우려되기도 한다.

따라서 미래설계와 혁신은 그 성격에 대해 한번쯤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즉, 미래가 큰 틀에서 원불교의 향후 나아갈 종교적 목표와 방향을 설정하는 일이라면, 혁신은 그 미래설계에 바탕해 기존의 형태와 제도에 대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부연하자면, 자동차를 구입하려 할 때, 용도를 분명히 함으로써 차종을 선택하는 일이 미래와 혁신이라 할 수 있다. 즉, 내가 농사를 지을 목적으로 차를 구입하려 하는지, 상업용을 목적으로 버스를 구입하려 하는지, 출퇴근 목적의 승용차 혹은 여행용 RV차를 구입할 것인지는 그 목적과 용도가 먼저 결정되어야 한다. 만약 혁신이란 이름으로 리무진 버스를 구입하고선, 그 차를 농사용 목적으로 농로에 끌고 다닌다면 얼마나 우스꽝스럽고 불편할 것인가. 그런 우는 범하지 않아야 한다.

또 부연하자면, 미래설계와 혁신은 위원 구성에서도 다소 성격차이가 있을 수 있다. 미래설계가 통찰과 안목으로 종교와 영성을 조망하는 식견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혁신특위는 아무래도 과거와 현재를 꼼꼼하게 대비함으로써 직접적인 변화를 모색하는 용기 있는 행위에 방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교단은 그런 순서를 따질 만큼 한가롭지 못한 게 사실이다. 대중들의 눈은 잔뜩 굶주린 아이마냥 흔들리고 있다. 그래서 자칫 미래 없는 혁신이 성급히 이뤄져 자중지란이 될까 우려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또한 시대적 상황이라면, 철저히 ‘제한적 범위에서 혁신’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곧 다방면에 걸쳐 어설프게 모든 것을 새롭게 하기보다는 단기적으로 고장난 차를 수리해서 사용하듯, 교단의 불편불의하거나 시대에 맞지 않는 부분을 손질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특히 미래특위나 혁신특위나 공히 그동안 쌓인 교단 불신의 깊은 늪부터 건너는 것으로 특위의 첫 출발점을 삼아야 할 것이다.

[2022년 5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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