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여원 기자
이여원 기자

[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오래된 이야기다. 짧게는 10년 넘게 반복됐고, 30여 년 전 사설(본보 584호)에도 언급됐던 이야기를 다시 꺼낸다. 

퇴임자를 제외한 전체 출가교역자 1,500여 명(휴무, 휴양, 대기 포함)을 대상으로 진행됐던 ‘원기107년 전무출신 정기인사 설문’ 결과보고서가 지난달 발표됐다. ‘정기인사’에 대한 개인 만족도와 전체인사 만족도가 분석됐고, 인사원칙 준수에 대한 인식도도 평가됐다. 구성원들은 인사원칙, 즉 공정무사, 순환인사, 역량고려, 인사순응 원칙이 얼마나 잘 지켜졌다고 생각할까.

‘인연 인사.’ 이번 설문 결과보고서의 핵심 키워드, 주저 없이 ‘인연 인사’를 말하고 싶다. 자료를 살펴보자. 인사원칙 준수에 대한 인식도 평가에서 ‘공정무사’ 원칙에 대한 ‘부정적(준수하지 못함)’인식은 47%로, 보통(29%)과 긍정(24%)보다 높게 나타났다. 주관식 설문에서도 특히 ‘공정무사(52.4%)’는 부정평가 중에서 가장 높았다. 

‘인연 인사(64회), 인사원칙 위배 및 훼손(50회), 총부인력 배치문제(31회), 내정 및 섭외(25회)’등 부정적 인식에 대한 내용도 구체적으로 정량화됐다. 출가교역자들 사이에서 ‘인연 인사’는 공정무사의 걸림돌인 셈이다.

“첫 부임지를 발령받는 예비교무가 이미 여러 곳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인사위원회가 꾸려지기 전부터 소위 ‘눈도장’이 찍히는 예비교무. “10명 중 8명은 갈 곳을 정해놓고 인사를 요청한다”는 말도 낯선 말은 아니다. 소위 ‘내가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사의 운명이 갈리는 ‘인연세트 인사’라는 워딩도 읽힌다. 인사 정보와 기준이 없다 보니, 공정무사한 인사 시행 자체가 어렵다는 문제 인식이 해마다 반복되고, 구조적으로 인사검증 시스템에 대한 목마름은 30여 년째 계속되고 있다.

소태산 대종사 당대, 교도들의 수행을 권면하고 그 성적을 평가하기 위해 제정 실시한 학력고시법. 수양과·연구과·취사과의 세 과목으로 나눠, 각 과목마다 갑·을·병·정·무의 다섯 반을 뒀다. 각 과목에 대한 실력을 개별적으로 고시한 후, 그 실력에 따라 반별이 정해졌다. 공정무사 원칙은 소태산 대종사의 교법정신을 인사제도에 어떻게 살려낼 것인가, 분명 여기에서부터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주목되는 부문이 또 있다. 원기107년 정기인사 전체인사 만족도는 부정적(불만족)인 반면, 개인 근무지와 직위 등 개별인사 만족도는 긍정적(만족)이다. 나를 중심으로 한 개인인사 만족도와 교단 전체인사 만족도의 상반된 차이, 무슨 의미일까. 

‘공정무사 원칙 자체의 수정 요구’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인사가 주어지든 전무출신 본연의 자세로 임한다는 설문결과 보고서의 긍정적 해석이 못내 위안이다.

[2022년 5월 30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