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엽 교무
유정엽 교무

[원불교신문=유정엽 교무] 일모도원(日暮途遠). 교단의 혁신에 대해 고민할 때 항상 떠오르는 단어이다. ‘만약 대중이 원하는 혁신이 아니라 교단에 필요한 혁신을 주장했을 때 대중들이 그것을 동의해 줄까? 할 수 있는 혁신을 위해 일부의 수정을 할 것인가, 아니면 해야하는 혁신을 위해 교단의 환골탈태를 도모할 것인가? 먼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혁신을 할 것인가 아니면 10년 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혁신을 모색할 것인가?’ 등의 고민이 끊이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가장 시급하고 우선되어야 할 혁신은 ‘10년 후에 출석교도 2만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1980년대를 정점으로 교단의 평균출석 교도는 해마다 줄어 원기103년에는 19,000명 정도까지 감소하였다. 교단 확장기인 80년대 유입된 30~40대가 이제는 70~80대가 되었고 지금까지 교당의 중심구성원들이다. 그분들 다수가 노환으로 교당에 나오지 못하는 10년 뒤에는 평균출석이 1만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교단은 종교의 생명력을 잃고 천도교나 대종교의 길을 따라갈 것이다. 
문제는 많은 대중이 생각하는 혁신들, 즉 ‘교육개혁·수위단 혁신·공부하는 교단’ 등의 길이 우리의 미래를 위해 고민하고 개혁할 일임에도 의견을 수렴하고 법제를 바꾸고 그 영향력이 미치기까지는 10년 이상의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만한 여유가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교단의 모든 자원과 에너지를 ‘10년 후 2만 출석교도 유지’에 투자해야 한다.
 

2만 출석교도를 유지하기 위해
교화 패러다임을 ‘교도중심의 교화’로 바꾸어야 한다. 

2만 출석교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할 것이다. 

첫째, 혁신과 교화침체를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하고 효율을 우선해야 한다. 교화를 위해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보급하고 혹은 공부하는 교단이 되어 많은 도인들을 배출하는 것도 대안이 된다. 그러나 지금 하지 못한 방법이 갑자기 근시일내에 성공할 것 같지 않다. 지금 손에 쥔 자원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또 30년간 출석교도 감소를 막지 못한 ‘교화단과 훈련’을 중심으로 하는 교화정책도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스승님의 경륜을 실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시대에 따라 새로운 대안을 찾는 것 역시 우리의 교법 정신일 것이다. 이상의 실현을 위해서라도 먼저 냉정하게 비판하고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내야 이 위기가 극복될 수 있다.

둘째, 교화 패러다임의 변화다. 재가교도 출석 2만을 유지하려면 결국 교당에서 신입교도가 증가해야 한다. 문제는 이 시대가 ‘탈종교의 시대’라는 것이다. 10인 중 5~6인이 종교를 가지고 싶다던 과거에 비해 이제는 1인 정도가 종교가 필요하다고 답하며, 신앙의 양상도 과거와 같이 깊은 신심으로 주인이 되기보다는 손님으로 다가서고자 한다.

이렇게 교화가 어려운 시대에 2만 출석교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교화의 패러다임을 ‘교도중심의 교화’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교도의 욕구(need)를 충족시키는 교화’이고 구체적으로는 ‘편안한 교당과 행복한 신앙공동체’를 만드는 교화다.
교화현장에서 뜻을 함께하는 교무님들과 구체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교도중심의 교화 방법에 대해 몇 가지 제시하고자 한다.

교무가 힘쓰는 교화
전통적인 교화는 교도의 지인을 교당에 인도하는 방식이었다. 교도들이 노령화되어 주위 인연도 적어지고 종교의 필요성을 느끼는 인구가 줄어들며 이런 방식의 교화에 기대는 것은 한계에 도달했다. 작은 교당이 성장하지 못하는 핵심원인이다. 작은 교당의 경우는 교당에 주저앉아 교도들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교무가 직접 새로운 교도를 만드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적극적으로 시민사회와 함께 활동하며 교화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이제 중·소도시에 환경·정치·문화 등의 시민단체들이 활성화돼 있다. 지역사회는 열심히 활동하는 성직자가 매우 환영받으며 대도시보다 훨씬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 특히 시민운동을 하는 분들은 특성 때문에 건강한 우리 교법에 호의적이며, 사회적 영향력이 큰 분들이 교도가 돼 교화의 마중물로 많은 분과 인연을 가질 수 있다. 
 

‘교도의 욕구(need)를 충족시키는 교화’이고 
구체적으로 ‘편안한 교당과 행복한 신앙공동체’ 교화다.

편안한 교당
현재 많은 교도와 새로 유입되어야 하는 대상자들은 편안한 신앙생활을 원한다. 80년대에는 교도에게 임무를 부여하고 훈련하며 교당과 함께 성장하였으나 이제는 대부분의 교도가 맞벌이를 하고 고령화되어 교화방법으로서 한계가 왔다. 회장·단장 등의 임무에서 자유롭고 편안하게 교당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할 것이다. 또한 법회도 부담스럽지 않게 설교를 20분 전후로 하여 1시간 이내로 끝내야 한다. 지루하지 않은 설교와 부담 없는 법회는 출석에 대한 갈등이 있을 때 선택을 크게 바꿀 수 있다. 일기·좌선·훈련 등은 프로그램을 잘 만들어서 필요한 분들에게 제공하면 된다. 공부하자며 교도들을 괴롭혀서는 안 될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 법회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신앙생활의 의무를 다했다는 편안한 마음을 갖게 해줘야 한다.

행복한 신앙공동체
교도들의 종교적 욕구를 충족시켜 작아도 행복한 신앙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소박하며 진실한 교단의 문화와는 조금 이질감이 있을 수 있지만, 교도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방편을 동원할 필요도 있다. 가령 입교식 때 신입교도들의 발원문에 지장을 찍어 불에 태우는 이벤트를 더해 큰 반응을 끌어내는 여주교당처럼 의식을 통해 종교적 감응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또한 작은 교당이지만 즐거운 신앙생활이 될 수 있도록 여러 방편을 만들어야 한다.

돈 안드는 교당
교화에 큰 장애가 되는 것이 ‘돈이 많아야 원불교 다닌다’는 편견이다. 개인적으로도 적은 수의 교도들이 교당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부담을 진다고 본다. 미래를 위해 금전적 부담을 덜어주는 교당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 30명이 200만 원을 만들어 유지되는 교당보다는 200명이 1만 원씩 내서 유지되는 교당과 같은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

/양평교당

[2022년 5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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