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음의 현주소'는 어디쯤

코로나19로 기관신뢰도 상승, 대인신뢰도 하락
삶의 만족도 및 긍정정서 유의미하게 높아져
마음의 탄력성과 회복력 보듬고 이끌어야

[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최근 우리의 마음은 어떻게 변했을까. 전대미문의 감염병 시대를 살아내며 우리 마음 역시 아팠을까? 나 자신의 일이자 종교계의 핵심인 믿음과 만족, 행복. 이 숫자들을 통해 마음의 현주소를 살펴보자.

많은 것들이 제한됐던 코로나19. 사람들은 그동안 신뢰도와 삶의 만족도가 떨어졌을 것으로 예측했다. 그리고 실제로 사람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느냐를 다룬 대인신뢰도는 하락했다. 대신 우리가 많은 정보를 얻고 행동의 기준으로 삼았던 의료계나 정부 등 기관에 대한 신뢰도는 높아졌다. 

다른 숫자들은 예상을 뒤엎는다. 삶의 만족도는 작게나마 상승했으며, 어제 하루 얼마나 행복했는지를 답하는 긍정정서도 커졌다. 걱정이나 우울을 담은 부정정서는 줄어들었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도 나아진 수치다.

이 결과 속에 마음의 탄성과 유연함이 읽힌다. 위기에도 낙담하지 않고 삶의 만족도를 지켜내는 마음의 힘. 우리는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교화에 활용해야할까. 이 마음의 숫자들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코로나19동안 어제 하루 행복했던 사람은 늘었고 우울과 걱정은 줄었다.
코로나19동안 어제 하루 행복했던 사람은 늘었고 우울과 걱정은 줄었다.

도시에 살고 젊을수록 대인신뢰도 낮아
매년 발표되는 ‘국민 삶의 질’ 조사는 신뢰와 삶의 만족도, 긍정/부정정서 항목을 담고 있다. 주관적인 삶의 질을 조사하는 방식이다. 신뢰도는 두 가지로 나뉜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대인신뢰도와 종교계를 비롯해 우리 사회 16개 조직에 대한 기관신뢰도다. 사람이나 기관을 ‘매우 믿을 수 있다’, ‘약간 믿을 수 있다’고 선택하면 긍정으로 판단한다. 기관신뢰도는 종교계, 정부, 국회, 법원, 검찰, 경찰, 지방자치단체, 군대, 노동조합, 시민단체, TV방송사, 신문사, 교육계, 의료계, 대기업, 금융기관을 다룬다.

가장 최근 업데이트된 지표는 2021년 발표된 2020년의 결과다. 예상대로 대인신뢰도는 크게 하락했다. 2018년 69.2%이던 대인신뢰도는 2019년 66.2%로 살짝 내려앉더니 2020년 50.3%으로 급감했다. 1년만에 무려 15.9%가 하락한 수치다. 통계청은 이를 코로나19로 인한 사회변화의 결과로 해석한다. 코로나19로 인해 개인 간의 거리두기가 일상화되고, 타인으로부터 전염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대인신뢰도를 낮추는 데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사실 대인신뢰도의 하락은 단 몇 년 사이의 일이 아니다. 2014년 73.7%로 조사기간 9년 내 정점을 찍은 대인신뢰도는 이후 66.2%, 66.0%, 65.3%로 하락세였다. 들쭉날쭉한 기관신뢰도와는 다르게, 대인신뢰도의 그래프는 계속해서 하강해왔다.

특이한 점은 도시와 농어촌의 차이다. 대인신뢰도의 경우 농어촌에서는 62.8%인데 반해, 도시에서는 48.1%로 나타났다. 또한 19~29세와 30~39세의 연령대에서 대인신뢰도가 현저히 낮다. 젊거나 도시에 살수록 남을 믿지 못한다는 것이다. 

종교계를 신뢰한다 44.1%
반면 기관신뢰도는 눈에 띄게 상승했다. 2020년 47.0%로 2019년 41.5%보다 증가했으며, 특히 의료계가 71.2%로 전년(62.0%) 대비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의료계 외에도 중앙정부부처(38.4% →48.2%), 지방자치단체(44.9%→55.5%), 교육계(55.1%→64.8%)도 신뢰도가 크게 상승했다.

다만 종교계 신뢰도의 상승률은 잰 걸음이다. 종교계를 신뢰한다 44.1%는 전년 41.7%에 비해 소폭 상승했다. 이는 코로나19 초기 일부 종교에서 확산이 되거나 거짓으로 대응하는 등의 사건이 하락을 만들어냈고, 이후 약간 회복한 수준이다. 10명 중 4명만이 믿는다는 수치는, 우리를 비롯한 모든 종교계가 풀어야할 과제다. 
 

출처 : 통계청, 국민 삶의 질 2021
출처 : 통계청, 국민 삶의 질 2021

아주 조금씩 높여온 삶의 만족도 
사람 대신 기관을 믿게 된 최근 몇 년 우리는 불행해진 것인가? 그렇지 않다는 걸 다음 숫자들이 얘기한다.

삶의 만족도와 긍정정서, 부정정서의 숫자를 보자. 삶의 만족도는 현재 삶에 어느 정도 만족하는지에 대한 10점 척도의 평균값이다. 2020년 6.1점으로 전년 대비 0.1점 증가했다. 2013년(5.7점)부터 0.1~0.2점 수준으로 조금씩 상승해온 수치다. 코로나19나 물가상승, 고용불안, 이상기후 등 외적인 부정요소와는 달리, 우리는 아주 조금씩 삶의 만족도를 높여온 것이다.  

이는 긍정정서와 부정정서의 숫자에서도 읽힌다.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어제 얼마나 행복했는지’를 묻는 긍정정서는 6.3점에서 조금씩 상승해 6.5점에 이르렀다. 부정정서 역시 4.0점으로 시작, 2018년 3.3점 최저를 찍고 상승하다 지난해 3.7점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많은 것들이 제약되고 단절됐었지만, 결과적으로 삶의 만족도나 긍정정서는 유의미하게 높아졌다는 결과다.

사람은 행복하고자 하는 존재로, 악조건 속에서도 어떻게든 삶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혹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삶의 만족도가 있고, 우리는 이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쏟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에 대한 믿음이 줄었지만 기관에 대한 신뢰는 높아졌고, 삶의 만족도는 조금씩 높아가고 있다. 어제 하루 행복한 사람은 늘어났고, 걱정이나 우울감을 느낀 사람은 적어졌다. 아마도 가장 불행할 수 있었을 코로나19를 우리는 그렇게 이겨내왔다. 

우리가 가진 이 마음의 탄성은 어디서 오는가. 이 대단한 회복력의 근원을 알고, 그동안 애써온 마음들을 보듬고 이끄는 데 원불교가 자리해야한다. 통계에는 응답자들의 진심과 함께 희망이 녹아있다. 잘될 때 안될 일을 대비하고, 안될 때 잘될 날을 준비하는 경륜을, 세상이 간절히 원하고 있다.

[2022년 6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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