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채원 교도
서채원 교도

[원불교신문=서채원 교도] 언제부터인가 조석으로 심고를 올리기 시작했다. 사실 조석심고는 원불교 교도로서 해야 할 4종 의무 중 하나지만 매일 챙기지는 못했다. 정기훈련이나 법회 때, 혹은 심고 시간에 교당에 있을 때나 했던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조석심고를 매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처음이었다. 왜 그랬을까. 지금 돌아보면 그때 나는 너무 지쳐있었던 것 같다. 지친 마음에 기대고 싶고, ‘내 상황이 이러하니 이렇게 해주세요’라고 빌어볼 요량으로 기도를 시작했었다. 

사실 조석심고 자체가 엄청나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문제는 매일 하는 것일 뿐, ‘하루도 빠트리지 않고 나를 위한 기도를 하면 당연히 내 삶이 나아지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침엔 늦잠으로, 저녁엔 피곤해서 핑계가 늘었다. 또 처음에는 심고를 할 때 생각 없이 무작정 올렸다. 그러면 그날 있었던 여러 일이 한꺼번에 생각나 정리가 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심고 시간이 길어졌고, 긴 시간은 적잖이 부담이 됐다. 그래서 매일매일 하기 어려웠다.

그때 ‘자책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그 마음 덕분일까. 마음 내지 않아도 자연스레 심고를 하게 되고, 점점 습관이 되어갔다. 

 

조석심고의 위력을 
바로 체감할 수 있는 것은 
역시 하는 날과 
안 하는 날의 차이다.

법회 시간에도 법문과 설법에 심고 얘기가 나오면 귀가 번쩍 뜨였다. 어느 날 듣게 된 『정산종사법어』 공도편 40장에서는 “짧은 시간이라도 오래 계속하며 나만을 위하지 말고 천하 대중을 위해 빌어야 한다. 꾸준히 계속되는 데서 심력이 뭉치고 회상과 대중을 위해 비는 데서 윤기가 바로 닿고 맥맥이 상통하여 큰 성공을 본다”고 했다. 이후 내 심고는 달라졌다. 결국, 사은의 은혜가 없으면 나도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나를 위한 기도는 점점 내 주변을 향해 나아갔다. 또 세상의 평화에 대해 생각하고 곧 심고로 모시며 울을 넓히게 됐다. 

조석심고의 위력을 바로 체감할 수 있는 것은 역시 하는 날과 안 하는 날의 차이다. 정신없이 일어나서 피곤한 몸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과 그날의 다짐과 계획을 한번 생각하고 하루를 시작하는 것의 어마어마한 차이를 아침심고를 통해서 알았다. 아침 몇 분의 차이로 하루가 완전히 달라진다. 또 저녁심고는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이다. 오늘을 어떻게 보냈는지, 무슨 일에 화가 났었고 무슨 일에 감사했는지 심고를 통해 되돌아보면, 하루하루가 의미 있게 다가왔다. 

『정산종사법어』 원리편 31장에서는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이 다 허공법계에 스며들어 마음과 마음이 서로 통하고 기운과 기운이 서로 응한다. 따라서 심고할 때뿐 아니라 언제나 마음의 움직임에 주의하며, 조석심고를 일심으로 드리는 것이 큰 공부가 되고 큰 위력이 있음을 잊지 말라”고 했다. 

아침과 저녁 심고시간은 짧지만, 그만큼 마음속으로 솔직하게 나의 과오를 반성하고 앞으로의 선행을 다짐한다. 매일매일 이렇게 쌓아간다면 자연스럽게 사은님의 큰 위력을 얻어 개과천선한 나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그 기대로 오늘도 심고를 올려본다.

/여의도교당

[2022년 6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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