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진 교도
정우진 교도

[원불교신문=정우진 교도] 먼저 재가교도로서 지난 시간들을 깊이 참회하며 이 글을 쓴다. 소태산 대종사는 재가와 출가에 대하여 주객의 차별이 없이 공부와 사업의 등위만 따를 것을 강조했는데, 언제부터인가 교단의 한 축인 재가로서 그 주인된 역할을 제대로 했는가 반성한다. 

교단혁신특별위원으로 참여하면서 교단의 혁신이 필요한 점을 몇 가지 사례별로 제시하고자 한다. 나무로 치자면 원불교 교단은 소태산 대종사 회상의 큰 줄기이다. 불법연구회가 그 뿌리라면 현 원불교 교단은 뿌리에서 가지로 이어지는 줄기이다. 줄기가 튼실하고 건강해야 앞으로 나오게 될 많은 가지들이 더 건강하고, 잎사귀와 꽃과 열매가 풍성하고 아름다울 것이다. 그러한 면에서 이번 혁신은 줄기가 혹 병들거나, 시들거나, 상처입은 데는 없는지 살피고, 이를 다시 건강하게 만드는 작업과 같다. 

첫째, 교단 혁신의 촉발점이 된 증보판 전서 폐기사태부터 돌아보자. 『원불교 교헌』 8조(교전)에 보면 ‘본교는 정전과 대종경을 교전으로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교단의 기본경전은 교조인 소태산 대종사가 친필, 친감한 『정전』과 대종사의 법문을 정리한 『대종경』이다. 그러나 지난해 증보판 전서에는 오탈자, 의미왜곡은 놔두고라도, 정산종사법어뿐 아니라 대산종사법어, 성가, 교헌까지 들어가면서 기본 소의경전의 의미를 희석시키고 말았다. 이웃 불교 종단이 각기 자신들의 근본경전(소의경전)을 많은 경전 중 ‘특정경전’으로 명시하고 있는 이유가 있다. 바로 자기 종단의 정체성과 관련되기 때문이다. 원불교 교단 역시 지난해 전서사태를 교훈 삼아, 기본 경전의 범위를 명확히 하여 향후 교법의 정체성을 확고히 해야 한다고 본다. 

교전편찬과 관련하여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대종경은 각 장 마다 ‘대종사 말씀하시길~’로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2대 정산종사법어부터는 정산종사라는 표현없이 그냥 ‘말씀하시길~’로 시작된다. 그렇다면 대산종사법어 역시 그 시작의 표현이 ‘말씀하시길~’로 표현되어야 옳지 않은가? 그런데 대산종사법어는 각장마다 처음 시작이 ‘대산종사 말씀하시길~’로 되어있다. 누가 보더라도 2대 정산종사보다 3대 대산종사를 더 부각시키려는 느낌이 든다. 이 부분도 향후 교서 편정시에 통일해야 할 과제다. 

작년 증보판 전서 사태 이후 현재까지 얼마나 많은 전서가 제대로 회수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잘못된 것을 교단 체면상, 말하기가 민망해서 아직까지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재가교도들에게 명확히 설명하고, 환불해주고 회수해야만 긴 세월 교법해석의 문제를 두고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이 증보판의 인쇄배포로 인해 발생한 5억여 원의 손실비용문제도 그 환수결과를 대중에게 공개해야 한다.
 

교단은 정산종사 이후로 
‘공화제도’ 체제를 
교헌상에 천명하고 있다.
 
공화제의 핵심은 
대중의 뜻을 
법치로  반영하는 데 있다.

다음으로 증보판 전서 폐기 후 벌어진 수위단원 사태와 보궐선거에서 나타난 대중의 혁신요구를 생각해본다. 그간 관행적으로 진행됐던 수위단원 선출의 여러 문제점들이 그대로 노출됐다. 당시 수위단장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사퇴의사를 밝혔다. 그렇다면 전원이 사퇴한 것이 아니었기에 보궐선거가 아닐 수도 있다. ‘수위단회 선거규정’에 나와 있는 대로 결원이 된 수위단원에 대해 그 이전 정기총선에서 차점자 순으로 충원해도 될 일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이뿐만 아니다. 수위단원 후보 역시 각 출가교화단에서 3배수 추천을 통해 오른 인물들이 ‘후보추천위’에서 뒤바뀌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참으로 낯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교단은 정산종사 이후로 ‘공화제도’ 체제를 교헌상에 천명하고 있다. 공화제의 핵심은 대중의 뜻을 법치로 반영하는 데 있다. 대중이 추천한 후보가 추천위원회에 의해 바뀐다는 것은 공화제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1인 군주제에서나 가능한 일이 관행적으로 벌어진 것이다. 이 부분도 혁신의 과제로 삼아야 한다. 

아울러 해외총부인 미국총부에 투표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도 깊이 생각해 볼 점이다. ‘별도 법인이기에 중심국인 한국총부의 정기총선에 참여할 수 없다’는 논리도 궁색하다. 소태산 대종사는 장차 한국의 종법사가 세계 중앙종법사가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세계 중앙종법사를 선출하는 정수위단원 선거에 해외 총부의 대표성을 지닌 대의원 교도들이 참여한다면 그 합법적 권위는 훨씬 더 높아지는 것 아닐까? 한국 수위단원 선거가 세계 원불교 교단의 작은 축제와도 같은 계기가 될 수 있다. 이웃 종교가에서는 엄두도 못내는 일 아닌가? 이를 떠나서도 해외교도들로서는 정신적 중심인 한국의 원불교 수위단원 총선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정신적 뿌리, 연대감, 소속감을 확인하는 중대한 행사가 될 것이다. 

수위단회는 대중이 직접 선출한 공화제의 꽃이다. 그간 여러 관행으로 수위단회가 마치 이웃종교의 추기경회의처럼 기능이 변질된 것도 큰 혁신과제다. 교황에 의해 임명된 추기경회의는 교황선출권면에서 우리 정수위단과 그 역할이 동일하지만, 이후 교황 보좌가 주임무가 된다. 하지만 원불교 교단의 수위단회는 주 임무가 종법사 보좌가 아닌 교단의 ‘최고 결의기구’이다. 따라서 교단의 주요 현안과 사업이 ‘정식 수위단회’가 아닌 ‘의장단협의회’나 ‘교정원 원의회’, ‘중앙교의회’에서 바로 결정되는 것은 대중의 뜻을 저버리는 것과 같다. 원불교회계 및 교산관리규정(9조)을 보면 예산의 편성 및 결정절차에서 중앙교의회의 결의를 얻고, 수위단회 승인을 얻어 시행토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교정원 조직규정(35조)이나 하위규칙을 근거로 ‘원의회에서 의결된 중요한 사항은 종법사의 재가를 얻어 집행한다거나 원의회 결의만으로 집행된다’면 재가출가 교도들의 정성으로 모아진 교단의 중요한 교산 손실을 우려할 수 밖에 없다.

/교단혁신특별위원·여주교당

[2022년 6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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