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진 교무
이세진 교무

[원불교신문=이세진 교무] 해마다 3월이 되면 3,000여 명의 신임장교들이 교육을 받기 위해 상무대에 입교한다. 올해도 신임장교들이 입교해서 군종실에서 신임장교들을 대상으로 종교 조사를 했다. 그 결과 절반이 넘는 인원이 무교였다. 원불교를 다니는 신임장교는 50명 정도였지만, 교당에 오는 신임장교는 더 적었다. 바쁜 가운데 시간을 내 교당에 찾아오는 신임장교들이 너무 대견했다. 신임장교들과 즐겁게 예회도 보고 운동도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두 달이 흘러 5월이 되었다. 

5월은 신임장교들에게 특별한 훈련이 있는 달이다. 과학화 전투 훈련(KCTC)이 바로 그 훈련이다. 

신임장교들은 2주간 과학화 전투 훈련을 하게 되는데 이 훈련은 실제 전투처럼 전자장비를 착용하고 대항군과 교전을 하며 화기에 장착된 레이저에 맞으면 사망 또는 부상으로 분류되어 실제 전투의 느낌을 체험하는 훈련이다. 훈련을 앞두고 신임장교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훈련이 기대되고 대항군을 많이 제압하고 싶다는 장교, 많이 떨리고 걱정이 된다는 장교 등 제각각이다. 강원도 인제 깊은 산 속에서 훈련이 진행되는데 그곳은 5월에도 눈이 온다. 밤낮으로 일교차가 심해서 체온을 잘 유지해 건강을 챙겨야 하고 산짐승이 자주 출몰되는 곳이어서 이에 유의하여 훈련을 해야 한다. 특히, 2주 동안 밖에서 야영을 해야 하므로 씻지 못한 채 훈련을 이어가야 하는 힘든 점도 있다. 

신임장교들은 2주간의 훈련을 받기 위해 상무대를 잠시 떠났다. 군종실 목사, 신부, 법사, 교무는 신임장교들이 훈련을 성공리에 마칠 수 있도록 응원과 기도를 하기 위해 강원도 인제로 향했다. 훈련을 앞두고 긴장되고 떨리는 마음으로 각을 잡고 서 있는 신임장교들 앞에 4명의 성직자가 서서 기도식을 진행했다.

먼저 불교 법사의 운곡있는 독경을 시작으로 천주교 신부가 기도를 이어갔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를 말하며 손은 이마와 가슴에 대고 성호를 그으며 기도를 했다. 앞에 각을 잡고 서 있던 몇몇 천주교 신도 장교들은 함께 성호를 그으며 기도를 했다. 그렇게 천주교 신부의 기도가 마무리되고 원불교 기도 순서가 됐다. 

나는 두 손을 합장하고 “거룩하신 법신불 사은이시여!” 하고 외쳤다. 그 순간 저 멀리서 두 손을 합장한 원불교 교도 장교가 보였다. 나는 그 장교가 들리도록 큰 소리로 기도문을 올렸다. 사실 군종실에서 강원도로 위문간다고 했을 때 고민했다. 위문하는 날과 익산에서 회의하는 날이 겹치기도 했고 바쁜데 강원도까지 간다는 것이 부담됐기 때문이다. 

기도식이 끝나고 퇴장하는 길, 원불교 교도 장교가 나를 보고 방긋 웃으며 말했다. “교무님, 기도 감사합니다. 훈련 잘 마치고 교당에서 뵙겠습니다.” 그 장교의 말에 ‘이곳에 제가 있어 참 다행이고 감사합니다’를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원불교에 다니는 신임장교가 적든 많든 한 명이라도 내 기도에 위안이 된다면 어느 곳이든지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상무대교당

[2022년 6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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