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포원광지역대, 원불교 미래 주역
든든한 교도들의 힘, 좌포장학회
노인일자리 사업, 다양한 문화활동 등
농촌교화 좌포의 미래

좌포교당에는 봉황산 바위 틈에서 캐온 명품 소나무가 교도들과 함께 나이 들어가고 있다.
좌포교당에는 봉황산 바위 틈에서 캐온 명품 소나무가 교도들과 함께 나이 들어가고 있다.

[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소나무에 거름 주고 있어요. 지난해에는 나무에 생기가 없어 걱정되더니, 올해 쪽빛이 살아나네요.”, “달맞이꽃 심고 있어요. 이쁘지요? 우리도 젊을 때는 이렇게 이뻤을텐데.(웃음)”

교당 안과 밖, 삼삼오오 모여 있는 어르신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교당을 내 집 삼아 거름 주고 풀 메고 꽃 심고 텃밭 가꿔온 어르신들, 무색한 세월만큼 주름 깊은 얼굴이지만 해맑은 웃음이 곱다. 우리 모두의 교당, 좌포교당 이야기다.
 

진안군 향토문화유산, 대산종사 탄생가
“불법연구회 진안마령지부 좌포분회로 시작했어요. 마령교당 초대 교무였던 팔산 김광선 선진을 비롯, 박대원 송벽조 선진이 원기14년(1930) 마령으로 첫 교화계에 부임을 하시고 그 이듬해 좌포로 출장법회를 보기 시작한 게 좌포교당의 시작이죠. 그 집이 바로 대산종사 탄생가이고, 할머니인 노덕송옥 선진의 결단과 최도화 선진의 주선 및 활약으로 이어졌어요.” ‘좌포’하면 대산종사 탄생가가 떠오른다. 송재도 교무의 안내가 이어졌다. 

“현재 운영되는 어린이집은 1984년 이영덕 교무님과 교도님들의 합심으로 새마을유아원에서 비롯됐어요. 1953년부터 교당에서 야학을 한 것이 교화발전의 동력이 됐죠. 1956년 2월 좌포교당 학생회가 결성됐고, 이듬해 좌포교당 청년회가 결성됐죠. 지금은 폐교된 좌포초등학교 당시 교사들이 주축이 돼 1966년 원광 야간중학이라는 명칭으로 지역사회와 함께 했어요. 주도한 분들이 바로 교당 청년교도였죠. 1970년 봉공회가, 1983년 성덕회가 조직돼 토탈교화가 이뤄졌어요.” 원기102년(2017) 진안군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대산종사 탄생가 좌편으로 좌포교당과 좌포원광어린이집이 마치 봉황산에 안겨있는 듯 자리해있다. 

 
성지 곳곳, 꽃나무와 야생초
좌포교당 울타리를 한 바퀴 돌면 5천보가 거뜬히 넘는다고 송 교무는 말한다. 어림잡아 1만여 평의 성지 곳곳에 농작물과 꽃나무, 야생초가 심어져있다.

“봄에는 산수유, 벚꽃, 철쭉, 작약이 피어나요. 여름에는 보리수, 블루베리, 마늘, 양파, 옥수수를 수확하고, 가을에는 가지, 작두콩, 고구마를 수확하며 나누고 있어요. 아, 이번 겨울에는 처음으로 어성초와 자소엽을 키워서 숙성시킨 스킨을 출시하려고 해요.(웃음)” 그렇게 탄생가를 방문하는 교도들은 어느 날 달맞이꽃에 위안을 받고, 어느 날은 막 쪄낸 옥수수의 달큰한 맛에, 또 다른 날은 따듯한 작두콩 차로 지친 심신을 녹여낼 터다.
 

좌포교당 꽃밭.
좌포교당 꽃밭.

우리는 스카우트, 좌포원광지역대
좌포원광어린이집(원장 문도연 교무) 문을 두드렸다. 바다반(만1세~2세)과 하늘반(만3세~5세) 아이들의 넘쳐나는 웃음소리는 노래가 되고, 서로 다른 몸짓은 그대로 율동이 된다. 어린이집 졸업생들도 토요일 오전 야외활동에 함께 한다. 문 교무는 졸업생들까지 살뜰히 관리해주며 인연의 끈을 이어가고 있다. 

그 성과 또한 값지다. 지난해 관촌·좌포교당 어린이 교도 30명은 스카우트 선서식을 통해 한국스카우트 원불교연맹 전북지구연합회 좌포원광지역대의 창설을 알렸다. 대원들은 오는 2023년 전라북도 새만금에서 열리는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에 참가할 자격을 갖게 된다. 세계시민의 안목을 키우고 있는 원불교의 미래 주역들이 그렇게 좌포를 발판삼아 성장해가고 있다. 
 

든든한 어르신들의 힘, 좌포장학회
교육 혜택이 여의치 않은 농촌교당, 교도들의 애달픈 마음은 타자녀 교육에 대한 실천으로 빛을 발했다. “4년 전 교당교의회 때 장학회를 만들자는 안건이 발의됐어요. 형타원 박희연 교도회장님이 의견을 냈는데 만장일치로 통과돼 기금을 모았고, 한 해 동안 5백만 원이 모아졌어요.” 송 교무가 옆에 자리한 박희연 교도회장을 바라보며 말을 잇는다. “교도회장님께 ‘그렇게 힘들게 고추 농사지어 뭐하시려구요?’이렇게 여쭈었더니 장학금도 줘야 하고 만덕산훈련원도 넉넉지 않으니 조금이라도 보태야 한다고 말씀하셔요.” 

송 교무의 언급이 수줍은 듯 연신 손사래를 치는 박희연 교도회장. “원불교가 지역사회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무엇보다도 우리 아이들이 모자람 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할머니들이 뒤에서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 

어린이집을 비롯해 관내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정기적으로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는 좌포장학회. 그 중심에 아이들을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는 좌포교당 어르신들이 있다. 
 

송재도 교무와 박희연 교도회장.
송재도 교무와 박희연 교도회장.

좌포의 미래, 좌포교당
좌포교당은 사회복지법인 한울안 진안분소의 노인사회활동 지원사업에도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한울안 진안분소의 노인일자리는 65세 이상 노인들의 건강한 노후활동을 위한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올해로 6년째에 접어든다. 

“교도님들 다수가 노인일자리 사업에 종사하고 계세요. 매일 오시기도 하고, 주 3회 참여하는 분들도 있어서 무엇보다 교당에 사람이 끊이지 않고 상주하고 있다는 게 큰 힘이고 자랑입니다.” 

좌포교당 교도들은 봉사활동 틈틈이 다양한 교육프로그램과 특히 교당 대각전에 암막 커튼과 대형스크린을 주문 제작해 영화상영도 하고, 문화활동도 다닌다. “올해 어디로 문화활동을 가야할지 회의해 봐야겠어요. 의견이 갈려서요.”

교도들의 자랑이 넘쳐나는 곳, 좌포교당이다.
 

좌포교당 전경.
좌포교당 전경.

[2022년 6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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