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교무
이정식 교무

[원불교신문=이정식 교무] 혁신의 사전적 의미는 “낡은 것을 바꾸거나 고쳐서 아주 새롭게 함”이다. 혁신은 구성원들에게 기대감을 주지만 혁신처럼 어렵고 복잡한 일도 없다. 

비씨카드 설립자이자 CEO 디혹은 “문제는 어떻게 새롭고 혁신적인 생각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오래된 생각을 비워내느냐다. 모든 사람의 머릿속은 케케묵은 가구로 가득찬 건물과 같다. 한쪽 구석을 비워낸다면 창의성이 즉시 그 자리를 메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필자는 디혹의 말처럼 혁신은 낡고 불필요한 것을 정리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 교단은 개혁의 요구가 거세고 수많은 담론이 표출되고 있다. 필자는 원불교 교도의 신앙의 공간, 수행의 공간인 교당을 혁신 주제로 삼아 견해를 밝혀보고자 한다.
 

교당은 지속가능성을 가져야 
지속가능성이라는 의미는 경제 및 환경 분야에서 자주 쓰는 말이다. 쉽게 말하면, 오랜 시간 동안 유지하면서 사용 가능해야 한다는 뜻이다. 교당에 적용해 보면 경제성, 친환경성, 안정성, 효율성이 적절히 갖춰진 교당의 형태에 해당될 것이다.

언젠가 면면촌촌, 동리마다 교당을 세워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었고 그에 따라 많은 교당이 생겨났다. 교당이 많아진 것이 문제가 아니라 지속가능성이 떨어지는 교당이 많이 생겨났고, 유지하고 살아야 하는 후진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게 문제다. 교헌 제10조에는 ‘교도와 인구의 집중지에 교당을 설치하라’고 되어있다.

그렇다면 지속가능한 교당의 제1원칙은 인구 집중지에 교당을 설치하고 접근성이 편리한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정말 아쉬운 점은 이러한 대원칙에 부적합한 교당이 많다는 점이다. 시·군에 한 개의 교당설치를 원칙으로 삼는 점은 동의하지만 인구수만큼 교당 수를 늘려가는 정책은 부족하다.

한 예로, 인구 10만의 정읍은 도시의 쇠락으로 인해 인구가 30만에서 10만으로 감소했다. 인구 10만의 정읍에 18개의 교당이 있고 인구 100만이 넘는 고양시에 교당이 2개, 용인시에 3개, 성남시에 2개가 있다. 인구 집중지에 교당을 설치한다는 교헌의 내용과 대치되는 교당 분포 현황이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정읍에 한정된 상황이 아니고 여러 교구에서 비슷한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더구나 고령화에 따른 인구감소는 농어촌 교당의 존립을 위태롭게 만든다. 구조조정이 시급하다. 소비자가 없는 곳에서 장사를 하면 100% 실패하는데 교당이라고 예외가 될까?

최근 통계를 보면 해외를 포함 623개의 교당이 설치되어 있으며, 그 중 열악한 교당으로 분류되는 5, 6급지 교당은 253개로 전체의 40%를 상회한다. 중하위권 3, 4급지 교당도 180개로(3, 4급지도 열악하기는 큰 차이가 없다) 3, 4급지를 포함할 경우 약 70%의 교당이 열악한 처지에 놓여있는 게 현실이다.
 

교당을 면면촌촌에 
세워야 한다는 
낡은 생각을 

비워내야 한다.

지속가능성을 가진 교당을 설치하려면 
우선 교당이 지속가능성을 가지도록 통폐합해야 한다. 현재 우리 교당 현실을 냉정한 마음으로 돌아보자. 교무의 생활비는 물론, 교화비를 쓸 수 없는 교당들이 정말 많다. 참 답답하고 반복되는 열악함의 윤회는 교무들의 사기와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고 교화침체를 재촉한다. 그런데도 교당이 있기에 인사발령은 계속된다.

대도시에 설치된 교당 상당수가 사람의 눈에 띄지 않고 접근성도 어려운 곳에 위치해 있다. 한 지인이 “교당을 어쩌면 이렇게 눈에 잘 안 띄는 곳에 세울 수 있나?”라고 묻는다. 우스개 소리가 아니라 사실이다. 필자는 이런 교당을 ‘투명교당’이라 부른다.

투명교당이 많아진 이유는 초창기 경제적으로 어려워 교당을 세울 때 적은 비용으로 지어야 했고 그러다 보니 싼 땅, 낮은 공사비로 건축을 한 결과다. 앞으로 지방 도시의 소멸과 더불어 향후 10~20년간 전무출신 인재 부족이 심화되면서, 자연히 빈 교당은 늘어갈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623개 교당을 선택과 집중의 지혜를 총동원하여 지속 가능한 교당으로 통폐합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온라인 교화공간은 지속가능성을 가진 최첨단 교당
필자가 주목하는 부분은 인터넷 온라인 교화방식이 지속가능성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이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해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공간 ‘플랫폼’처럼 유튜브, 줌, 메타버스 등을 활용한 인터넷 온라인 교당의 도입은 시대를 거스를 수 없는 세계교화의 큰 파도이다. 우린 이 파도에 올라타 유영해야 한다. 

『대종경』전망품 26장 말씀 중 “동리 동리마다 교당을 세워놓고 모든 사람들이 정례로 법회를 보게 될 것이며”에서의 교당의 의미는 건축물로서의 교당이 아닌 인터넷매체를 통한 온라인 교화형태의 교당으로 해석하는 편이 현실성이 더 있다고 생각한다.

인터넷 온라인 교화는 걸음마 단계지만, 무한한 확장성을 지닌 교화공간의 역할을 충분히 해낼 것이다. 인터넷 교당운영에 관심과 재능있는 재가출가 교도 중심으로 인터넷 정책교당을 지체 없이 설립해야 한다.
 

오래되고 낡은 생각을 비워내는 것이 개혁의 관건
교당을 면면촌촌에 세워야 한다는 낡은 생각을 비워내야 한다. 열악한 623개의 교당보다 지속가능성 있는 200개의 교당이 교단의 미래를 밝게 열어줄 것이다. 교당통폐합을 실패라고 폄하하고 결과에 두려워하여 시도조차 못한다면 이야말로 비워낼 낡은 생각이다. 
 

범교단이 참여하는 ‘교당건축펀드설립’ 제안
끝으로 지속가능한 교당 통폐합을 위해 범교단이 참여하는 ‘교당건축펀드설립’을 제안한다. 이 펀드는 교단 자금을 중앙에 집중시켜 평시에는 적금 형태로, 교당 건축시엔 자금을 지원받는 형태의 펀드다. 소태산 대종사가 저축조합으로 교단의 창립자금을 조성했듯, 교당 건축펀드는 각자도생식 교당건축의 단점을 극복하고 범교단적 교당건축 문화로 탈바꿈과 동시에 언제든 지속가능한 교당을 설립할 수 있게 도와준다. 

혹자는 사람에 따라 교당의 발전도, 퇴보도 있다고 말한다. 지당한 말이다. 가장 급한 개혁과제는 인재발굴과 양성, 그리고 관리이다. 그럼에도 지속가능한 교당으로의 개혁을 외치는 이유는 “좋은 인재가 좋은 환경과 좋은 교당에서 근무하면 교화성과는 물론 교무님들의 삶의 질이 크게 높아진다는 확신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교당으로의 개혁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안성교당

[2022년 6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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