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총부는 원불교 본부이다. 원기9년(1924) 기지를 확정하고 건물을 지어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이때부터 소태산 대종사는 20여 년간 이곳에 머물며 원불교를 발전시켰다. 지금 이곳에는 소태산대종사성탑을 비롯 정산종사와 대산종사의 성해를 모신 탑이 세워져 있다. 그래서 중앙총부를 정신개벽의 전법성지라 칭한다.

이곳에는 현재 원불교 최고지도자인 종법사가 상주하며 세계평화를 염원하고, 교단의 정책을 총괄하는 행정기관의 유능한 인재들이 모여 미래를 설계하기에 명실공히 원불교 심장이라 일컫는다. 뿐만 아니라, 일생을 공도에 몸을 바치며 법 있게 살아온 교단 남녀 원로교무 250여 명이 수도원과 원로원에서 정양하며 수도생활을 즐기고, 원불교 미래의 기둥이 될 예비교무 75명이 개벽의 나무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특히 중앙총부에는 원불교의 두뇌라 할 수 있는 교무 100여 명이 현직으로 근무하고 있기에, 가히 낙원공동체라 일컬어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중앙총부의 풍경은 한가롭고 정갈하다. 원불교의 모든 선조와 뭇 생령을 모시고 있는 영모전을 배경으로 펼쳐진 널찍한 잔디밭은 마음의 울타리를 걷어내고, 오랜 역사가 배인 대각전 뒤편 우뚝 선 느티나무 그늘은 세상을 품으려는 듯 자비롭다. 소태산 성탑 뒤편 소나무 길은 한가로이 자기를 돌아보기에 딱 좋고, 어스름이 깔린 저녁부터는 정북향으로 향해 있는 소태산 성탑 아래서 북극성을 바라보며 두 손을 모으면 그 기운은 우주를 관통하는 듯하다. 소태산 대종사가 머문 송대 좁은 마루에 앉아 풍경소리에 취하는 것도 아름답고, 근대문화유산으로 등재된 1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건물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재미 또한 꽤 쏠쏠하다. 여기저기 피어난 꽃들의 향연도 몇몇 사람만이 즐기기에는 왠지 아깝다.

최근에는 총부 인근에 확보된 부지를 따라 느티나무 군락지가 큰 그늘을 드리워 한가로움을 더하고, 마침 기다렸다는 듯 찾아온 새들의 노래 소리도 아름다워 듣는 귀를 즐겁게 한다. 기찻길까지 넓은 땅을 따라 걷다 보면 바람 따라 흔들리는 이름 없는 풀들의 속삭임에 모두가 은혜임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단지 아쉬운 건, 코로나19 팬데믹이 2년여 넘게 지속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다는 것이다. 전국 곳곳에서 성지순례를 위해 몰려들던 교도들의 발길은 한층 뜸해졌고, 마음의 고향을 찾아 드나들던 교무들의 흔적도 많이 사라졌다. 간혹 아이들의 깔깔 웃음소리가 허공에 메아리치는 게 반가운 건, 한적함에 대한 두려움이 쌓인 것일 듯하다. 간혹 띄엄띄엄 낯선 사람들의 발걸음이 반가운 것 역시 마찬가지다. 총부로 몰려들어 왁자지껄 웃음을 꽃망울처럼 터트리던 그 시절을 맞이할 수 있을까. 금강의 주인은 아직 때를 기다린다 하더라도, 지금 총부의 주인들은 뭘 준비할까?

[2022년 6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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