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 신용동 344-2는 현 중앙총부 일대의 옛 지번이다.

100여 년 전, 정확히 1924년 중앙총부가 건설되면서 사람들은 인가가 드물고 행인도 별로 없는 야산지대로 모여들었다. 그렇게 모인 사람들이 언덕에 집을 하나둘 지으면서 마을을 형성했고 공동체가 이뤄졌다. 남 먼저, 개벽의 성자 소태산을 알아보고 따라온 눈 밝은 사람들이었기에 그랬을까.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하나같이 영민하여 천재성을 품고 있었다. 또, 보고 자란 것이 그랬기에 그들의 마음속에는 늘 세계가 우물처럼 담겨있었다. 그렇게 세계의 일꾼으로 성장한 것이다. 당시 신용동 344-2는 인재의 보고였다.

소태산이 떠난 후에도 사람들은 끊임없이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누구나 마음은 한결같았다. ‘우리가 세상의 주인이 되어서 인류와 온 생명을 살려내는 사람이 되어야지.’ 그들을 개벽의 일꾼이라 불렀다. 이 기지에서 정신개벽 훈련을 받은 이들은 세상 어디를 가더라도 개척자가 되고 주인이 되었다. 망망대해를 건너 낯선 해외에서도 불꽃같은 그 마음은 쉬지 않았다. 혹자의 말대로, 세계를 일터삼아 세상 곳곳에서 방언공사가 일어난 것이다. 하지만 마음은 늘 신용동 344-2 중앙총부를 향해 있었다.

번성하던 시기는 의외로 일찍 흔들리기 시작했다. 20세기 후반 불어 닥친 디지털 혁명은 기존의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의 융합에 균열을 만들었고, 이에 미처 대응하기도 전에 세상의 빅데이터화와 인공지능의 출현 등이 우리를 혼란스럽게 했다. 그 견고할 것 같았던 신용동 344-2의 울타리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도 이때쯤일 것이다. 

특히 새로운 세대, 흔히 말하는 MZ세대(1981~201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의 등장은 더 이상 변화에 대처하지 않으면 길을 잃을 것 같은 위기를 가져왔다. 의존적이면서 독립적이고, 사람보다는 기계에 더 친숙하며, 한자보다는 영어에 더 익숙하거나, 주간형보다는 야간형을 선호하거나, 자연형보다는 도시형을 지향하는 이들의 삶은 많은 부분에서 기성세대와는 달라져 있었다. 지금 사회 역시 종교에 대한 신뢰성이 추락하면서, 신앙과 수행 형태에서도 변화의 필연성을 동반했다. 즉, 예비 교무 지원자의 급감이 이를 잘 말해 주고 있다. 어쩔 수 없는 변화의 물결이 거세게 몰아친 것이다.

원불교 100여년 역사에서 신용동 344-2는 뜨거운 심장이었고 진리의 용광로였다. 모든 생명을 품을 수 있는 가장 안전한 피난처였다. 하지만, 울타리가 없어지는 세상이 현실이 되고 있다. 가상공간이 현실공간과 융합하는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다. 그래서 신용동 344-2가 우리를 위한, 우리끼리 만의, 쳇바퀴 돌 듯 닫힌 곳이라면 그건 지금 우리를 억류하는 울타리일 뿐이다. 피난처는 나를 위한 공간은 될지 몰라도, 세상을 담아내는 공간으로는 부족하다.

[2022년 6월 27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