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시인
김민정 시인

시, 사람, 사랑에 대한… 프롤로그
“‘아름다우면서 쓸모없기’를 꿈꾸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를 꼬집어 주는 후배 시인 김민정” 덧붙여 “그런 후배가 밉지 않다”는 어느 분의 소개가 아니더라도,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이 시집 제목이 마음을 끌어당겼다. 

‘세상을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그 누구보다 어렵게 사는 사람’, 시인 김민정이 파주에서 달려와줬다. 시, 사람, 사랑에 대한 저자와의 대화가 이렇게 상대를 향한 서로의 적절한 배려로 시작됐다.

아름다움이 쓸모없기를
“장학금 따위를 받지 않겠다. 등단하지 않겠다. 마음에서 나오는 시를 쓰겠다.” 문예창작학과 재학 시절 그는 다짐했다. 세상은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 상을 받기 위해 쓴 글은 ‘거짓말’이라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이후 그의 시는 형식도 내용도 리듬도 달라졌다. 덕분에 대학 시절 내내 그는 혼자 노는 법을 터득해야 했다. 

등단을 한 이후 두 번째 시집을 내고, 그는 한동안 시를 쓰지 않았다. 그 시절, 경북 울진의 한 바닷가에서 돌 하나를 발견했다. 돌이 주는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을 훔치고 싶은 마음을 그는 알아챘다. 그리고 다시 쓰게 된 시의 제목 ‘아름답고 쓸모없기를’은 세 번째 시집이 됐다. 

매일매일 사는 모습은 아름다운 것임을. 그러나 그 아름다움이 쓸모없도록, ‘매일 매일을 더 아름답게 살아야겠다’는 삶의 소득을 그가 얻게 된 연유다. 

세상에서 네가 참 옳다
“어느 날 밤 혼자 달을 바라보는데, 이 이쁜 달을 사진 찍어서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편집자가 나에게 잘 맞는 건, 사람들에게 좋은 것을 보여주고 나누고 싶어 안달나는 마음이 있다는 거죠.” 

그의 안달나는 마음은 ‘좋은 사람의 좋은 글’에도 예외일 수 없었다. 다만 그에게 좋은 사람은 ‘글과 사람이 일치’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만든 책이 황현산 교수의 『밤이 선생이다』외에, 허수경 시인, 박준 시인의 작품이다. 

좋은 사람의 글은 좋은 사람들에게 읽혀지는 법. 그가 만든 책은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소위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랐다. 가난했던 어느 작가의 삶은 확연히 달라지기도 했다. ‘세상에서 네가 참 옳다’는 격려를 받은 어느 날, 그는 자신에게 박수를 쳤다. 좋은 사람에 대한 그의 ‘편애’가 이룬 성과를 그는 이렇게 흠뻑 즐긴다. 

묘지기가 건네준 도토리 두 알
죽음이 끝이 아니고 시작이라는 것을 알려준 이가 있다. 가까이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이는 안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것, 그리고 떠나보냄이 반복되다 보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거의 없어진다는 것을. 

또 한 사람을 떠나보냈던 어느 날, 독일에서 수목장을 마치고 돌아서는 그에게 묘지기가 무언가를 그의 손에 얹어줬다. 도토리 두 알. 사랑하는 언니가 묻힌 자리에 떨어져 있던 도토리 두 알을 건네받으며 그는 ‘있다가 없다’는 의미를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사람에 대한 마음이 달라진 것도 그즈음이다. 상대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고, 상대를 향한 마음도 주저 없이 표현했다. 상대에 대한 소중한 기억을 메모하고 기록하는 일 또한 더 진중해졌음도 물론이다. 먼저 떠난 사람들에게서 그가 얻은 소중한 삶의 생장점이다. 

진짜 아름다운 사람이 되려면
그는, 지금은 ‘글을 쓰지 않는다’고 했다. 다르게는 ‘시와 헤어지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글보다 ‘사람이 좋고 그 사람이 쓴 책’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일이 자신에게 더 ‘자연스러운 일’임을 알기 때문일까.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를 아는 그. 그는 정원에 장미를 키운다. 어떤 스타일이, 어떤 색깔이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지 아는 그답게, 그는 독일장미를 키우며 행복을 얻고 스스로를 위안한다. 그가 말했다. 매일 잡풀을 뽑고, 물을 주며 ‘숙이는 법’을 배운다고. 그런 그가 쓴 산문의 어느 구절을 나는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둘 터이다.

‘진짜 사람스러운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진짜 아름다운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좀 둘러보렵니다. 그리고 곁이 되는 이들에게 틈을 내 볼 요량입니다.’ (곁이라는 거리 일부) 

[2022년 6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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