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은 교도
배성은 교도

[원불교신문=배성은 교도] 딱 10년 만에 5학년 담임을 맡았다. 코로나19가 앗아간 2년이라는 시간과, 10년 전과는 또 달라진 학생들의 분위기 때문에 두려운 마음이 앞섰다. 언론에 연일 보도되는 학교 폭력, 학부모 민원이 내 주변에서도 일어나고 있었기에 어깨가 무거웠다.

첫날. 나도 아이들도 바짝 긴장한 채로 만났다. 우리 선생님은 어떤 분일까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는 학생들 앞에서 나도 잔뜩 굳어 하루를 보냈다. 서서히 탐색하며 적응하는 3월을 보내고, 고학년 교실에서 흔히 나타나는 문제들이 하나씩 드러났다.

사춘기가 시작되는 열두 살 아이들은 자아가 강하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기 시작하며, 감정이 수시로 변한다. 외면은 성인처럼 덩치가 크지만, 내면은 전형적인 열두 살 어린이다. 어른인 척 굴고 싶지만 아직은 순수함을 간직한 나이, 나의 매일은 그 아이들의 사소한 다툼 중재로 채워졌다.

가정 당 자녀 수가 줄고 과보호하는 가정이 늘면서 기본예절과 가정 교육의 부재는 학교에서도 느낄 수 있다. 젊은 꼰대인 나는 아이들의 잘못된 언어 습관과 예의 없는 태도를 쉽게 넘기지 못해 아이들과 자주 부딪혔다.

그렇게 마음의 여유를 잃어버려 ‘교법대로 해야지’ 하는 생각조차 들지 않을 때, 원학습인성교육 연수 소식을 들었다. ‘마음을 바로 써야 공부를 잘한다’는 원학습인성교육의 주제에 공감하는 바라, 스물여덟 명의 열두 살을 위한 인성교육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교법을 통한

인성교육을 실천할 수 있는,
더 공부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제일 먼저 시도한 것은 마음을 고치는 것이다. 지도(lead)보다는 공감(sympathize)해야 한다는 연수내용을 실천해보기로 했다. 잔소리가 나오려 할 때는 잠시 멈추고 아이들의 마음을 읽고 이해해주려 노력했다. 신기하게도 싫은 소리를 하는 빈도나 아이들이 나에게 불평하는 일이 현저히 줄었다.

소위 학군이 좋은 우리 학교지만 우리 반 학생들의 수업 태도는 그렇게 좋은 편이 못 된다. 그런 환경 속에서 공교육의 힘과 학교의 역할을 바로 세우고 싶었다. 연수에서 배운 대로 집중력 향상을 위한 마음 구멍 때우기, 집중력 대조표 작성하기를 함께 했다. 매일 아침 명상을 하며 집중하려는 한마음을 챙기고, 유무념 조항을 만들고 실천해보며 심지(心地)를 가꾸었다. 

실천을 잘하면 작은 보상을 주기는 하지만 보상을 떠나 아이들은 스스로 감사를 찾고 어른들에게 예의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아이들이 마음을 챙기고 바른 인성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내게 큰 가르침을 준다. 나도 이런 활동을 함께하며 학기 초 무기력하고 좌절했던 내 모습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매년 2월이 되면 새 학기 학급 경영에 대한 고민으로 여기저기 기웃거리곤 했다. 유명한 연수를 찾아 듣거나, 다른 선생님들과 정보를 교류하며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봤다. 하지만 좋은 학급 경영 사례를 적용할 때마다 항상 불편함이 남았었다. 이번 원학습인성교육 연수를 통해 교법으로 나만의 인성교육 프로젝트를 실행하니 이보다 좋을 수가 없다. 앞으로도 매년 만나는 학생들에게 교법을 통한 인성교육을 실천할 수 있는, 더 공부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목포교당

[2022년 6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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