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 비협조 등 도전적 행동 전혀 하지 않음 48.2%
발달장애인 증가하는데 사회적돌봄 줄어드는 비극
장애불자 법회, 청각장애인 전용성당 등 종교 노력 커져

물금교당에서는 발달장애인과 비장애 청소년이 함께하는 통합예술교육 ‘극단 뭔들’ 프로그램이 열린다.
물금교당에서는 발달장애인과 비장애 청소년이 함께하는 통합예술교육 ‘극단 뭔들’ 프로그램이 열린다.

[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다운증후군 처음 보는데 놀랄 수 있죠. 그게 잘못됐다면 미안해요. 그런 장애가 있는 사람을 볼 때 어떻게 해야하는지 학교, 집 어디서도 배운 적이 없어요.”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정준(김우빈 역)이 다운증후군을 가진 영희(정은혜 역)에게 말한다. 발달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일의 낯섦과 어려움이 이 몇 문장에 담겨있다. 누구도 알려주지 않은 다운증후군을 가진 이들과의 공존. 그들은 생각보다 가깝고 예상보다 많으며, 그저 조금 다른 이웃이지만 삶은 녹록지 않다. 이들의 숫자가 들려주는 목소리에 귀기울여 보자.

29세 이하 전체 장애인의 과반수
발달장애인 규모와 비중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9세 이하에서는 발달장애인이 전체 장애인의 과반수를 차지한다. 2021년 6월 기준 만 15세 이상 발달장애인 209,497명 중 남성은 129,534명(61.8%), 여성은 79,963명(38.2%)이다. 91.5%가 지적장애인이고, 8.5%가 자폐성 장애다.

이들은 얼마나 불편할까. 아니, 다를까. 발달장애인이 타인의 말 두 문장 이상을 이해하는 경우는 55.4%, 두 단어 이상이나 문장을 말하는 비율은 62.1%에 이른다. 발달장애인 10명 중 8명(76.2%)이 간단한 문장을 이해하며 자신의 의사를 명확한 단어로 표현한다. 읽기는 71.8%, 쓰기는 70.2%가 가능하며 숫자, 날짜, 요일, 위치, 장소, 주위 사람, 안전, 위생 등의 상황에 인지가 가능한 비율은 67.3%~81.0% 사이다.

발달장애인을 두려워하는 주된 이유에는 공격적 성향이 있다. 실제 그들은 무섭고 거칠까. 가끔 혹은 자주 하는 비율을 기준으로 보자. 자신을 해치는 행동은 21.6%에 비해 타인을 해치는 행동은 13.7%에 불과하다. 오히려 특이한 반복적인 습관(30.8%), 비협조적인 행동(28.9%)의 비율이 높다. 흔히 도전적 행동을 8개로 분류하는데, 전혀 하지 않는 발달장애인이 48.2%에 이른다. 우려할만한 행동의 가능성은 둘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보호자의 숫자에 담긴 피로와 한숨
발달장애인의 삶은 곧 보호자의 삶이다. 주 보호자의 숫자는 피로와 한숨을 머금고 있다. 보호자가 발달장애인을 돌보는 일수는 일주일 중 5.8일이며 7일 모두 돌보는 경우가 74.5%다. 보호자의 가장 큰 어려움은 장애인 당사자의 미래에 대한 걱정(29.4%)이며, 다음으로 보호자의 정신적인 스트레스(19.1%), 보호자의 육체 피로, 건강 악화(17.1%) 순이다. 보호자는 돌봄이나 보호에 대해 매우 부담(15.8%), 부담되는 편(39.7%)이라고 대답했다. 

발달장애인은 증가했지만,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사회적 돌봄은 축소됐다. 이 인과는 고스란히 발달장애인 가족에게 돌아갔다. 5월 17일 여수시에서 60대 발달장애 여성이 30대 조카에게 맞아 사망한 사건을 비롯, 6월 3일에는 안산에서 20대 발달장애 형제를 키워온 60대 남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특히 5월 23일에는 서울 성동구에서 어머니가 발달장애 6살 아들을 안고 아파트에서 뛰어내렸다. 한 달 만에 6명이었다.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 영가를 위한 49재 원불교 천도재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 영가를 위한 49재 원불교 천도재

서울 삼각지역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 분향소가 세워졌다. 49재 동안 종교계가 연속으로 추모를 이어갔고, 6월27일에는 원불교가 나섰다.  

비극 이전에 종교는 장애를 얼마나 보듬고 있을까. 종교활동을 하는 발달장애인은 평일 1.2%이지만, 주말에는 9.6%에 이른다. 추정치로 2만 명의 발달장애인이 주말에 종교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1년 동안 발달장애인의 23%가 종교활동을 경험했는데, 이는 영화관·음악회·미술관·테마파크 등 관람(15.3%), 1박 이상 여행(13.6%) 등 여가활동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발달장애인에게 종교활동은 비장애인을 만나는 기회로써 유일한 사회적 여가다. 

서울 마장동에는 청각장애인 전용 성당이 있다. 종 대신 북을 사용하고 일반 언어, 수어 두 가지로 미사를 진행한다. 지난해 서울 광림사에서는 장애불자 수계법회가 열렸다. 원천안디옥교회 아이엠센터는 아예 예배당과 발달장애인 학교, 주간 보호센터를 함께 넣어 건물을 올렸다. 점점 많아지는데다 갈 곳 잃은 ‘조금 다른 이웃’을 종교가 적극적으로 껴안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
발달장애인은 우리에게 좀 더 가까워지고 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은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앓는다. 천재적인 암기력과 늦은 발달이 특징인 그는 남다른 접근으로 사건을 해결하며 사회성을 익혀간다. 

서번트증후군 소유자가 의사인 드라마도 인기를 끈 바 있다. 2013년 방영된 <굿 닥터>는 최고시청률 22.8%를 기록한 초대박 드라마였다. 2018년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의 주인공도 서번트증후군으로, 피아노에 천재적인 면모를 보인다. 2005년 영화 <말아톤>은 자폐를 앓는 실존 인물 배형진과 그 어머니의 이야기를 담았다. 

길에서 보기 힘들다고,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없다고, 이 세상에 장애인이 없는 것이 아니다. 내가, 내 가족이 장애인임을 인정하고 드러내는 일이 어려울 뿐이다. 허나 다행히도 우리 사회는 점차 열려가고 있다. 2021년 등록장애인은 265만 명, 대구 인구보다는 많고 인천 인구보다는 작은 수다. 물론 아직도 숨겨진 장애인이 많지만, 이 정도 되기도 쉽지 않았다. 

30년 전 1990년 등록장애인은 24만 명으로 지금의 10분의 1이었다. 꾸준히 늘어난 숫자는 복지의 확대이자 장애인 가족이 낸 용기의 결실이다. 우리 사회의 배려와 차별 및 인식은 조금씩 성장해온 것이다. 

우리는 이미 무자력자 보은, 타자녀 교육 등을 장애인과의 복지현장에서 펼쳐왔다. 신뢰와 노하우가 수십 년간 쌓여왔으며, 재가출가 전문가층도 두텁다. 이 역량을 모아 우리는 한 발짝 더 나갈 수 있다. 사회적 약자를 껴안는 원불교의 품은 얼마나 더 넓을 수 있을까.
 

[2022년 7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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