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공 교도
배현공 교도

[원불교신문=배현공 교도] 부산울산교구가 주관하고 부산광역시가 지원하는 시민과 함께 하는 둥근마음 치유명상(애니어그램)을 부산교당에서 실시했다. 어떤 프로그램인지 상세히 몰랐는데, 성격유형 검사라고 한다. 나는 성격이 느긋하여 누구와도 잘 맞추고 감정 조절도 잘한다. 그 분야에서는 단연코 돋보일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분명 이상적인 유형으로 나올거야 하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수십 년을 함께 살아온 부부도, 내 몸을 빌려 세상에 나온 자식과도 성격이 잘 맞지 않을 때가 있다. 친구들이 우스갯소리로 본인들을 로또부부라 말한다. 나 역시 다르지 않았다. 남편은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시한다. 남편은 특별히 친하지 않은 친구가 부탁을 해도 거절하지 못한다. 사고 친 친구에게 봉급을 전부 빌려주고 빈손으로 온 날도 있었고, 조금 아는 지인에게 빚보증을 서서 고통을 받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나는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안전거리를 유지한다. 부모형제와도 거래는 분명하다. 나는 남편이 거절해야 할 것을 딱 잘라 거절하지 못하니 성격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남편은 나에게 너무 냉정하고 이기적이라고 말한다.

박대성 교무님의 재치와 위트가 살아있는 진행에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교무님의 설명을 잘 듣고 81문항의 설문에 성실하게 답변했고 계산기를 두드려 점수도 계산했다. 오랜 시간 끝에 드디어 결과가 나왔다. 그토록 이상적이라고 굳게 믿던 내 성격에도 단점이 많았다.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덮어버리고 결정을 미루고 책임을 회피하며 겉으로는 늘 평화를 주장하였다. 남편의 성격유형은 지인의 요구에 거절하는 것이 가장 힘든 것으로 나왔다. 고통을 감내하면서까지 왜 그토록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시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진정한 나만의 삶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애니어그램은 큰 의미

나는 그동안 매의 눈으로 남의 티끌은 날카롭게 살폈지만 정작 내 눈의 대들보는 보지 못했던 것이다. 남편도 나 못지않게 나의 성격 때문에 많이 답답했을 것 같다. 지금까지 좋은 관계가 유지된 것은 나만의 노력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세상에 완벽하고 좋은 유형의 성격은 없다고 했다. 어떤 유형에도 장단점이 있고 자신의 성격을 잘 파악해 장점은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여 원만구족한 성품으로 가꾸어 가자는 것이 애니어그램의 목적이라고 했다.

이 프로그램을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직장생활에서 동료들의 성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들을 이해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안아주는 상사가 되어, 더 멋진 삶을 살지 않았겠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 

나는 오랜 직장생활을 끝내고 지금 부산울산교구 여성회 회장을 맡아 제2의 새로운 인생을 열어가고 있다. 어느 선진님께서 “그동안의 직장생활은 남의 삶을 산 것이고 지금부터는 나의 삶”이라고 했다. 

진정한 나만의 삶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애니어그램은 나에게 큰 의미가 있었다. 앞으로 만나는 소중한 인연들의 성격유형을 잘 살펴서 서로 이해하고 아껴주며 부족한 부분을 채워간다면 나의 인생은 더욱 아름답고 풍성할 것이다.

/부산교당

[2022년 7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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