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호 교무
김승호 교무

[원불교신문=김승호 교무] 육군훈련소는 단일부대로 세계에서 가장 큰 교육기관이다. 이곳에 원불교가 자리 잡은 지 어느덧 16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이런 육군훈련소 교당에 발령을 받은 지 5년째다. 민간성직자 신분으로 부대에서 의미 있게 하는 활동은 병역심사대 인성교육이다. 병역심사대에 입소하는 교육생은 신체적 질환, 정신질환, 군 복무 부적응(군무기피) 등의 사유로 오게 되는데 정신질환과 군 복무 부적응자가 대부분이다. 

병역심사대에서 주로 하는 역할은 병역관리심사의 일환으로 민간상담관, 군의관 등에 걸쳐 상담을 하거나 다양한 인성교육을 한다. 여기서도 더 이상 복무하기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현역 복무 부적합 심의에 회부해 전역을 시킨다. 

병역심사대에서 생활을 잘하면 다시 부대 복귀 후 군 복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교육생들은 교육에 대한 의지가 거의 없다. 때문에 병역심사대 인성교육은 매우 중요하지만 다른 인성교육보다 매우 어렵고 힘들다.

이런 병역심사대 인성교육을 진행한 지 5년 째. 처음에는 ‘내가 이 친구들에게 뭐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매월 한두 번의 만남을 통해 정말 다양한 이유로 이곳에 온 친구들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단순히 군 복무의 부적응만이 아니라 가정에서의 문제, 사회생활의 문제, 인간관계에 대한 문제가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그들은 마음의 상처로 인해 세상과 담을 쌓고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이런 친구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그리고 나는 우리 교법으로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진심으로 그들의 마음을 들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반갑게 인사하는 교육생이 생겼고, “아직도 심사대에 있네?”라는 등의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는 관계까지 형성됐다. 

한번은 교육이 끝난 후 병역심사 대장으로부터 “저희 교육생을 위한 교육 외에 기간병들 위문도 와 주면 안 되냐”는 제의를 받았다. 다른 부대와 달리 병역심사대는 교육생들이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24시간 내내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야 해서기간병들이 매우 지쳐있다고 했다. 

지금은 간식이 생기면 제일 먼저 병역심사대를 찾아가고, 교육이 아닌 날에도 지나가다가 한 번씩 찾아가 격려도 한다. 개인적으로 상담을 원하는 친구들은 교당에서 상담도 해주고 있다. 

이제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어 종교행사가 열릴 수 있게 되었다. 병역심사대뿐 아니라 더 많은 훈련병들과 기간장병에게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교화자가 되겠다고 다짐해본다. 

/육군훈련소교당

[2022년 7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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