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여원 기자
이여원 기자

[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전화벨이 울린다. 교당 교무님의 전화다. 무슨 용건일지 충분히 짐작되는 전화. 이틀 전에도 전화를 주셨다. 교무님은 분명 교도님이 놓고 가신 반찬을 나눠주실 터다. 

시골로 이사한 지 3년 만에 교당을 옮겼다. 연원 교당까지 거리가 있다 보니 아무래도 법회 출석이 쉽지 않았다. 매주 단장님의 알뜰한 챙김이 있어 그나마 영상법회라도 참석했지만, 뭔가 허전했다. 집 가까운 교당으로 옮기고 나서, 이제는 퇴근길에 교당 들르는게 예삿일이 됐다. 

지난주 교화단회는 또 다른 감상이 든다. 원로교도들의 교화단회가 이리 짱짱할까. 〈교화단 마음공부〉에 나와 있는 식순 하나도 빼놓지 않는다. 회화시간에 곁가지로 듣는 교도들의 속내는 그야말로 생생한 ‘삶의 현장’이다. 고추 농사의 고됨도 알게 되고, 밭작물을 해치는 멧돼지나 고라니의 퇴치 비법이 ‘호랑이 울음소리’, 녹음테이프를 어디에서 구입할 수 있는지  정보를 나눈다. ‘나날이 발전하는’ 교화단 노래 3절까지 완벽하게 불러야 원로교도들의 교화단회가 마무리된다.

문득, 서로서로 보살피고 도와주는 교화단은 하나의 가족이란 생각이 든다. 나 혼자 행복하기 위해 하는 공부가 아닌, 교화단원 모두가 행복한 마음공부. 그 폭이 교화단을 통한 조직교화로 점점 넓어진다면, 이것이 곧 곳곳에서의 방언공사요, 교화대불공이 아닐까. 

특정 기념일이면 원로교도 개개인에게 전해지는 교무님의 편지글, 유도 꿈나무를 위한 장학금 전달, 여러 용도로 요긴하게 쓰일 이엠 활성액 나눔, 매주 법회 후 소소하게 준비해 서로의 손에 먼저 쥐어주는 간식, 이렇게 교무와 교도들의 자비인정 교화까지 더해지면 교화단 뿌리는 튼실하게 터 잡을 것이다.

시골교당이다 보니 연로한 교도들 사이에서 내 또래는 ‘청년’이다. 원로 교도들의 격려 속에 ‘나이 듬직한 청년’들의 서원 하나가 생겼다. 청년 교화단을 만들어보자는 것. 청년들의 자녀까지 포함하면 어렵지 않은 일, 그 서원 꼭 이루리라 불끈 주먹을 쥐어본다. 

내 집 삼아 들르는 교당, 행여 피곤할까 짧게 짧게 용건을 전하시는 교무님이 나에게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소태산 대종사의 심통제자가 되는 것’이다. 교무님의 그 바람은 내 마음에 온전히 담겼다. 

요즘 늦은 퇴근 후 밥을 챙겨 먹을 만큼, 텃밭에서 기른 채소로 교무님이 손수 담은 김치가 맛깔스럽게 익어 입맛을 당긴다. 이렇게 해서 ‘절대 소문내지 말라’는 교무님의 신신당부를 어기게 됐다.

[2022년 7월 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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