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유치원 교사 교도들의 주인정신
청소년교화의 두 가지 비결, 자립과 믿음
원불교문화가있는날 차·염색·역사탐방 활기

천연염색으로 오래되거나 못쓰는 옷을 살려내는 시간. 지역교화와 문화교화를 함께 이뤄내고 있다.
천연염색으로 오래되거나 못쓰는 옷을 살려내는 시간. 지역교화와 문화교화를 함께 이뤄내고 있다.

[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전남 해남에 들어서면 달큰한 바람이 분다. 땅끝의 벅참과 남해의 소금기, 그리고 그 안에는 왁자지껄 아이들의 목소리도 실려있다. 청소년교화로 유아부터 학생까지 북적이는 원불교 해남교당. 청소년부터가 귀하고 교화마저 어렵다는 시대, 해남교당은 그 갈증을 시원하게 거둔다.
 

36년, 해남에서 가장 역사깊은 유치원
해남교당 일요법회엔 청소년들이 일반교도와 나란히 참여한다. 매주 빠지지 않는 인원만 학생 6명에 어린이교도까지 더해진다. 부모나 할머니 할아버지 없이도 교당 어른들과 설법을 듣고 공양도 나눈다. 김효선·전용제 교무도 하나하나 이름 불러 칭찬할 일은 칭찬하고 교도들에게 자랑도 한다.

돌아보면 해남교당 청소년교화 역사는 물길같이 깊었다. 원기80년대부터 어린이날 민속큰잔치를 해왔고, 어린이 교리퀴즈대회, 영세가정 자녀 훈련 등도 활기찼다. 원기97년부터는 활쏘기와 마음공부를 연계한 국궁명상교실도 열었다. 

이 배경에는 해남원광유치원·어린이집이 있다. 올해로 36년, 해남에서 가장 오래된 유치원이다. 유치원 운영에 설사 손해가 나더라도 꿋꿋이 버티며 해남 유아교육의 역사를 지켜왔다. 아이들만 잘 기른게 아니라 교사들도 알뜰살뜰 키워냈다. 인성교육법회, 마음일기공부 등 현장에 녹아드는 교법은 늘 통했다. 교사들도 귀하게 여겼다. 경력도 많고 상담이 원활한 교사를 찾다보니 해남 내에서도 호봉이 가장 높다. 이들이 점차 교무나 교도들과 한 마음처럼 교당 주인으로 우뚝 섰다. 

해남교당 입구는 곧 유치원 입구요, 대각전 현관은 바로 어린이집 현관이다. 일요일마다 교도들의 차가 유치원 노란버스와 나란히 선다. 한주간 아이들에게 있었던 일은 일요일 교당에서도 회자된다. 교무는 물론 교도들도 아이들 이름을 외운다. 기도에 아이들의 건강과 행복이 빠질리 없다.
 

매주 다양한 남도역사문화체험을 떠나는 동아리는 해남교당 청소년교화의 좋은 텃밭이 된다.
매주 다양한 남도역사문화체험을 떠나는 동아리는 해남교당 청소년교화의 좋은 텃밭이 된다.

졸업생 가족과의 소통에 정성
허나 기관 운영만으로 청소년교화가 절로 되지 않는다. 해남교당은 유치원 졸업생 가족과의 소통에 정성을 다했다. 초중고로 진학해도 교당을 다시 찾을 계기를 마련했다. 이를 통해 졸업 후에도 믿고 맡기는 곳, 아이들이 먼저 가고 싶은 곳이 됐다. 교당 프로그램은 물론 교구 행사, 신성회 훈련 등 다양한 기회에 아이들을 초대했다. 그 집 숟가락이 몇갠지 알 정도로 세심히 관심을 쏟기에 가능하다.

무더위 속 단비같은 해남교당 청소년교화. 이 바람이 불어오는 곳엔 두 가지 비결, 자립과 믿음이 있다. 전 교무는 외부 공모사업으로 청소년교화기금을 확보하고 새로운 기회를 마련한다. 국궁명상교실이나 청소년 남도역사문화탐방, 인성교육프로그램 등 모두 그렇게 만들어온 사업이다. 교당에 의지하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 보다 다양한 경험을 주기 위해서다.

또 하나는 믿음이다. 김 교무는 “청소년교화는 큰 교무가 밀어주지 않으면 못한다”고 단언한다. 의심하지 말고 간섭하지 않아야 뭐든 이룰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이다. 김 교무는 교도들과 소식을 나누며 청소년 교화의 기운을 밀어준다. “이렇게 청소년교화 하는 곳은 또 없어요. 어제 아이들이 보길도에 갑디다. 스물몇명이 대각전에서 윤선도에 대해 배우고, 시끌시끌 차 타고 떠나요. 얼마나 뿌듯합니까.”  
 

아이부터 어른까지, 세대교화 이룰 것
믿어주는 큰 교무와 실행하는 작은 교무. 둘의 합에 정성스러운 교도들까지 더해져 원기104년 신축봉불도 이끌었다. 불단에 구멍이 있을 정도로 열악했던 곳을 서까래까지 살려 근사한 한옥으로 빚어냈다. 철거부터 완공까지 사람 할 일은 거의 전 교무와 윤선철 교도회장이 해냈다. 매일 아침 51개의 문을 열어야 할 정도로 큰 건물 관리와 여러 대의 차량 수리도 웬만하면 스스로 해낸다. 정말 어려워서도 그랬지만, 아껴서 교화로 돌리자는 한 마음 덕이었다.  

그렇게 모은 힘으로 올해는 밥상을 더 잘 차렸다. 원불교 교정원 문화사회부 ‘원불교문화가있는날(이하 원데이)’ 사업으로 교당 문을 더 활짝 열었다. 수요일에는 설아다원에서 오근선 대표(법명 우선)에게 차를 배우고, 월 2회 일요일엔 천연염색지도사 박은심 교도와 색색의 물을 들인다. 매주 주말 교당을 들었다 놓는 청소년 남도역사문화탐방 동아리도 원데이 사업이다. 재가교도를 양성하는 한편 비교도 참여도 이끄니, 대각전 의자 수가 매주 조금씩 모자란다.

“우리 어린이집 졸업한 아이들이 대학생 되고 군대 다녀와 다시 교당에 와요. 이 아이들이 지난 세월의 결실이자 해남교당의 미래입니다. 일반으로 잘 이어져 세대교화를 이뤄내야죠.”

교도들 교화 서원이 파도마냥 철썩이는 해남교당. 평일이면 어린이들로, 주말이면 학생들과 일반교도들로 매일 교당 문턱이 닳는다. 땅끝에서 부는 이토록 시원한 바람, 해남에 청소년교화 바람이 분다.

[2022년 7월 18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