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기간 동안 마음공부는
객관적 시선에서
다시 나를 돌아보며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

지준혁 교도
지준혁 교도

[원불교신문=지준혁 교도] 내가 다니고 있는 미국 일리노이 대학은 나의 꿈을 위해 지식을 구하고 경험을 쌓는 곳이다. 내게 미국은 바다 수영이었다. 영법, 방향, 목적지 그 어느 것에 구애받지 않고 헤엄칠 수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바다 수영은 수영장에서 헤엄을 치는 것과 다르게 조류가 있었다.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일 수용성, 영어로 하는 학습에 대한 이해 능력 등 처음 맞닥뜨린 조류에 숨이 턱 밑까지 차올랐다. 조류를 극복하기 위해선 팔을 한 번 더 휘젓고, 발을 한 번 더 차야만 했다. 

그때 나를 다듬었던 건 모태에서부터 쌓인 원불교 정서였다. 공동체 정서를 지향하는 곳에서 성장했던 나에게 역경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더불어 하는 것’이었다. 문화를 받아들이기 위해 소셜 클럽을 만들어 세계 각국의 친구들과 문화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차츰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에도 내 자리가 넓어졌고 나와 더불어 사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렇게 조류를 극복해나가며 결과보다는 과정을 소중하게 여기며 어떤 난관이라도 헤쳐나갈 능력 있는 사람이라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유학 기간 동안 마음공부는 나의 도피처였고 사춘기 때부터 해결되지 않은 ‘나’라는 사람에 대한 연구 방법이었다. 특히 객관적 시선에서 다시 나를 돌아보면서 나의 장점과 단점, 특이점, 위약점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그릇의 모양과 크기에 따라, 어는 점과 녹는 점에 따라 여러 형태로 변하는 물처럼 상황과 환경에 잘 적응하며 다양한 형태를 지닐 수 있는 사람이었고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다방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반면에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You so selfish(넌 너무 이기적이야).” 대학교 재학 시절 내가 교수님께 들었던 말이다. 경영 과목을 이수하던 나는 모르는 부분이 있을 때마다 교수님을 찾았고 교수님은 또 너냐며, 쿠키를 주시며 툭 던진 말이었다. 내 단점은 나의 자력을 세우기 위해 과하게 몰입한다는 것이다. “자력을 길러야 한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과 교무님들께 듣던 말이었고, 이는 나의 가치관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절충안을 찾아보기로 했다. 타인의 영역을 침범하는 이기주의와 다르게 타인을 존중하고 개인의 역량에 집중하는 개인주의(Not my business)의 문화 속에서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고, 불가피한 부분은 타인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같이 답을 찾으면서 자립에 대한 역량을 기르는 것에 대해 나는 아직 연구 중이다. 

그 연구의 끝이 어딘지 모르지만 휴학기간 입대를 하고 나는 그 연구의 한 가지 실마리는 찾은 것 같다. 그 키워드는 ‘결의’다. 나는 지금 보호에 대한 결의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지키고 도움을 주는 일, 그게 바로 어릴 때부터 배웠던 공동체의 시작 아닐까. 앞으로 내게 남은 이 시간들. 나는 또 어떤 배움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까 기대가 된다.

/마산교당

[2022년  7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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