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남 전 엘지(LG) 인화원장
이병남 전 엘지(LG) 인화원장

“좋은 리더는 다른 사람을 리더로 만들어주는 사람”


엘지(LG)그룹 인화원은 인재의 요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룹 인사담당 부사장으로 또 인화원 원장으로 LG에서 21년 동안 인재육성을 책임져온 이병남 전 엘지 인화원장(법명 중원). ‘인사전문가’라 불리는 그가 지난 5월 <회사에서 안녕하십니까>(동아시아출판사)를 출간했다. 

“내가 살아오면서 배운 경험이 온전히 녹아있다. 내가 전하는 이야기가 후배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 것, 그것이 내가 바라는 전부다.” 일터에서 고민하는 우리에게 그가 보내는 스무 편의 편지, 사람을 대하는 그의 따듯한 시선과 메시지는 그대로 깊은 위로가 된다. 그를 서울 평창동 자택 ‘우남재’(友南齋)에서 만났다. 
 

깊고 치열한 자기성찰
‘자신의 이야기’라고 했다. “내 기준으로는 성실하게 일을 했는데, 받아들여지는 것이 내 기대와 다를 때 절망스러웠어요. 전에 느끼지 못했던 자괴감이 느껴졌죠.” 

엘지그룹 인사팀장(부사장)시절, 후배들의 실력을 키워주기 위한 그의 열정이 직원들의 마음까지는 닿지 않았던 것. “안으로 자신을 열심히 성찰했다”고 그는 말했다. 자신이 ‘넘어졌기’ 때문에 시작됐던 자기성찰은 깊고 치열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직원에 대한 진정한 애정’임을 그는 각인했다. ‘아이 투 아이(Eye to Eye)’ 방식도 체득했다. 

“사람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진정한 신뢰가 쌓이자 팀워크는 절로 좋아졌다.” 자기성찰로 얻은 진정한 가치다. 그가 덧붙인다. “자기성찰은 결국 마음챙김입니다.”
 

인사원칙과 시스템에 의한 
예측 가능성이 없으면 
직원들은 불안해하고 
인맥에 의지하려 합니다.
결국 공정성이 무너지고 
신뢰가 깨집니다.

진정한 리더, 그리고 리더십
진정한 리더, 그리고 리더십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었다. 그가 생각하는 진정한 리더는 “다른 사람을 리더로 만들어주는 사람”이다. 리더는 ‘길게 보는 사람’이라는 또 하나의 의미가 실려있다. 

구성원을 리더로 성장시키는 과정은 분명 지난하다. “보고를 받을 때 내가 가장 많이 했던 질문은 ‘그래 그런데 자네 생각은 뭔가?’였습니다.” ‘실무자의 생각의 근육을 키우고자 하는’ 끊임없는 소통이었고, 구성원 각자에 대한 존중이었다. “스스로 자기 성격을 개조해야 하는 만큼 리더가 된다는 것은 힘든 일”임을 말하는 그.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이 필요함’을 그는 이 지점에서 한번 더 강조했다.
 

‘평등성과 공평성의 원칙’
크든 작든 모든 조직에서 일하는 구성원의 고민 중 하나가 바로 인사로 인해 겪는 아픔 아닐까. ‘백도 줄도 족보도 없는 나, 인사철마다 상처받아요.’ 그의 책 <회사에서 안녕하십니까>의 목차에도 그 아픔이 올라와 있다. “인사원칙과 시스템에 의한 예측 가능성이 없으면 직원들은 불안해하고 인맥에 의지하려 합니다. 결국 공정성이 무너지고 신뢰가 깨집니다.” 그가 말하는 ‘공정성’에는, ‘평등성과 공평성의 원칙’이 동시에 적용된다. 

노동하는 모든 사람은 존재 자체로 누구나 똑같이 존엄하고 평등하다(평등성의 원칙). 반면 일을 잘하는 사람에게는 더 많은 보상과 기회를 주는 ‘기능적 불평등성’은 인정해야 한다(공평성의 원칙). 그는 “인사는 평등성과 공평성의 원칙을 때에 맞게 잘 적용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즉 ‘인간 존중 경영’과 ‘성과주의 인사원칙’이 제대로 지켜질 때 조직 내부가 효율적이고 역동적이게 된다는 것.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먼저 정해져야 한다고 전제한다.

“인사시스템과 운영능력의 수준이 그 조직의 문화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소통하라, 소통하라, 그리고 또 소통하라
엘지 인화원이 10년 전 도입한 난임 휴직 제도, 2000년 9월 국내 기업 최초로 시행한 주 5일 근무제, 최고인사책임자, CHO(Chief Human resource Officer) 직책. 모두 그가 현직에 있을 때 조직 구성원들을 케어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그는 “조직 생활에서 한 개인이 아무리 똑똑하고 의욕이 넘친다 해도 위, 옆, 아래로부터 협조와 지원을 받지 못하면 결국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고 말한다. 의사소통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이유다. “소통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표정과 몸짓으로도 합니다. 소통은 머리와 마음이 함께 작동해야만 제대로 되는 것입니다.” 

그가 일깨운다. ‘상대방의 생각과 계획, 의도를 이해하려고 애씀과 동시에 상대방을 한 인간으로 대하고 그 사람 자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잊지못할 감동, 원불교와의 인연
인터뷰 말미, 그가 원불교와의 인연을 들려줬다. 어느 해, 러시아 출장길에 들른 모스크바교당. 그 척박한 땅에서 현지인들을 위해 혈심으로 교화하는 교무의 모습은, 지금도 그의 마음에 ‘잊지 못할 감동’으로 자리해 있다. 원기101년(2016) 전무출신 정기훈련에서는 소태산 대종사의 리더십을 전하며 리더의 자질과 안목에 대한 특강을 했다.

‘혁신’에 대한 그의 생각도 궁금했다. “혁신은 ‘몸의 가죽과 피부를 새롭게 바꿀’만큼 정말 힘든 일”임을 앞서 말하는 그. 차 한잔을 음미하며 말을 잇는다. “혁신이 성공하려면 지금 이대로 가다가는 조직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는 위기의식을 내부에서 모두가 공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지로 혁신을 해내는 사람은 외부 컨설턴트가 아니라 내부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탑 리더는 자기 몸과 마음을 다 바쳐야 합니다. 자신을 제물로 바 치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합니다.”
 

이병남 전 엘지(LG) 인화원장
이병남 전 엘지(LG) 인화원장

‘느리게, 조용히, 심심하게’
그는 지난해 ‘느리게, 조용히, 심심하게’ 사는 것을 삶의 모토로 삼았다. “개인적으로 새로운 삶의 스테이지에 들어왔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느리게 조용히 심심하게 ‘잘’지내고 싶다고 덧붙인다. 그를 찾는 독자가 있다면, 그가 도움이 되고 위로를 전해줄 곳이 있다면, 그는 내색 없이 달려갈 것이다. 그렇게 ‘느리게 조용히 심심하게’ 그는 ‘잘’ 사는 삶을 살아갈 터이다. 그의 삶을, 응원한다.

[2022년 7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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