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움직인 아버지의 이생 마지막 말씀
하나만 제대로 키워내면 다른 홍보 쉬워
서울교구 인스타그램 계정 키워 가능성 입증

[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이탈리아에서, 아버지의 전화를 받았다. 한 달간의 출장 중이었다. 아버지는 가쁜 숨으로 또렷이 말했다. “네가 하고 있는 일이 원불교에 가장 필요한 일이다. 교단이 너를 다시 부를 때 두 마음이 없이 해라.”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가슴에 와서 박혔다.

몇 년 후, 청소년국 직원이 그를 찾아왔다. 알고보니 어머니가 원불교 영상공모전에  그의 이름으로 작품을 낸 것이었다. 그는 깊이 듣지도 않고 하겠다 했다. 아버지에게 올리는 대답이었다. 
 

“불이 발등 아닌 등에 옮겨붙었다”
원불교 뉴미디어 교화의 키를 잡은 종합미디어회사 골든터치 김원국 대표(한강교당). 그는 아버지 故 김명원 정사의 간곡한 당부를 잇고 있다. 지난해 성리법회로 시작해 청소년교화 자료의 디지털화를 함께 했으며, 올해는 서울교구 홍보미디어분과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창 쑥쑥 성장할 회사의 인력과 에너지를 원불교에 쏟는 그. “교단에 빚 갚아야죠. 그리고 지금이라도 하지 않으면 너무 늦습니다. 불이 발등 아닌 등에 옮겨붙었어요.”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 세상이 변했고, 사람들은 이제 영상과 뉴미디어를 매개로 소통한다는 것을. 우회하거나 확장하는 것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사고방식과 언어가 필요한 시점이다.  허나 교단은 세상사만큼이나 어수선했고, 옛날 생각을 고집했다. 재능있는 교무를 몇 년 훈련시키면 웬만큼 해내리라는 생각. 김 대표는 고개를 젓는다.

“그렇게 해도 되는 시절이 있었겠지요.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특히 뉴미디어나 영상 분야는 전문가들도 예민하게 대응해야 하는 판이에요. 똘똘한 몇이 한정된 정보와 자원으로 해낼 수 없어요. 특히 플랫폼을 키우는 초반에는 더욱이요.”

뉴미디어 생태계를 알고 모르고는 생존과 직결된다. 무턱대고 해보기보다 초반부터 맞는 전략이 더없이 중요하다. 플랫폼 하나만 제대로 키워내면, 다른 창구나 관련 콘텐츠들을 키우는 것은 아주 쉽다. 또 온라인마켓과 같은 자립 시스템을 갖추게 되면 그 뒤로는 크게 손대지 않고도 굴러간다. 

예컨대, 인스타그램 서울교구 공식 계정 하나가 ‘떡상(어떤 수치 등이 급격히 오르는 것)’하면 서울교구 교당들은 물론 교단의 모든 언론, 부서, 교무, 교도 계정까지도 게시글 하나로 키울 수 있다. 모이기 시작한 곳에 더욱 모이며, 관련 콘텐츠가 우르르 뜨는 뉴미디어 특성 때문이다. 제대로 된 극소수만 살아남고 나머지 절대다수는 도태되는 정글, 이것이 바로 현재의 뉴미디어 생태계다.
 

골든터치가 그동안 만들어 온 미디어 작업 결과물.
골든터치가 그동안 만들어 온 미디어 작업 결과물.

미국에서 커지는 마음에의 관심
“실제로 온라인에서 언급되는 원불교의 빅데이터가 있습니다. 원광대학교, 소태산 박중빈, 군종 등이 있고요, 키워드는 청렴함, 깨끗함, 그리고 문제를 일으키지 않음 등입니다. 최근 탄원서에 대한 반향이 있었는데요, 이걸 보면 위기관리가 잘 되고 있다고 보긴 어려워요.”

원불교는 작지 않은 영향력 있는 종교로, 세상은 원불교의 위기를 빠르게 알아챈다. 그는 이 위기가 지도층에 직속 보고되어야 하며, 지혜와 경륜만큼 사실적인 데이터를 거론하고, 세간의 평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이미 많은 곳에서 마음공부를 제 것인 양 갖다 쓰고 있고, 나중에 접하는 사람들은 원조를 따질 리 만무하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마음에의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이 키워드를 노리기에 지금이 골든타임이에요. 종교 자체의 이미지가 좋지 않은 국내보다 외국에 눈을 돌리는 것도 필요합니다.”

죽느냐 사느냐, 라고 그는 말한다. 언제까지나 우리 것이 아닐 수도 있다며, 그는 주인의식을 챙기자고 힘주어 말한다. 그 역시 말에 머무르지 않았다. 인스타그램 서울교구 공식 계정을 만들어 직접 운영했다. 딱 한 달 만에 팔로워 1,400명을 기록했다. 

“팔로워 5천 명이 되면 마켓을 오픈해 다양한 교화 용품이나 시골교당 교도님의 옥수수며 수박도 팔 수 있어요. 그런 자립까지가 제 역할이자 보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최근 서울교구 인스타그램 활동을 1년 더 희사하기로 했다. 그의 회사가 미디어 전략부터 기획, 제작, 유통까지 전반을 다루기에 가능한 일이다. 골든터치는 사진 스튜디오로 시작, 온미디어(CJ) 영상 및 특수효과, 삼둥이 모델 공기청정기, EXID ‘위아래’ 뮤직비디오 등을 제작했다. 최근에는 구글, 삼성웰스토리 등과 함께 한다. 
 

따뜻함과 친절함을 원불교와 연결
“한덕천 교구장님의 ‘원불교는 교도가 아닌 신자가 필요하다’는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교도는 아니지만 원불교에 호감을 가진 다수를 확보해야죠. 이에 사람들이 종교에 기대하는 따뜻함과 친절함을 원불교와 연결하고 있어요.”

세상에 원불교를 내보이는 그 거대한 문을 지키는 김 대표. 교단은 가장 시급한 과제에 있어 가장 전문적인 인재를 얻은 셈이다.

그의 어머니는 그가 배 속에 있을 때 매일 삼밭재에서 기도를 올렸다. 어느 날은 그에게 “너 장가갈 돈 모아뒀는데 그걸로 교당 지어야 되겠다”고 말했다. 그는 “네 그러세요. 장가는 제가 알아서 가겠습니다”고 했다. 그것이 관저교당의 전신인 대전충남교구 구봉교당이다. 장가도 알아서 잘 가서 아내 소지해 교도와 시형·사은 남매가 함께 교당에 나간다.
 
남매가 살아갈 미래는 원불교가 더욱 빛나는 낙원 세상이기를. 교단의 가장 시급한 과제를 짊어진 그의 신심은 그렇게 대물림 중이다.

[2022년 7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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