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도훈 교무
길도훈 교무

[원불교신문=길도훈 교무] 대산종사는 제자들이 누운 채 단전호흡 하는 것을 지켜보며, 단전에 손을 대 체크해 주곤 했다. 단전 위치를 잡는 데에는 앉아서보다 서서가 낫고, 서서보다 누워서 잡는 것이 쉽고 정확하기 때문이다. 숨에 대한 의식은 코에서 단전으로 내려오는 것보다 허리 뒤 잘록한 부분인 명문에서 단전으로 가는 것이 숨 쉬는 데 수월할 뿐 아니라 기체 예방에도 탁월하다.

숨을 들이쉴 때 단전 부위가 그 위나 아래보다 먼저 나올 정도가 되어야 단전이 정확하게 잡힌다. 숨의 세기는 한껏 들이쉬는 숨의 80% 이내가 좋다. 그리고 내쉬는 숨은 놓아서 저절로 빠져나가도록 하여 들숨과 날숨이 자연스럽게 균형을 이루도록 한다. 이런 호흡으로 단전 기운이 담뿍 차올라 안정되면 초입자일수록 일어서서 호흡해 보다가 이것마저 안정되면 앉아서 해 본다. 누워서 호흡할 때는 들숨과 날숨을 하며 배가 움직이는 것을 알기에 단전호흡에 대한 가늠이 쉬우나, 앉아서 호흡할 때는 이미 배가 나온 상태라서 배의 움직이는 진폭을 느낄 수 없어 가늠이 어려울 수 있다. 그래도 배 안에서 힘과 기운이 움직이는 것이니 그 내용에 집중하면 가늠을 넘어 기운을 느끼는 데까지 이른다.

단전의 위치도 누운 경우에는 배꼽 중앙에서 아래로 손가락 네 개를 모은 만큼의 길이에 있지만, 앉아서는 배꼽 아래로 세 개 모은 만큼의 길이에 있다. 앉을 경우 뱃가죽이 접힌 까닭이다. 이는 단전을 짚은 채로 일어서거나 누우면 손가락 하나의 굵기만큼 더 길어진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원불교는 생활 속 불법, 불법으로 생활하는 생활 불교이다 보니 좌선을 하는 총체적인 시간이 짧은 편이다. 선력(禪力)을 얻기 위해서는 선을 일상에서 짬짬이 하거나 일이 단순할 경우에 일과 겸해서 할 수밖에 없다. 인지가 밝은 이 시대에 어울리는 수행이자 활선으로의 지름길이기도 하다.

초입자일수록 잠자기 전에 누워서 단전에 책을 얹고 호흡해 본다. 이렇게 잠을 청하면 잠도 잘 들지만 깨어날 때 단전기운이 충만해져 있게 된다. 이 밖에도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좌선을 할 기회로 삼아서 하고, 자가 운전일 경우에는 운전하기 전 2~3분 챙겨서 단전으로 숨을 쉰 후 운전에만 전념하고, 신호 대기 중 신호가 바뀌기 전까지 단전호흡을 챙겨서 한다. 이렇게 자신도 알게 모르게 단전호흡을 하며 목적지에 도착할 때면 단전에 기운이 담뿍 차오른 것을 느낄 수 있다. 나아가 잠깐 시간이 날 때, 연속극을 볼 때, 진지하지 않은 이야기를 들을 때, 단전으로 호흡하며 단전으로 듣는 연습을 해두면 단전 기운이 늘 담뿍할 뿐만 아니라 단전에 마음이 스며드는 연습이 된다. 이는 선정에 들고자 할 때와 무시선을 할 때 바탕이 되고 힘으로 작용한다.

좌선을 하루 가운데 틈틈이 하다가 자신이 시간 낼 수 있는 한두 시간을 정해서 할 정도면 수행자로서 이상적인 모습이다.

[2022년 7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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