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로움이 가난을 만드는 이상한 시대다.

만족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의 욕심은 밑 빠진 항아리 같아서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마술을 지닌다. 이를 아귀병이라 한다. 전염성이 강하다. 배불리 먹고도 이내 건망증에 빠져 배고픔에 시달린다. 일단 이것에 감염되면 백약이 무효다. 오래 방치하면 불치의 원망병으로 도진다. 원망에서 건질 수 있는 건 불행밖에 없다.

욕심의 항아리, 그 밑바닥을 만드는 것이 감사생활이다. 바닥이 만들어져야 적정함을 알게 되고, 넘치는 법도 익히게 된다. 인간의 탄생에는 애초 가진 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이는 떠날 때 빈손으로 가는 걸 보면 쉽게 알 수 있는 방정식이다. 그러니 살아가면서 먹고 자는 일만 수월해도 감사할 일이다. 감사는 많이 가졌다고 절로 솟아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 뿌리를 마음에 박고 살기에 남에게 접붙이기가 참 쉽지 않다. 자기 깨침이 없으면 불가능에 가깝다. 감사생활 하는 이는 늘 극락이라고 했다.

욕심 많은 세상이다. 많은 사람들이 물질을 탐하고 그것을 가치로 삼고 살아간다. 이것을 ‘경쟁’이란 용어로 당연시한다. 엄밀히는 뺏고 뺏기는 풍경이다. 물고 뜯는 모습만 더하면 가히 짐승에 비견된다. 그 산물은 원망이고 증오다. 그러니, 원망생활을 감사생활로 돌리는 것은 행복한 삶의 비결이 된다. 남의 짐 뺏어서 무겁게 짊어지고 가는 사람의 근심이 천근만근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사생활은 보물창고다. 마음의 뿌리를 감사에 내리는 순간부터 부족한 게 없어진다. 있는 그대로를 즐길 줄 알기에, 먹고 입고 사는 것이 즐겁지 않을 수 없다. 필요할 때 잠시 빌려 쓰고 되돌려 주기에 몸과 마음이 한없이 넉넉하고 가벼워진다. 이게 안분이다. 소태산도 소유하기보다 이용하는 법을 알면 세상의 모든 살림이 내 것이 된다고 했다. 괜한 소유는 짐만 무겁다. 혹, 도둑맞을까 걱정에 내내 불면의 밤이다.

감사생활은 봄바람이다. 그 바람이 불어야 뭇 생명이 깨어난다. 따듯한 난롯가로 사람이 모여들 듯 자연스럽다. 감사생활 하는 사람 옆에만 서면 마음이 절로 따듯해져 행복이 피어난다. 좋은 말 좋은 소리가 노래가사처럼 흘러나오기에 입도 귀도 마음도 즐겁다.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른 것은 마음이 여유롭기 때문이다. 찬바람으로 옷을 벗길 수 없듯 차가운 마음으로 사랑을 전할 수는 없다. 

감사생활은 기적을 낳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는 늘 새로운 선물 같은 기적이고, 쌀알 한 톨 김치 한 조각 귀하디귀한 보약이며, 만나는 모든 사람은 내 삶을 이어주는 징검다리다. 나를 살게 하는 모든 것이 기적이니, 고맙고 은혜롭고 경이롭지 않을 수 없다. 세상 어디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있겠는가. 감사생활 하는 이에게 세상은 기적 아님이 없다. 매사에 감사하자.

[2022년 8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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