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용맹한 돌격대장 녹도만호 정운, 물길을 잘 아는 광양 현감 어영담, 믿음직한 순천부사 권준….”

이순신은 얼굴 하나하나를 떠올려 백지에 적었다. 어떤 부하는 민첩했고, 누군가는 경험이 많으며, 또 누구는 신의가 있었다. 조선의 역사를 좌우할 한산대첩, 학익진을 그리며 영웅은 다 살려서 썼다.

이 짧은 장면이 영화 속 이순신(박해일 분)의 리더십을 보여주는 방식 중 하나다. 그때까지 영화는 원균(손현주 분)을 비롯, 이 위기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남해의 수문장들이 다 모였지만, 능력도, 의견도 제각각이라 퍽 염려스럽다.

그런데도 이순신은 다 살려 썼다. 각각의 단점이 왜 없었으며 이순신은 과연 속속 몰랐겠는가. 하지만 그는 약점보다는 강점을, 한계보다는 가능성을 보고 자리를 내줬다.

소태산도 그렇게 살려서 썼다. 평범했던 시골 촌부들의 신성과 가능성을 읽어내 이 회상의 주춧돌로 삼았다. 구수산 달 밝은 밤, 초가에 홀로 앉아 소태산은 지금 무엇이 필요한가를 생각했을 것이다. 

일산의 외교력, 이산의 인화력, 삼산의 견성, 사산의 공심, 오산의 무상도, 육산의 책임감, 칠산의 정성, 팔산의 공덕 그리고 이를 아우를 정산의 지혜와 경륜. 103년 전 소태산이 살려 쓴 이들의 귀한 성정은, 지금도 우리에게 신앙의 표본이자 기준으로 생생히 살아있다. 

영웅과 성인의 기용술은 닮아있다. 못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을 비춘 이순신의 리더십이 역사를 바꿨다면, 고칠 것보다 지킬 것을 헤아린 소태산의 리더십은 세상을 바꾼다. 약한 전력이라도 학익진으로 왜선을 물리쳤듯, 작은 규모라도 잘 짜인 교화전략이 기적을 만들 수 있다.

이제 나만의 구인교화진을 그려본다. (이하 ‘교무’ 생략) 하모니카 부는 국현수와 사진 찍는 오법진을 양 날개에 둔다. 전통매듭 맺는 이용제와 스프링아트하는 정주영을 날개 안쪽으로, 태권도 김경선, 태극권 박대성을 나란히 배치한다. 이래성의 글씨로 기를 세우고 박근삼의 장구소리가 울리면, 공연 장인 김성곤이 출전한다. 내게는 아직도 12명이 훨씬 넘는 멋진 교무님들이 남아있다. 깜냥만 된다면, 11과목 각 챔피언들을 뽑은 11과목진, 마음공부 좀 한다는 교무들의 마음선수진, 도인처럼 아름다운 얼굴과 모습의 수려진은 어떤가.

운명을 바꿀 승부처는 곧, 아주 가까이 온다. 이제 전략을 세우고 인재를 쓰자. 430년 전처럼 현재 역시 위기다. 지금 우리에겐, 압도적 승리가 필요하다. 

[2022년 8월 8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