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환경활동가
박지현 환경활동가

[원불교신문=박지현 환경활동가] 기후위기의 시대에 나무만큼 착하고 영리한 생물이 있을까? 

나무 한 그루는 연간 8kg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흔히 보는 나무 숲 1ha(100)는 연간 평균 10.4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나무는 물을 정화 저장하고 토양을 단단히 지지해 가뭄과 홍수에 예방이 된다. 게다가 다양한 생물종들의 안온한 서식처와 피난처가 되어 생물다양성을 높인다. 2015년 파리 기후변화 협약 체결 후 그간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전략과 기술적 장치들이 나왔다. 그러나 여전히 기후위기는 심각해지는 가운데 지금 이 순간에도 나무만큼 성실하고 묵묵하게 탄소를 줄이고 있는 수행자는 없다. 뒤늦게서야 지난 2020년 다보스 포럼에서는 전 세계에서 ‘1조 그루 나무심기 운동(One Trillion Trees Initiative)을 시작했다.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상실이라는 문제를 자연 기반(Nature-based)으로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 대안이기 때문이다. 

자랑스럽게도 원불교는 이미 오래 전부터 나무 심기를 조용히 실천해왔다. 김일상 원로교무님으로부터 시작된 나무심기 실천은 원불교환경연대와 청운회로 이어져 확대 중이다. 국외로는 네팔 너야버스티 마을의 포카라 교당 작은숲, 의정부 후정원의 마인드포레스트 숲, 익산 정토회관의 정토숲, 경주 새등이문화원의 청운숲 등 20여 개가 넘는 작은 숲이 생겼다. 모두 깨어있는 교도님들과 시민분들 덕이다. 
 

토종 자생 나무들이
잊히고 있다.

그렇다면 싹을 틔워 자라나기 시작한 나무심기 캠페인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국제사회에서도 나무심기 열풍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올봄 뉴욕타임즈에서는 전 세계의 나무심기 열풍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담긴 기사가 실렸다. 국제기구 뿐 아니라 각 국에서 거세지는 나무심기 사업의 생각지 못한 문제였다. 그중 하나는 최근 프랑스 에너지 기업 토탈 에너지스(TotalEnergies)가 콩고의 바테케 고원(Bateke) 4만 헥타르에 시작한 대규모 나무심기 계획이다. 그런데 호주에서 들여오는 아카시아 나무를 심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바테케 고원은 열대림과 초원이 모자이크처럼 얽힌 전형적인 아프리카 사바나 식생이다. 이곳에 자연 식생이 아닌 외래종 아카시아 나무를 대량으로 심는 것에 대해 과학자들은 최악의 조림사업이라 비판한다. 본래의 생물다양성을 파괴할 뿐 아니라 물 부족이 더 심화되어 아니 한 만 못한 것이다. 

국제 식물원 보존 연맹(BGCI)의 세계나무평가(Global Tree Assessment)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나무종은 약 6만 종, 이 중 3분의 1인 2만 종이 멸종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미 많은 토종 나무들과 식물들이 멸종 위기다.

우리가 쉽게 시장에서 돈을 주고 사오는 식물종은 대부분 수입종, 외래종, 교잡종이다. 우리 산야에 자랐던 수많은 토종 자생 나무들은 잊혀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앞으로 나이만큼 지혜롭게 나무를 심으려 한다. 생물다양성을 고려한 지혜로운 나무심기야말로 원불교의 중심 교리인 천지보은을 제대로 실천하는 길이라 믿기 때문이다.

/원불교환경연대

[2022년 8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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