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화기획분과장, 4대 일원가정, 20년 개국약사
카톡공부방, 밴드 소통으로 교도들 공부심 진작
“잠자는 교도 3040 교도 자녀, 이렇게 깨우자”

강동교당 강미현 약사
강동교당 강미현 약사

[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어느 교당 저녁 온라인 염불선방이 그렇게나 붐빈다고 했다. 교도들 단체 카톡방에 평일에는 법문이며 공부를 나누고, 주말에는 교리퀴즈 같은 미션을 한단다. 단 활동도 짱짱해서 출석 뿐 아니라, 공부는 얼마나 하는지 기도는 했는지도 다 챙긴다고 했다. 

소문의 주인공은 서울교구 강동교당. 비결을 물으니 다들 한 사람을 가리킨다. 누구나 ‘우리 막내딸’이라 부르는 교당 귀염둥이, 할머니(故 최형만 교도)부터 조카까지 4대를 잇는 일원가정,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바지런함으로 공부 교화 다 잡는 교화기획분과장. 한때 잠자는 교도에서 돌아와 진짜 주인으로 거듭난 강미현 약사를, 그가 20년째 운영하는 송파우리약국에서 만났다.
 

공부하는 교당의 변화 
“코로나19로 인해 영상법회만 보다 보니 소속감이 없어지더라고요. 여자단장님들과 단체 카톡방을 만들어서 계문도 외우고, 문답처럼 각색해 올려보고, 퀴즈나 미션을 내보기도 했어요. 반응이 좋아지니 교도님이 점점 모였죠.”

지금은 수요공부방이 된 카톡공부방의 시작이었다. 약국에서 혼자 있는 시간에 원불교를 검색하고 좋은 글이며 영상을 단체 카톡과 네이버 밴드에 가져왔다. 크고 작은 공부 소득도 나누고, 원성원·장원희 교무의 설법도 정리해 올렸다. 그게 매일이 되고 매월이 되며 해를 넘겨갔다. 그 꾸준함은 어느새 공부 문화가 되어있었다.

공부하는 교당의 변화는 놀라웠다. 염불선방 출석, 봉공, 기도, 좌선 등 공부 과목이 빠짐없이 들어간 단활동보고서를 아예 다시 만들었다. 한눈에 보이고 비교도 되니 단장 뿐 아니라 단원들도 서로를 독려한다.

“불편해하는 분들도 있어요. 우리 아빠엄마(강덕준 전 교도회장, 이화자 교도)는 그러시죠. ‘알아서 해왔는데 뭐땀시 내가 기도했나 안했나까지 확인한다냐~.’ 그래도 교당은 평소 공부를 점검받는 곳이잖아요. 아직 정착 단계라 좀 낯설지만 노력하고 있습니다.”
본래 좋은 건 같이 하자며, 으쌰으쌰 잘도 끌고가는 그다. 그의 날것인 아이디어를 한수진 교도회장이 다듬어 되게끔 만들고, 반응을 살피고 디테일을 챙기는 건 전명전 교도가 한다. 환상의 호흡 삼총사 덕분에, 오늘도 힘차게 공부하자 외친다.
 

한수진 교도회장, 전명전·강미현 교도.강동교당 공부와 교화를 책임지는 삼총사다.
한수진 교도회장, 전명전·강미현 교도.강동교당 공부와 교화를 책임지는 삼총사다.

10년 만에 돌아온 잠자는 교도
사실, 잠자는 교도이던 그가 돌아온 이유 역시 공부였다. 20대 초반 시작된 그의 잠은 얼마나 거칠었던지, 당시에는 엄마의 독경, 아빠의 기도소리도 듣기 싫었다. 큰 계기는 없었다. 대학공부에 좀 치였고, 세상엔 재밌는 게 많았으며, 대학병원 약사가 되니 힘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차츰 교당과 멀어지고 괜히 원불교가 불편했다. 10년이 훌쩍 지났다.

“어느날 친구가 ‘성경을 통째로 읽는데 너무 좋다’고 하는 거예요. 생각해보니 저는 교전을 그렇게 읽어본 적이 없는 거죠. 그날 집에 오자마자 <원불교전서> 먼지를 털어냈어요.”

앉은 자리에서 주욱 읽어내렸다. 너무 좋았다. 한 글자 한 글자 소태산 대종사가 직접 해주는 얘기였다.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읽고 또 읽었다.

“당시 월요일부터 토요일,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지 약국을 열어야 했어요. 일요일 하루 쉬는데 교당 가기가 힘들더라고요. 방법이 없을까 하다 원광디지털대학교 원불교학과 소식을 들었죠.”

잴 것 없이 등록해 1기가 됐다. 공부는 참으로 재미났다. 배운 것을 말하고 싶고, 공유하고 싶었다. 그의 마음을 교당이 알아챘다. 일요일 9시, 법회 시작전 모여 공부하는 ‘초심공부방’이 생겼고, 이곳은 그에게 같이 공부하는 기쁨을 선물했다. 그렇게 교당의 막내딸은 주인으로 우뚝 섰다.  
 

3040 깨울 비법
부침 많은 20대에 교당을 떠나 3040이 된 교도의 자녀. 이는 우리 교단에 참 많은 잠자는 교도들이며, 가장 공들여 깨워야하는 이들이다. 잘 돌아온 그의 팁은 무엇일까.

“3040은 가장 바쁘고 피곤한 세대예요. 깨우려면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줘야 죠. 처음부터 법회나 공부를 강조하기 보다는 단 한번이라도 다시 오게 하는 계기가 필요해요. 또 1명을 대상으로 하기보다, 비슷한 상황의 2~3명을 묶는 게 덜 부담스러워요.”

3040을 깨우기엔 교당보다 지구나 교구가 더 좋을 수 있다고도 말한다. ‘누구의 자녀’로 불리는 교당에서의 부담은 덜고, 비슷한 상황의 또래들을 편하게 만날 수 있기 때문. 3040에게 중요한 규모와 전문성도 개교당보다는 지구·교구가 낫다고 본다. 

‘원불교는 내 삶의 전부’라고 말하는 3040, “교전을 단 한번만 제대로 읽어도 결코 빠져나갈 수 없다”고 강조하는 강미현 교도. ‘원불교가 없었다면?’이라 물으니 “온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을 것”이라는 단호한 대답이 돌아온다. 이 귀염둥이 막내딸을 이토록 단단하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그에게서 3040 잠자는 교도를 깨울 실마리와 희망을 본다. 봄볕같은 다정함 속 매서운 공부심, 그는 오늘도 다같이 다함께 공부해가고 있다.

[2022년 8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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