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원불교 마음공부를 인성교육 프로그램으로 빚어낸 심심풀이는 9년 동안 11만명의 청소년을 만났다. 1년에 1만 2천 명, 즉 9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33명의 청소년이 심심풀이로 교무를 만나 마음공부를 접한 것이다. 이 새로운 청소년교화는 학교들에 어떻게 스며들었을까. 부산의 한 학교를 직접 찾았다. 

이날 2·3학년 전체 총 10학급이 신청, 총 250명 정도가 심심풀이를 만났다. 이 학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오전 1~4교시 전일제 수업을 신청했다. 이날 ‘선생님’으로 학교에 투입된 교무들은 10명. 부산울산교구에서 다 못채워 청소년국, 제주교구, 군종교구에서까지 모셔왔다. 처음에는 한두 학급으로 ‘간보던’ 학교들이 곧바로 전체 반, 전체 학년을 신청해오는 덕에 이제는 잦은 풍경이 됐다. 

부산은 심심풀이가 가장 공적으로 구조를 갖춘 곳이다. 이 배경에는 사)삼동청소년회 금곡청소년수련관이 있다. 2015년 진로교육법이 생기면서 이듬해 수련관 산하 북구진로교육지원센터가 설립됐고, 김종근 교무(금곡청소년수련관) 등이 직접 강의를 펼쳤다. 이 과정에서 종단 이름이나 색채를 걷어낸 공적 플랫폼이 요구됐다. 부산울산교구는 포기하거나 에둘지 않았고, 미래를 위한 밑그림을 그려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마음토닥청소년센터다. 이 세 기관을 바탕으로, 심심풀이는 북구의 학교들에 빠르게 퍼져나갔다.
 

교무들은 8시까지 모여 학교와의 브릿지 역할을 하는 북구진로교육지원센터 김순남 진로팀장의 안내를 받는다. 박화영 교무(마음토닥청소년센터)는 반 배정 및 워크북, 활동재료 등을 챙긴다. 인성과 마음이라는 ‘재미없는 주제’를 어떻게 흥미롭게 이끄는지가 관건. 교무들은 저마다의 노하우로 1교시 담당 학급 문을 두드린다.

1교시는 자기소개, 마음정의를 비롯, 예절과 효도,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이라는 항목을 문구로 만들어보거나 캘리그라피로 곱씹는다. 잡지를 오려 콜라주를 만들거나, 대본부터 연출까지 직접 마음극도 만들어낸다. 명상시간에는 의외로 집중력과 호응이 높다. 시간을 시청각으로 표현해 도전을 이어가면, 학생들은 즉시 효과를 깨닫는다. 또한 우리의 오랜 콘텐츠인 원만이 만들기를 서로 도와가며 완성해낸다.   

1교시의 어색함은 4교시만에 친밀함과 소통, 앎의 감동으로 바뀐다. 저마다 포인트는 다르지만, 학생들은 지루한 규칙 정도로 생각했던 마음과 인성을 다시 보게 된다. 마음의 이모저모를 뜯어보고 맛보며 자유롭게 궁글려보는 시간, 일상에서의 각자의 약속(유무념)도 잡아본다.

수업을 마친 교무들은 피곤이 무색하게 눈이 반짝였다. 이 하루, 25명의 학생들과 만나 오래 품어온 교화의 꿈을 또 한번 이뤄낸 기쁨이다. 이렇게 많은 아이들을 직접 만나, ‘내 전공’인 마음을 지도하는 보람. 코로나19 기간 동안 청소년 한번 못 본 교무가 있는가 하면, 심심풀이로 꾸준히 수백, 수천의 아이들 앞에 선 교무가 있다. 청소년에 대한 이해와 소통력은 물론, 교무로서의 자신감도 사뭇 다르다. 이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크게 드러날 것이다. 
 

심심풀이는 청소년 교화자로서의 정체성 외에도 교무들의 공적인 이력, 정당한 강사비를 보장한다. 다른 지역으로 가더라도, 교무들은 이 이력을 바탕으로 교육청이나 학교에 빠르게 진입할 수 있다. 강사비는 자기개발이나 교당 청소년활동, 희사로 선순환돼 수준을 더욱 끌어올린다. 무엇보다 청소년 교화자가 ‘진짜 청소년교화’를 하니 만족도와 자존감이 높다. 출가자 감소라는 위기를 타개할 대안으로 심심풀이가 조명되는 이유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청소년은 종교와 더 멀어졌다. 학생들을 만날 곳은 학교뿐인데, 마침 학교에서는 인성교육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원불교는 마음공부에 있어 가장 좋은 프로그램과 훌륭한 지도자를 갖고 있다. 우리의 청소년교화는 이것이 희망이다. 이 명료한 도식을 바로 심심풀이와 청소년 교화자들이 완성시키고 있다. 

우리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한다. 지금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은 심심풀이를 통해 원불교를 만나고 있다.
 

[2022년 8월 15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