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광 명예교수
김혜광 명예교수

[원불교신문=김혜광 명예교수] <대종경>에서는 “그 사람이 아니면 그 사람을 모르는지라 저의 주견이 투철하게 열리지 못한 사람은 함부로 남의 평을 못하나니라”(변의품 31장)고 하여, 타인에 대한 평가에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가를 경책한다. 물론 한 인간을 평가한다는 것은 누구도 쉽지 않은 일임이 틀림없다. 그것은 어느 시공간이든 자유롭지 않은 일이다. 

가르침을 주신 스승을 스승답게 받들고 그 가르침을 이어가도록 노력하는 몫은 물론 제자에게 있다. 훌륭한 스승은 그런 제자를 길러낸다고 한다. 그러나 안타까울 때가 있다. 스승의 위대한 면모를 잘 모르거나, 설사 안다 할지라도 제대로 받들고 이어가지 못하는 경우다. 최근 춘천에 갔다가 그곳이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두각을 드러낸 손흥민 선수의 고향인 것을 알게 됐다. 또 최근 어느 방송인이 별세하자 그의 제2의 고향인 경북의 어느 지역 기념관과 동상에 추모객이 줄을 설만큼 붐을 일으키는 것을 본다. 

유대계 독일시인 하인리히 하이네(Heinrich Heine, 1797~1856)가 지은 시집 <귀향>(1822)에 등장하는 ‘로렐라이 언덕’, 덴마크의 아동문학가인 안데르센(H.C. Andersen, 1805~1875)이 지은 <인어공주>, 프랑스의 소설가 생텍쥐페리(A.de Saint-Exupéry, 1900~1944)의 <어린왕자>는 모두에게 잘 알려진 아동문학 작품들이다. 
실제로 그 현장에 가보면 사람들이 그 작품에 어떻게 의미부여를 하는지,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이 무엇인가를 짐작하게 한다. 

인간의 소박하고 평범한 삶을 그려낸 문학작품이나 그런 사회적 활동들은 모두를 감동시키는 데 부족함이 없음을 실감한다. 이 고장에도 가람 이병기(1891~1968), 혼불의 저자인 최명희(1949~1998) 등이 있다. 이들은 우리 주변에 알려진 인물들이다. 

가까이 우리를 돌아보자. 원광대학교는 한강 이남에서 가장 많은 문인을 배출해낸 대학으로 알려져 있다. 문인뿐만 아니다.

원광대학교를 졸업한 동문 가운데는 법조계, 체육계, 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실하게 삶을 일궈내 사람들의 모범이 된 인물들이 제법 많다. 비록 지방 대학에 몸담았지만, 한국 학계에 잘 알려진 전원배 교수(1903~1984)를 비롯하여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만한 교수들도 많다. 

이렇게 원광대학교를 오늘의 대학으로 발전시키는 데 초석을 다진 숭산 박광전(길진) 총장, 그리고 익산의 왕도, 유네스코 문화재 등록에 이르는 기반을 닦은 문산 김정용(삼룡) 총장, 한국 사회에 사회 복지 분야에 기반을 닦아준 재가출가 선진도 많이 발견된다. 이런 선진들은 교단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준 소중한 분들이다. 광복 직후 전재동포구호사업을 전개한 주산종사의 활동은 미군정청은 물론 당시 서울의 주요 언론에도 보도되어 알려질 정도였다. 그러나 우리가 애써 기억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우리에게 소중한 인적 자원을 기억하고 후세대에 알리고 계승 발전하도록 하는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문화는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우리의 선진을 받들지 않고 다른 곳에서 소중한 인물을 운운한다면 이는 어색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멀리가 아닌 우리 주변에서 앞으로 이런 인물들을 발굴, 육성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그럴수록 그 공동체의 발전도 정비례할 것이다.

/원광대학교

[2022년 8월 22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