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윤선중 교무] “원불교는 과연 신종교의 하나인가 아니면 대승 불교를 개혁한 이 시대의 새로운 불교인가?” 본 박사 논문은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한 하나의 시도이다. 그리고 나는 그 답의 실마리를 ‘천여래 만보살의 회상’이라는 개념에서 찾는다. 특히 불교 문헌에 한번도 나타나지 않았던 이 개념은 우리가 원불교의 정체성을 찾고, 원불교가 성립된 시대적 그리고 종교적 상황을 보다 명확하게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먼저, 본 논문은 다음과 같이 서론과 4개의 장, 그리고 결론으로 구성된다. 서론은 원불교의 정체성, 신종교라는 학문적 범주의 문제 제기, 그리고 각 장의 주요 논지 요약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태산의 불교개혁은 
단순히 신종교 운동으로만 
이해될 수 없고, 

 

오히려 불교개혁운동의 
보다 넓은 역사적 맥락에 
놓여져야 한다.

제1장 ‘역사적 배경: 새로운 하늘의 출현과 신종교 운동’에서는 한국의 신종교 운동의 역사적 배경을 살펴본다. 많은 학자들은 한국의 신종교 운동이 동학의 창시자인 수운 최제우(崔濟愚, 1824~1864)의 독특한 영적 체험에서 시작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장에서 나는 수운이 체험한 한울님의 계시뿐만이 아니라 그가 어떻게,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그러한 경험에 도달했는지를 강조한다. 이 시기 동학을 위시한 신종교의 수행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는 유일하게 현존하는 문헌이 바로 〈정심요결(正心要訣)〉이다. 따라서 이 문헌이 수운 최제우, 증산 강일순, 소태산 박중빈과 같은 신종교 창시자들에게 미친 영향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정심요결〉을 연구한 학자들은 도교의 영향에 주목했다. 그러나 〈정심요결〉은 비록 도교 사상에 기초했지만, 동시에 조선 후기의 ‘삼교 혼합주의’가 널리 퍼진 경향을 보여주는 한 예이다.

신유학의 이념이 사회적 권위를 상실함에 따라 수운은 자신의 한울님을 영접한 영적인 경험과 삼교 혼합주의를 바탕으로 새로운 권위를 세운다. ‘모든 인간의 마음에 천주(한울님)를 모시고 있다’는 수운의 시천주 사상은 20세기 초 한국에서 등장한 수많은 종교 운동에 깊은 반향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의 사상은 그 시대에 살았던 거의 모든 사람에게 문화적, 사상적으로 깊은 영향을 미쳤다. 이 장에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소태산의 ‘천여래 만보살’ 사상을 이러한 역사적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소태산은 불교적 관점에서 이 사상을 더욱 발전시켜 ‘불법연구회’라는 새로운 불교 공동체를 설립하여 “천여래와 만보살이 출현하는 미륵불의 회상”을 실현하고자 했다. 
 

제2장 ‘불교개혁운동의 맥락에서 본 소태산의 불교개혁’에서는 전통적인 간화선이 어떻게 소태산에 의해 이해되고 재창조되었는지를 탐구한다. 나는 소태산이 20세기 초 한국에서 간화선을 문제화하여 한국불교를 재구조화하려 했다고 제안한다. 이 장은 소태산의 불교개혁은 단순히 신종교 운동으로만 이해될 수 없고, 오히려 불교개혁운동의 보다 넓은 역사적 맥락에 놓여져야 함을 보여준다. 

제3장 ‘한국의 종교와 신종교 운동의 개념’에서는 먼저 서양에서 도입된 ‘종교’ 개념이 동아시아, 특히 일본에서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를 살펴본다. 종교의 개념을 고찰할 때 나는 독일 사학자 라인하르트 코젤렉(Reinhart Koselleck, 1923~2006)의 ‘경험의 공간’과 ‘기대의 지평’을 바탕으로  둘 사이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춘다. 다음으로 한국의 과거 경험이 미래에 대한 기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설명하기 위해 한국의 전근대 종교 개념과 근대 종교 개념에 영향을 준 역사적 맥락을 검토한다. 그런 다음 소태산이 어떻게 그 당시 종교 환경과 불교적 관점에서 ‘종교’라는 용어를 이해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는지 논의한다. 이 장에서는 식민지 감시와 총독부 정책으로 인해 제한된 ‘경험의 공간’에서 소태산이 불교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어떻게 새로운 종교의 ‘기대의 지평’을 넓히려 했는지 보여준다.

제4장 ‘불교와 대중:천여래 만보살의 회상’은 소태산이 불교 개혁 운동을 시작한 주요 이유와 방법, 가르침, 그리고 그가 제자들과 함께 수행한 방법을 논의한다. 이 장의 주요 논지는 간단하다. 소태산의 불교개혁은 더 넓은 불교 전통의 한국적 예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원불교 역사의 주역은 창시자인 소태산과 소태산의 비전에 동참했던 그의 수많은 제자들이다. 재가와 출가가 조화롭게 사는 불교 공동체,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 대중을 위한 불교 등 불법연구회가 지닌 특징은 모두 소태산이 어떻게 성별, 신분, 계급, 나이를 불문하고 모든 사람이 불교의 본질을 접하여 일상생활에서 그 가르침을 활용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려 했는지 잘 보여준다. 

※본 내용은 윤선중 교무(미주동부교구 미네소타 개척)가 8월 26일 열린 국제교화포럼에서 발표한 내용으로, UCLA대학교 박사 학위 논문의 요약본입니다.


박사논문 주제 선정에 대한 배경과 이유가 궁금합니다.
원불교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의식은 원광대학교 학부 시절부터 갖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학문도 겸비한 교무가 되라”는 추천 교무님의 지도에 따라 살다 보니 미국 UCLA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시작하면서 ‘원불교의 정체성’을 다시 바라보게 됐습니다. ‘천여래 만보살의 회상’이 원불교 정체성 문제를 논의하는 데 키워드가 되겠다는 확신은 2017년 로버트 버스웰 교수님과 박사 논문에 대한 주제를 정하는 과정에서 갖게 됐습니다.

핵심 내용을 간략히 소개해주세요.
이 논문에서는 원불교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신종교’ 개념의 범주의 이해와 ‘문화 내재적 혼합주의’, ‘의도적 혼합주의’라는 분석적 틀을 새롭게 제시했습니다. 이 틀을 이해하고 보면, 400페이지가 넘는 긴 글을 하나로 꿰는 어떤 흐름을 읽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번 국제교화포럼에 참여한 소감도 전해주세요.
패널들과 청중들의 훌륭한 질문으로 논지를 더욱 명확히 하고, 차후 연구 과제를 깊이 있게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학자로서, 또한 구도자, 교화자로서 더욱 정진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그리고 학문적인 토의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내외 재가출가 교도님들이 함께 해주셔서 큰 힘을 받았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교화 침체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천여래 만보살의 회상’ 속에서 우리의 희망을 함께 찾아가면 좋겠습니다.

[2022년 8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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