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제자라면 소수자 차별할 이유와 근거 없어
불교상담은 깊은 차원의 문제까지 해결 가능해
종교도 시대에 맞는 ‘도구’에 관심 갖고 활용해야

[원불교신문=장지해 기자] 그는 과거의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관심 없고 자기중심적인 인간’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내가 이기적이라는 것을, 정작 나는 몰랐다”며 웃었다. 솔직한 고백이었다. 출가를 하고 심리상담을 공부하면서도 목표를 늘 ‘나’에 뒀었다고 말하는 효록 스님(다르마심리상담센터장·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당시의 그는 내 고통, 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우선이었다.

그러다 2014년 세월호 사건 때, 난생 처음 ‘남을 위해 뭔가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일었다. ‘나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걸어왔던 길은 그때를 기점으로 확장됐다. 심리상담 공부를 하며 어느 순간 ‘내가 자기중심적인 인간이었구나’를 깨닫게 되었더니,  비로소 타인의 고통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공신력 있는 한국상담심리학회 1급 심리상담가(슈퍼바이저) 1,200여 명 중 승려로서는 유일한 1인이다.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을 위해, 그는 오늘도 상담을 하고 사람을 만난다.
 

효록 스님
효록 스님

종교인이자 심리상담가의 삶을 사는 것은 어떤가요.
“심리상담이라는 ‘도구’를 가지고 사람들에게 너무나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보람이 커요. 이곳을 찾아오는 분들이 자신의 내면을 보고, 깨달아가고, 좋아지고… 일주일 후 통찰한 이야기를 꺼내 놓을 때의 보람은 이루 말할 수 없죠.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은, 그 사람이 고통에서 해방되는 거잖아요. 그러니 어떤 종교를 가졌건, 정체성이 뭐건, 그가 자신의 고통을 나에게 하소연하고, 거기에서 해방돼서 좋아졌다고 하면 기뻐요.”

 

그는 인터뷰 내내 ‘심리상담’을 ‘도구’라고 표현했다. 사람들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지고 헤아려주며,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주는 유용한 도구로서 심리상담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자신의 경험이 반영됐다. 실제로 그는 집단 상담, 미술치료, 개인 분석 등 여러 형태의 심리상담을 통해 ‘나’를 확인하고 극복해왔다.
 

성소수자 불자 모임 지도법사도 맡고 있죠.
“2014년 세월호 사건 때 팽목항에서 알게 된 조계종 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성소수자 불자 모임을 소개해줬어요. 15년간 자기들끼리 법회를 봐왔는데, 스님의 필요를 느끼고 있었다는 거죠. 2015년 4월 첫 법회에서 좁은 법당이 가득 찬 것을 보고 생각했어요. ‘이들이 스님들의 지지를 기다렸고, 원했구나.’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그가 만난 성소수자 불자들은 지극히 평범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법회가 올해까지 햇수로 8년째. 효록 스님은 스무 명 안팎의 성소수자 불자들과 매월 1회 법회를 본다.
 

성소수자 문제와 관련해 2016년과 2021년에 발표한 두 논문*도 화제였습니다.
“성소수자 불자들을 만나고 나서 돌이켜 보니까, 고등학교 친구가 스무 살 때 제게 커밍아웃했던 게 생각났어요. 당시 겉으로는 쿨한 척하면서 속으로는 혐오했었는데 그걸 까맣게 잊고 지냈던 거예요. 수소문해서 친구에게 전화했고, ‘미안하다’고 사과했어요. 그즈음 불교사회연구소로부터 성소수자 연구를 해달라는 요청이 왔어요.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성소수자들의 아픔이 무엇이고 불교계에 원하는 게 무엇인지, 11명을 인터뷰해 정리한 게 2016년 논문이죠. 그걸 하면서 알았어요. ‘나 정말 무지했구나. 알면 아무 문제가 안 되는데, 다들 몰라서 혐오하고 차별하는구나.’”

그 연구를 통해 비로소 성소수자 세계의 문에 두 발을 다 디딘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하는 효록 스님. 이어 그는 성소수자들도 승려로서 공동체 생활을 함께한 내용이 담겨 있는 〈팔리어 율장〉에 주목했다. 연구 이유는 명쾌했다. ‘부처님 가르침의 가장 핵심은 그가 누구든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것이니, 부처님의 제자라면 성소수자를 차별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불교 심리상담(치료)은 일반 심리상담과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일반 심리상담은 내담자가 호소하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거나, 내담자가 어느 정도 자기 내면을 보는 힘이 생기면 종결돼요. 하지만 불교상담(또는 불교심리치료)은 그것보다 더 깊은 차원의 해결을 해줄 수 있죠. 주 호소 문제를 해결한 이후에 드러나는 근본 문제에 대해 수행하듯 접근하니까요. 우리 센터에서 심리상담과 명상을 함께 하는 것도 그런 이유예요. 불교상담(불교심리치료)의 목표는 현실적 고통은 물론이고, 근원적 고통으로부터의 해방까지 봐요. 실제로 현상 문제해결 후, 더 깊고 근원적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려는 사례가 많아요.”

효록 스님은 일반 심리상담에서 제공할 수 없는 명상의 효과를 한 가지 더 언급했다. 예를 들어 외로움에서 해소되고자 할 때 많은 이들은 누군가와 교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가 체험한 바에 의하면 이렇다. 다른 사람이 느끼는 것을 내가 그대로 느끼면, 즉 나와 너의 분리감 없이 그냥 ‘하나’로 연결돼면 외로움이 저절로 사라지더라는 것.
 

학생들에게 평소 강조하는 가르침은 무엇인가요?
“심리치료든, 깨달음으로 나아가든, 가장 중요한 건 ‘감정’이에요. 반야심경의 핵심도 ‘두려움을 건너는 것’이잖아요. 그런데 제가 볼 때, 한국 불교에서는 감정을 다루지 않고 언급하지 않아요. 자기 감정을 바라보고, 남의 감정도 알아차리는 건 중요해요. 두려움, 불안, 분노 등의 감정에서 해방되면 행동이 달라지고, 꼬리를 무는 생각에서도 벗어날 수 있어요.”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세요.
“고통에서 회피하거나 도망가면 답이 없어요. 고통에서 해방되는 유일한 길은, 고통과 마주하는 것뿐이에요. 많은 사람은 고통과 마주하는 게 고통스러우니까 극단적 방법을 선택하죠.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요. 사후세계는 둘째치고, 고통에서 해방되면 삶에 대한 기쁨이 보상으로 주어져요. 사소한 것에서도 기쁨을 느낄 수 있죠. 고통이 우리를 깨닫게 하지, 즐거움이 우리를 깨닫게 하지 않아요. 깨달으면 내면에 연민심과 사랑이 가득 차요. 부처님, 에크하르트 톨레나 데이비드 호킨스 같은 영적 지도자들이 그것을 몸소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세상을 위한 종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종교가 세상 사람들의 고통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도구가 필요한지 제대로 봐야 해요. 예를 들어 ‘명상’이라는 도구를 똑같이 쓰되, 오늘날의 환경에 맞고 오늘날의 언어에 적합하도록 새롭게 업데이트가 필요한 거죠. 1,700년 또는 2,500년 전의 묵은 도구가 아닌,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도구에 눈을 뜨고 활용할 줄 알아야해요.”
 

*〈불자 성소수자가 경험하는 한국 불교에 대한 현상학적 연구〉, 2016.   〈팔리어 율장에 등장하는 성소수자의 수행생활〉, 2021.

[2022년 8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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