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길 교무
김종길 교무

[원불교신문=정은교당] 중앙경찰학교는 경찰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 임용될 자에 대한 교육 훈련을 담당하고 있다. 경찰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2천 명 넘는 청년들이 취업의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하고 모인 곳이라 전체적으로 자신감이 넘치고 표정이 밝다. 하지만 일상의 청년이 한순간 경찰이 된다는 것은 배울 것도 많고 두렵기도 한 일이다. 수갑, 체포, 권총, 수사, 인권, 현장대응 등의 단어는 영화같은 장면들을 머릿속에 그려보게 한다. 

그리 쉽지 않은 교육과정을 6개월간 마치면 또 평가시험, 체력검정을 거쳐 일선 경찰서, 치안센터 등으로 실습을 나가고 2개월 후 정식임용이 되는 과정을 거친다.

중앙경찰학교에는 원불교 정은교당이 있다. 일 년 전에는 원불교 교당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이제는 ‘원불교는 이쪽입니다’라는 안내가 잘 보이는 곳에 세워져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교당을 찾아오는 예비경찰 청년들의 발걸음은 결코 가볍지 않다. 경찰시험에 합격하고 기뻐했던 기분과 다르게 복잡한 생각으로 무거운 몸과 마음을 덜어낼 방법을 찾아 문을 여는 이들이 많다. 

‘어쩌다 어른’이라는 TV프로그램 제목이 있듯, 어쩌다 경찰이 되고 보니 아직 청년이라는 미숙한 마음에 지혜와 힘이 부족하다. 어이없게 자기 욕심에 무너지고 분노에 사로잡혀 불편해진 마음에 지치기를 반복해 겪다 보면 도움받을 곳을 찾게 된다. 

중앙경찰학교 원불교 정은교당은 법당을 예쁘게 단장한 뒤로 인기가 좋다. 원불교와 불교는 무엇이 다른지, 지금 시대에 종교는 무엇을 가르치는지, 종교를 믿으면 어떻게 도움되는지 등이 궁금한 청년들과 마음에 힘이 부족한 청년 경찰들은 조심스럽게 정은교당 문을 열고 들어온다.

어느 때 불러도 달려가고 위험에 처할 때 지켜주는 경찰의 역할은 천지 은혜가 대가 없이 한결같이 베풀어 주는 응용무념의 헌신과 다르지 않다.

세상 모든 생명의 부모가 자력 없는 생명을 기르고 양육하여 자력 있을 때까지 보호하는 것처럼 경찰의 역할도 무자력한 약자를 보호하기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동포생명들의 은혜로운 협력이 자리이타의 결과로 나타나듯, 이익을 나누는 기준이 자리이타의 질서에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일에 경찰의 눈이 멀어질 수 없다.

천지사시와 인류사회가 순서와 규칙 없이 공정함을 실현할 수 없듯이 경찰의 책임은 공정과 법률을 수호하는 공도자일 수 밖에 없다.

천지 부모 동포 법률의 사은을 믿어 알면 마음의 불안을 넘어 경찰의 역할과 책임이 사은에 보은하는 길인 것을 알게 된다. 그러면 알 수 없는 지혜가 생겨나 공익심이 솟아나고 경찰의 책임이 아니라 창생을 제도할 책임이 각자의 마음에 있음을 느끼게 된다.
교당에 드나들던 청년경찰이 입교를 하고 근무지 가까운 교당으로 법회출석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청년의 마음은 이미 이치를 몰라 우치에 수감되었던 처지를 초월하고 명리와 승기심(勝氣心)에 체포당했던 포승줄을 끊는다.

무유정법으로 허망한 것을 넘고 유무초월의 심력을 키우는 공도자로 눈 밝은 청년교도가 되기를 기다리고 기도한다. 그런 청년들의 마음에 공익심이 자라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이 기쁨과 끊임없는 감사가 될 일이다.

/정은교당

[2022년 9월 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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