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총부 방향과 각종 법제 등 토론·연구 진행
물질개벽 정점 다다른 미국, 영성에 대한 갈망 커
실생활에 도움되는 교법이면 종교의 울 넘어

[원불교신문=장지해 기자] 반세기 전, 일찌감치 선진들이 먼저 미국을 향해 내딛어 준 발이 있었다. 그러니 그 초창기 선배들의 고생에 비하면, 자신은 큰 고생이 아니라 생각하며 살아왔다. 

원기106년(2021) 1월, 죽산 미국종법사 임명과 함께 미국 교화가 또 다른 시작 앞에 섰을 때도 그랬다. 직전, 교정원 국제부에 근무하며 미국총부 설치와 미국자치교헌 제정을 위한 실무를 담당했던 황광우 교무(미국총부). 그에게 있어 새로운 시작에의 합류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갔을 터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내가 인연 된 일이니 해나가는 것”이라 담담하게 말하지만, 새 역사를 만들어가는 일이 어디 만만하던가. 그럼에도 이 일을 기쁘게 하는 건 미국 곳곳에서 원불교의 희망을 확인하기 때문이다.
 

뭉쳐서 의논하고 돕고 해결하고
“미국이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에 더 쉽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현재 미국총부 소속으로 각 현장에서 근무하는 출가교역자는 70여 명. 서로의 물리적 거리는 멀지만 초창의 역사를 만들어간다는 동질감이 있어서인지 이들은 어떤 문제가 생기면 뭉쳐서 함께 의논하고, 돕고, 의지하고, 해결한다. 물론 미국 내 세대별, 지역별, 교화 대상별(한인·현지인) 교화 모습에 따라 특징은 조금씩 다름에도, 아직은 작은 규모와 매년 전무출신훈련을 함께 하면서 공유해온 동질감이 앞으로 그려갈 미국총부의 방향을 논의하고 설정해나가는 데 도움되는 면이 분명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니 새로운 길을 시도하더라도 그 길을 같이 합의하고 함께 노력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다. 황 교무는 “한국보다 미국에서 새로운 시도가 더 먼저 이뤄질 수 있다. 거기에서 좋은 결과와 방향이 나타나면 역으로 한국에 적용하기가 용이할 것”이라 말했다. 그러기에 미국원불교의 지금 이 시기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총부는 죽산 미국종법사를 중심으로 미국총부 운영의 틀(각종 규정과 법제)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총부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그 방향에 따른 제도 등을 만드는 데 있어 구성원들은 ‘미국 문화에 맞게 발전시키려면 뭔가를 바꿔야 한다’는 데 모두 동의하고, 이를 전제로 각종 연구와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총부와 미주 지역 내 교무들은 내년 6월까지 법제 마련을 위한 큰 방향 설정을 완료한 후 법제와 제도의 구체화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미국 교화는 기존 관념 깨야
지난해 1월, 죽산 미국종법사의 임명은 미국 현지에서 환영받았다. 현지의 실정과 정서, 문화에 맞는 교화를 해나갈 수 있게 됐다는 의미와 더불어, 정신적 지주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현상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미국종법사의 주재(駐在)는 현지 재가출가 교도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황 교무는 “어른(미국종법사)이 있어 기운이 모이고 정리되는 것들이 있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은 환경과 정서적으로 다른 점이 많다. 미국총부에서는 풀 베는 일, 눈 치우는 일, 마늘 농사 등을 구성원들이 모두 같이 한다. ‘죽산 미국종법사가 아침 좌선을 마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마늘밭을 살피는 것’이라며 현지 풍경 이야기를 한 조각  들려주는 황 교무. 이는 지위고하를 크게 나누지 않는 미국 정서에 원불교의 공동체 문화가 잘 들어맞는 일면이다.

원기105년(2020) 11월에 제정·승인된 <원불교 미국자치교헌>에 따르면, 미국총부는 종법사보좌회의와 교화단관리본부, 미국교의회 등을 둔다. 여기서 종법사보좌회의는 중앙총부의 수위단회, 교화단관리본부는 교정원, 미국교의회는 중앙교의회와 상응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상응하되, 반드시 일치하는 형태는 아니다.

이에 대해 그는 “그림도, 문화도, 상황도 다르기 때문에, 총부라는 개념도 우리가 지금까지 관념적으로 가져온 구조와는 다르게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중앙의 교정원에 상응하는 조직의 명칭을 ‘교화단관리본부’라고 한 것에서도 그 이유가 명확히 드러난다. 행정이 아닌 ‘교화단’을 중심 삼아 ‘공부’로써 원불교 교법을 펼쳐가자는 뜻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실천의 종교 세계의 광명
그는 미국 불교, 특히 현지인 불교 단체의 속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영성은 추구해도 종교는 거부한다.’ 이에따라 원불교라는 종교가 미국에서 해야 할 일도 점점 선명해진다. ‘내 교도, 네 교도, 너는 어디 종교 소속, 나는 어디 종교 소속’과 같은 구분을 하지 않는 것. 그는 “사람들의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그들의 정신을 말 그대로 개벽하는 일을 한다면 ‘진리적 종교’로서 원불교는 미국에서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황 교무는 대산종사의 〈교리도해〉 첫머리에 쓰인 ‘실천의 종교 세계의 광명’이란 구절을 읊으며 말했다. “우리 교법을 가지고 실천 속에서 느끼고 기질 변화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이 가진 종교의 종류는 중요하지 않아요. 그래서 오히려 우리(원불교)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요.”

[2022년 9월 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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