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 힐링, 새로운 콘셉트로
교당 신축·간접교화의 꿈 일궈

[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교당 불사는 곧 그 교당의 히스토리(역사)다. 지난했던 시절의 기록이고, 세월을 버텨낸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다. 애틋하고 오롯한 교화 일념에, 서로 연해지는 기운. 여기에 이름 내세우지 않는 인연들의 합력까지, 귀한 손길이 더해진다. 

교당 신축을 위한 천일기도, 그 절반인 오백일을 훌쩍 넘기고 있는 상당교당을 찾았다. 교당 건물 1층, ‘마음을 공부하는 은혜랑(恩惠浪)’에서 만난 박경전 교무. 도반 교무의 도움으로 교도들을 위해 마련한 카페 공간에서 교당 불사와 교화 이야기가 시작됐다. 
 

전세 이사, 20여 년의 흔적
“사실 상당교당은 역사가 깊은 교당입니다. 원기65년(1980) 청주교당에서 연원을 낸 북청주교당이 출발지죠. 넉넉지 못한 형편에 당시 교당을 전세로 마련해서 5번 정도 이사를 다니면서 법회를 이어갔어요. 원기86년(2001) 11월 지금 교당 건물(상당구 수영로 144번길 13-1)을 매입했죠.” 

전세를 벗어나 내 교당 건물을 갖기까지 20여 년이 걸린 셈. 여러 번의 이사와 리모델링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아픔도 겪었지만, 교도 출석도 좋았고 교당 형편도 나아졌다. 그러나 그 시간이 길지는 못했다.

원기104년(2019) 박 교무가 부임할 당시, 교당에 출석하는 교도는 네다섯 명 남짓. 교당 통합이야기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도 수긍이 갔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김구영 교도회장님과 황현호 교도님(건축위원장)이 법회를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교당을 지켜주셨어요. 한없이 고마운 교도님들이십니다.” 박 교무는 묵묵하게 교당의 힘이 되어주고 있는 교도들을 생각했다. 그리고 인연 닿는 교도들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청주교당 학생회 출신인 박 교무는 자신을 처음 교당에 데려간 선배 안원철 교도(현 상당교당 부회장)부터 찾았다. 안 교도를 시작으로 학생회 인연들이 모이기 시작해, 많게는 25명이 법회를 보기도 했다. 현재 법회 평균 출석수는 15명. 코로나19라는 시대적 어려움이 있지만, 박 교무는 학생회 인연을 기반으로 평균 출석교도 20여 명을 꾸준히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다. 충북교구에서 젊은 교도가 많은 교당이 바로 박 교무가 있는 상당교당이다.
 

교도들의 공간, 은혜랑
“교도님들이 언제든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마련한 공간입니다. 은혜랑은 마음을 공부하는 곳이기도 하고, 함께 봉공 작업을 하는 작업실도 되죠. 어떤 형태로든 교도님들을 위한 장소로 쓰이기를 바라고 있어요.” 

차담 나눌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 다기가 놓여있는 선반 등 은혜랑 공간에 놓인 가구들은 도반 교무(임성준 교무)가 목재를 재단해 손수 제작했다. 법당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맞춤 의자도 교도들을 위한 박 교무의 마음 씀을 헤아린 도반 교무의 작품이다.

어느 교도가 귀하고 소중하지 않을까. 박 교무와 인연 닿은 교도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오신 어느 분이 교당문을 두드리셨어요. 몸이 좀 불편해 보이시고 술도 좀 드신 것 같았죠. ‘교무님과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그분을 설득해 제가 집으로 가겠다고 했어요. 전동휠체어를 탄 그분 뒤를 따라 한참을 뛰어 집에 들어가서 보니 일원상이 놓여져 있는 거예요. ‘아, 교도님이셨구나’ 반갑고 고마웠어요.”

교당에 나오고 싶어도 폐가 될까 주저했던 그 교도는 긴 시간 공백기를 가졌다. 자신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박 교무를 만난 뒤, 그는 매주 일정액을 모아 한 달 헌공금을 들고 교당 법회를 본다. 헌공금에는 유지비, 보은금, 기도비, 희사비 등 각각의 명목이 정해져 있다. “헌공금의 많고 적음을 떠나 교당에 대한 애정이 굉장히 큰 교도님이세요. 저한테는 힘이 되는 교도님이시죠.” 말끝에 교도의 건강을 염려하는 박 교무의 마음이 얹어진다.
 

신축불사, 천일의 정성
박 교무는 교도들과 함께 교당 신축불사를 위한 천일기도를 하고 있다. 교당 신축불사는 교도들이 먼저 뜻을 내보였다. “2년 전, 저희 건물 3층 기와지붕이 바람에 뚝 떨어졌어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어요. 기와를 전부 교체해야 하는데 형편 닿는대로 임시 수리를 했어요. 건물 자체가 너무 오래되다보니 태풍이 올 때마다 걱정이 많죠. 교화협의회를 통해 교도님들이 교당 신축 의지를 모았어요.” 

그 중심에 장명선 교도가 있다. 추어탕 가게를 운영하는 장 교도는 매일 추어탕 한 그릇 값을 불사 기도비로 따로 챙겨놓는다. 일주일에 한번 법회에 올 때마다 헌공금과는 별도로 기도비를 올리며 천일기도 불사에 합력하고 있다. 교당 신축을 위한 부지도 희사했다.

“신축불사를 위해 전국 각지에서 기도비를 보내주시니 어떻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교화불사를 한다는 이유로 일면식도 없는 후배를 위해 목돈을 보내주는 선진님도 계시고, 곳곳에서 교도님들이 십시일반 합력해주니 큰 용기를 얻습니다.”

박 교무는 ‘자연과 어우러진 교당’을 신축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주말에 교도님들이 교외에서 자연을 배경삼아 마음을 쉬고, 참선도 하고, 차담도 나누면서 힐링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교당이 지어지면 좋겠어요.” 새로운 콘셉트로 힐링 장소가 될 교당 신축을 위해 박 교무는 매일 새벽 100배를 하고, 기도인 명단을 호명하며, 80여 분 동안 온전한 마음을 모은다. 기도비가 하루도 끊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박 교무 또한 매일 만 원씩 기도비를 올린다. 그렇게 천일의 하루 새벽이 정성스럽게 흘러간다.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
취재 말미, 박 교무가 자신의 마음을 전한다. “열심히 교화한다고 하지만, 사회의 일반 회사 임원들이나 직원만큼 열심히 사는가를 생각해보면 그만큼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역자로서 나는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돌아보게 되고, 늘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제 빚을 갚아나가야지요.”

문화교화에 대한 박 교무의 의지도 읽힌다. “일반인들에게 자연스럽게 원불교 사상과 정서가 동화될 수 있는 소설을 쓰고 싶습니다. 책의 수익금으로 글방을 만들어서 누구라도 숙식을 해결하며 문학작품을 창작할 수 있는 간접교화의 꿈을 일궈가겠습니다.”
하여, 박 교무의 다음 작품 모티브가 될 ‘성직자 학교의 기숙사 이야기’를 기대하고 응원한다.

[2022년 9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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