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조 회장
홍성조 회장

[원불교신문=홍성조 회장] 에스페란토는 1887년 폴란드의 안과 의사 자멘호프가 창안 발표한 국제공용어로, 같은 민족끼리는 모국어를, 다른 민족과는 에스페란토의 사용을 주창하고 있다. 세계에스페란토협회는 매년 일주일간 세계대회를, 각국은 국내 대회를 개최한다. 에스페란토 사용인구는 세계적으로 약 200만 명 정도이며 주로 유럽에 분포하고, 에스페란토를 활용하는 사람들의 무료 숙박 공유 서비스인 파스포르타 쎄르보 제도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1980년 5월, 청년회 분과 중 하나로 시작된 원불교 에스페란토회는 당시 종로교당 청년회 담당 김주영 교무와 법타원 김이현 교감 그리고 뒤를 이어 부임한 좌산 이광정 교감의 적극적인 관심을 받았다. 이 모임의 목적은 ‘에스페란토를 원불교에, 원불교를 에스페란토계에 홍보하고, 교전과 법문을 번역하여 교화에 기여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관지를 국내와 국외 30여 나라에 보내 원불교를 알렸고, 한국을 찾는 외국 에스페란티스토들을 법회에 초청하여 원불교를 소개했다.

특히 좌산 상사는 에스페란토의 정신을 깊이 이해하시고, 우이동 수도원에서 <정전> 번역을 위한 첫 모임을 주관했다. 1995년 유엔창설 50주년 초청 설법에서 “종교연합(UR)을 실현 시키고, 인류의 공통언어로서 에스페란토를 사용하자”고 제안하면서 소태산 대종사와 정산종사, 대산종사로 이어지는 ‘하나의 세계 건설의 맥’을 이었다. 

 

배우기 쉽고 
지극히 중립적인 
에스페란토를 
교화의 한 방편으로.

원불교 에스페란토회는 ‘국제선방’과 세계대회에서 ‘원불교 분과’를 개최하여 원불교를 홍보하였다. 2016년부터 최대석 원무는 ‘소태산 장학기금’을 만들어 30여 명의 아프리카 학생들의 학습을 후원하고 있다. 1985년부터 시작한 교전 번역 작업은, 최대석 원무에 의해 2016년에 6대 교서와 성가가 모두 번역됐다. 그리고 “원불교 <정전>을 현존하는 모든 언어로 번역해 보라”는 좌산 상사의 말씀을 받들어 에스페란토어 교전을 교량 언어로 스페인어, 몽골어, 불가리아어, 포르투갈어 등 7개 국어로 <정전>을 번역했으며, 지금도 그 일은 계속되고 있다. 박용신 회장과 김상익 교령의 노력으로 2003년부터 원광대학교에 에스페란토를 제2외국어로 도입했으나 2013년 이후 수강생 급감으로 폐강됐다.

이런 활동 등으로 국내외 에스페란티스토 사용자들은 원불교를 잘 알게 되었으며, 헝가리의 마르쿠스 가보르 박사는 원불교와 총부 그리고 선방의 분위기가 좋아 여러 번 한국에 왔다. 최대석 원무는 유럽에 ‘에스페란토 교당’을 열어 에스페란토로 법회를 보고자 하고, 김상익 교령은 대만에 교당을 설립하여 중국 본토 교화의 교두보로 삼고자 한다.

따라서 우리는 교무양성 교육과정에 에스페란토를 도입하고, 희망하는 교무님들이 학습 동아리를 구성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기를 희망한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인디언 속담이 있다. 교화와 보은 활동으로 지친 교무님들이 외국에 나가 파스포르타 쎄르보를 이용해 새로운 활력과 에너지를 얻고, 해외 교화를 꿈꾸는 교무님들은 현지 에스페란티스토들의 도움을 받아 빨리 정착할 수 있다. 배우기 쉽고 지극히 중립적인 이 에스페란토를 교화의 한 방편으로 적극 활용하길 제안한다.

/원불교 에스페란토회

[2022년 9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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