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이 있지만 없는 이 시대 청년 위한 ‘마음고향’
지방 소도시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삶 경험케 해
“도전해 실패해도 괜찮다. 다시 시도하면 되니까”

홍동우 ㈜괜찮아마을목포 대표
홍동우 ㈜괜찮아마을목포 대표

[원불교신문=장지해 기자] 아버지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나중에 회사 관두면 고향 내려가 살아야지.”

이 말은 곧 ‘나, 돌아갈 곳 있다’는 뜻이다. ‘아버지의 이 말이 혹 넥타이 속에 감춰진 무기였던 건 아닐까?’ 홍동우 ㈜괜찮아마을목포 대표는 그렇게 생각했다. 부모 세대에게 ‘고향’은 위로와 위안의 다른 표현이니 말이다.

하지만 요즘 청년들은 그렇지 못했다. 당연히 고향이 있지만, 왜인지 고향은 없다. 이들에게 고향은 대부분 지금은 사라진 어떤 아파트에서의 기억 같은 것들이라서, 위로 또는 위안과 거리가 멀다. 부모 세대가 가진 내가 살았던 마을, 언제든 다시 돌아갈 곳, ‘고향’이라는 개념을 현재의 청년들은 갖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청년들에게 고향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더 정확하게는, 청년들의 ‘마음고향’이 되고 싶었다. 인생을 살다 힘들고 지칠 때 찾아왔다가, 회복하면 다시 돌아가도 괜찮은 곳. 쉬어도 괜찮고, 실수해도 괜찮고, 실패해도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는 곳. 이름 자체가 위로로 와닿는 ‘괜찮아마을’은 그렇게 탄생했다.
 

힘듦에 대한 공감과 위로
청년들에게 ‘괜찮다’고 말해줄 공동체의 필요성을 착안한 계기가 있다. 홍 대표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전국 일주 여행사를 운영했다. 그의 여행사는 4박 5일, 9박 10일, 13박 14일 등의 코스로 청년들이 국내 이곳저곳을 다니며 함께 노래하고, 요리하고, 불 피우고, 별을 보다 잠드는 여행을 콘셉트로 하는 곳이었다.

4년간 1,300여 명의 청년이 함께했다. 그러니 수많은 밤,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오갔겠는가. 청년들은 처음에 남자친구, 여자친구가 있는지 등의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느 순간 자신의 힘듦을 스스럼없이 꺼내놓았다. 여행 멤버가 바뀌어도 대화 형태는 늘 비슷하게 흘러갔다. 오죽하면 홍 대표가 ‘우리 여행에는 힘들어하는 사람만 모이는 건가?’를 고민했을 정도다.

이유가 있었다. 청년들은 ‘힘들다’고 말할 곳과 대상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에 전국 일주는 수단일 뿐, 자연스레 현재를 살아가는 청년 누구나 가진 고민과 어려움에 대한 공유의 장이 됐다. 누군가 힘듦을 꺼내놓으면, 그 자리에 모인 청년들은 충분히 들어주고 공감하고 위로했다. “괜찮아. 고민해도 괜찮고, 힘들어해도 괜찮아.” 그게 서로에게 힘이 되는 듯했다. 

‘없으면, 만들면 되지.’ 기계공학을 전공한 홍 대표에게 ‘없으면 만드는 일’은 자연스러운 출력값이었다. 괜찮아마을의 ‘괜찮아’는 그때 청년들이 주고받던 말을 그대로 담아낸 것이다.
 

비어있던 경양식 레스토랑 건물을 고쳐 만든 공유오피스 ‘반짝반짝 1번지’.
비어있던 경양식 레스토랑 건물을 고쳐 만든 공유오피스 ‘반짝반짝 1번지’.
괜찮아 마을을 다녀간 이들의 마음이 주렁주렁 남겨져 있다.
괜찮아 마을을 다녀간 이들의 마음이 주렁주렁 남겨져 있다.

지방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삶
괜찮아마을이 목포에 자리를 잡은 건, 한 시인의 제안 덕분이다. 

당시 홍 대표와 박명호 대표(공동대표)는 전국 일주 여행사를 접고, 제주도에서 ‘한량유치원’이라는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인연이 된 강제윤 시인은 “목포에 있는 옛 여관 건물(우진장)을 20년간 무상 임대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제주의 비싼 임대료에 사업 지속을 고민하고 있던 찰나, 그렇게 목포에 뿌리를 내리게 됐다. 홍 대표는 “20년 무상 임대 여관이 목포에 있어서 목포로 온 것이지, 다른 지역이었다면 그곳으로 갔을 것”이라며 웃었다.

여관은 목포의 원도심에 있었다. 목포에 와 보니 보물 창고를 발견한 기분이었다. 지방 소도시의 낮은 집값과 월세는 청년들이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는 기회이자 희망이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 2018년 행정안전부 용역 사업에 선정돼 목포의 빈집 다섯 곳에서 60명의 청년을 6주간 머물게 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했더니, 참석 인원의 절반이 프로젝트 후에도 목포에 남겠다고 했다. 홍 대표는 “괜찮아마을에서의 경험을 통해 ‘지방에서도 삶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작은 성공이 귀하다
괜찮아마을에서는 쉼, 상상, 작은 성공을 지지하고 귀히 여긴다. 충분한 쉼을 통해 무언가를 상상해낸 청년이 있다면 창업보다는 팝업(짧은 기간 운영하는 임시 매장)을 권하고, 대신 그에 필요한 기반과 받침을 해준다. ‘도전하고 시도했는데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패해도 괜찮다. 다시 시도하면 된다. 다만 도전은 처음부터 너무 무리하게 하지 말자’고 응원하며 경험을 쌓게 하는 것이다.

청년들은 이곳에서 남과 ‘함께’ 하는 법도 배운다. 거실은 공유하되 방은 따로 쓰고, 공공주방에서 같이 밥을 해 먹으면서 때때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그렇게 충분히 쉬고, 위로받고, 힘을 얻는다. 홍 대표는 ‘이러한 커뮤니티(공동체)가 괜찮아마을의 핵심 중 하나’라고 말했다. 괜찮아마을에 머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는 현재 2박 3일, 3박 4일 일정이 운영 중이다. 

언제가 가장 힘들었냐는 질문에, 홍 대표는 웃으며 ‘지금도 매일매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시에 “매일매일이 보람”이라고 했다. 사람 만나는 일을 하는 그를 가장 보람있게 만드는 게 결국 ‘사람’이어서다. 작은 소도시의 괜찮아마을 주민은 물론이고 이곳을 찾아오는 청년들이 행복해하고 위로받고 고마워하면, 그게 또 그의 매일을 기쁘게 만든다.
 

※ ‘100년 더The 공간’은 오래됐지만 가치 있는, 또는 소멸되고 쇠퇴해가는 것을 다시 꺼내 살려내는 공간·마음·사람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2022년 9월 26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