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7일, 중앙총부에서는 모처럼 전국에서 230여 명의 교무가 현장 참석해 교단혁신에 대한 공청회를 가졌다. 오전 10시부터 장장 6시간 30분 동안 이뤄진 공청회에서는 교무들의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날 내내 일부 혁신위원들의 의견과 교무들의 목소리에는 이질감이 컸다. 교무들의 목소리를 청취하겠다는 공청회임에도 불구하고 포용성과 객관성을 담보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일부 중요한 혁신안에 대해서는 ‘교단의 정서와 현실’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면도 있었다. 

특히 공청회에서 혁신특위 위원장의 ‘미래와 혁신 10가지 주제’ 발표는 아쉬움을 더했다. 특위위원장의 마무리 말이라면 으레 그 토론 경과를 훑어 정리하고 차후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이날 마무리 말은 마치 ‘여러분들의 생각은 여기까지 잘 들었고, 우린 애초부터 이런 방향을 설정했으니 우리 길을 가겠다’는 일방통행식 메시지로 들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혁신의 불통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날 공청회에서도 반대토론자로 나온 교정원 교무는 “교정원 입장과 혁신위가 상반되는 안에 대해 잘못된 부분을 지적해도, 더 이상의 피드백 없이 잘못 됐다고만 (주장)하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당시 현장은 여기에 대해 많이 공감하는 분위기 였음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

사실, 혁신안이 힘을 받으려면 현실 파악에 면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책 주무 부서와 끊임없는 토론이 이뤄져 이론과 현장성에 만전을 기해야 대중의 이해를 얻을 수 있다. 다양한 성격을 지닌 교화현장 역시 마찬가지다. 교화혁신안이 자칫 일선 교당 교무들의 노력을 부정하고 혁신 대상처럼 비하한다면 위험스럽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혁신에는 먼저 철저한 현장분석과 시대정신을 담아내야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혁신안은 탁상공론에 빠지기 쉽고, 오히려 교단 변화의 열망을 불만의 불씨로 키워낼 뿐이다. 

물론 이날 전체 진행자가 ‘공방전’이라 표현했듯, 혁신위원들과 정책부서 및 참석 교무들의 생각 사이에는 많은 괴리가 있을 수 있다. 이를 좁히자고 이뤄진 것이 공청회다. 그러기에 혁신위원들은 당연히 공청회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하고, 대중들의 다양한 의견들을 정리해 냄으로써 ‘함께 만들어가는 혁신교단’을 이룰 수 있다. 하지만 일방 주장만 되풀이 한다면 대중의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특히, 교단혁신은 자기의 생각과 사상을 관철시키고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혁신위원의 말이다. “교단이 필요로 하는, 모두가 공감하는 맥을 짚어내는 숙제가 남았다. 그 맥을 찾기 위해 다시 치열하게 논의해야 될 것 같다.” 혁신은 절박함이지 이용물이 아니다.

[2022년 10월 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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