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훈 교무
김철훈 교무

[원불교신문=김철훈 교무] 늦은 밤, 환하게 불이 켜진 충용관(육군3사관학교 사관생도들의 생활공간)을 보며 퇴근할 때면 바쁜 일정 속에 풀어졌던 마음을 다시 챙기게 된다. 

몸과 마음의 편안함을 뒤로하고 성장과 진급을 위해 담금질 중인 육군3사관학교 사관생도들. 그들에게 소태산 대종사의 말씀을 정말 힘 있게 전해야 하기에 어느 한 곳 예외 없이 불이 켜진 충용관을 보고 있으면 내 정신도 덩달아 번쩍 든다. 그럼에도 이들에게 소태산 대종사의 말씀을 전하는 일이 부담스럽지 않고, 오히려 이들을 만나는 날을 기다리게 되는 이유가 있다. 이들과 함께 성장과 진급의 코드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선선해진 날씨와 떨어지는 낙엽에 새로운 계절이 왔음을 느끼지만 4학년 58기 생도들은 지난 여름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 듯하다. 

지난여름, 공수기본교육을 받는 생도들을 격려하고, 원불교 종교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특수전학교를 찾았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무더운 날씨. 땅은 말라 있지만 그곳에서 교육을 받는 이들의 등은 진흙으로 가득했다. 마른 흙과 땀이 만나 만들어낸 그 등은 감동스럽기까지 했다.

잠시 안타까운 마음이 스치지만 수 없는 반복연습을 통한 숙달된 자세가 지면에 착지할 때 부상을 줄여준다니 응원할 수밖에. 뛰고 구르기를 수없이 반복하는 고된 교육이기 때문에 생도들은 특수전학교까지 와준 교무님을 특히 반가워하고, 이곳에서 진행하는 종교행사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넉넉히 준비해간 간식을 나눠 먹으며 이들에게 진심을 담은 격려를 전했다. “고된 교육을 받는 여러분의 모습이 참 멋지고 대견합니다. 역경을 성장과 진급의 기회로 알고 묵묵히 이겨내는 여러분의 모습에 오히려 제가 힘을 얻고 돌아가네요. 끝까지 다치지 말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요.”

공수기본교육을 마치고 복귀한 생도들과 다시 교당에서 만났다. 기본 공수휘장을 가슴에 패용하고 교당에 들어오는 모습이 그렇게 당당할 수 없다. 한 사람 한 사람 반갑게 맞이하고, 종교행사를 마친 뒤에는 중국 음식을 먹으며 교육에 대한 감상을 나누었다. 

이들의 감상담은 장장 다섯 시간이 넘도록 이어졌다. 힘들었던 이야기, 억울했던 이야기들을 서로 경쟁하듯 소리 높여 말하다 보니 저녁이 되어 버렸다. 어려운 순간들을 다 이겨내고 나니 남은 것은 수 시간에 걸쳐 이야기해도 다 표현되지 않을 기쁨과 보람인가 보다. 어디 기쁨과 보람 뿐일까. 고된 교육기간 몸과 마음의 성장도 결코 적지 않았을 것이다.

공수기본교육 전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교육을 수료하지 못할까 근심하던 생도가 있었다. 교육기간 동안 안부를 주고받으며 교육을 잘 마치길 염원했는데 기쁘게도 무사히 수료했다는 소식을 전해 왔다. 이들은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이겨내 본 경험이 있기에 괴로운 경계는 성장의 기회요, 어려운 경계에 처했을 때 본인의 실력을 알 수 있고 그 가운데서 마음의 힘이 쌓인다’는 이야기에 눈을 반짝이며 뜨겁게 공감한다.

이렇게 정당한 괴로움 뒤에 더 큰 행복과 보람이 있음을 알고, 그에 따라 기꺼이 구슬땀을 흘릴 줄 아는 이들이 승룡교당에 모인다. 성장과 진급의 코드를 찾아 교당에 모인 이들과 잘 맞는 교무가 되기 위해 오늘도 부지런히 몸과 마음을 챙긴다.

/육군3사관학교 승룡교당

[2022년 10월 3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