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남해 연안, 바다 내음이 진하다. 삼천포교당으로 향하는 길 어디쯤부터일까, 불어오는 바람에 바다 향이 실려있다. 교당에 도착하자 교도 몇 분이 반갑게 맞아준다. 

오늘은 교당에서 고추장을 담갔다. 손맛 좋은 교도가 막 담은 고추장 맛이 일품이다. 용기마다 가득 담겨진 고추장은 봉공회 수익사업으로 교당 살림에 보태질 터다. 교당에선 고추장 울력으로 한참 동안 웃음꽃이 피어났다. 
 

“공부심이 대단하시다” 
김 교무가 교도들을 자랑한다. 
“얼마나 귀하신 분입니까” 
교도들이 교무를 자랑한다. 
서로의 자랑이 멈추지 않는다.

교당을 내 집 삼는 교도들
교도들의 ‘왕언니’는 주성근행(92) 교도다. 왕언니답게 신앙 수행도 으뜸. 감각감상과 심신작용처리건, 상시일기 작성을 하루도 빼놓지 않는다. 십여 년 전, 팔순 기념으로 원기87~95년까지 기록한 정기일기를 <맑고 밝은 마음>이라는 책으로 펴내기도 했다. 

왕언니의 동생인 주정선 교도, ‘얼굴이 맑고 예쁜’ 두 자매는 닮은 점이 많다. 매주 법회 때마다 헌공금과 별도로 교무님 손에 용돈을 꼭 쥐어준다. 용도도 같다. “교무님, 맛있는 거 사 드세요.”

매일 새벽 5시 교당에서 심고목탁을 치는 임이원 교도와 김선원 교도는 좌선 도반이다. 새벽 좌선 후 임 교도는 108배를, 김 교도는 요가를 한다. 365일 한결같은 수행 정진이다. 교당 문은 잘 닫혔는지, 원불교 간판은 불이 켜졌는지, 하루에도 서너 번씩 교당을 방문하는 좌선 도반. 월말이 되면 상시일기를 묶어 교무님 책상에 조용히 놓고 가는 것도 도반끼리 한결같다.

박정익 교도회장과 박정수 교도, 이들 형제교도 이야기도 특별하다. “우리 교법이 얼마나 좋습니까” 짧은 말 한마디 끝나기 전, 눈시울이 붉어지는 박 교도회장. 원불교를 향한 마음이 그토록 간절할까. 말끝을 차마 맺지 못하는 박 교도회장의 마음을 부인 임정은 교도가 대신 전한다. “달산님(박 교도회장)은 오직 원불교밖에 몰라요.”

박 교도회장의 형인 박정수 교도의 가게로 향했다. 가게 곳곳 눈에 띄는 장소마다 일원상이 그려져 있다. 아내 최용전 교도와 교대로 근무하는 자리에는 ‘처처불상 사사불공’, ‘무시선 무처선’ 등 손수 쓴 법문과 교리도, 흰색 바둑알이 놓인 유무념통, 상시일기장까지 온통 원불교 일색이다. ‘인생의 대박은 원불교 만난 일’이라는 이들 형제 부부. 서로 서로의 각별한 우애는 교도들에게 보감이 된다. 

20번째 교전 사경을 하고 있는 이승원 교도의  묶음 책은 교당에 가지런히 보관돼 있다. 폐지를 모아 교당 여성회 기금 마련을 한 김도육 교도의 뒤를 이어, 딸인 김동선 교도는 여성회장을 맡고 있다. ‘보좌교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진심형 봉공회장도 교당이 내 집이다. 구순을 앞둔 나이에도 폐지를 모아 교당 유지비에 보태는 강도심월 교도. 그리고 여기에 미처 다 소개하지 못한 교도들까지, 모두가 삼천포교당의 귀한 보배들이다.
 

법문 완독을 알리는 카톡소리
원기52년(1967), 마산교당 송영지 교무의 발원으로 첫 출장법회를 진행한 삼천포교당. 올해 1월 부임한 김은정 교무는 4월 대각개교절 법잔치 일환으로 교도들과 함께 원불교 <교전> 봉독을 시작했다. 매일 봉독할 법문을 올리고, 연로한 교도들을 위해 원티스의 ‘듣는 법문’까지 카톡에 공유하는 이승원 교도. 그는 공부일지에 하루에 몇 명이 완독, 완청했는지 꼼꼼하게 체크하고 부회장, 회장, 교무 사인까지 정확하게 받는다. 

“새벽 좌선이 끝나는 오전 6시부터 법문을 완독했다는 교도들의 카카오톡 알림 소리가 한 시간 동안 계속 이어져요.” 반복되는 알림 소리가 얼마나 듣기 좋은지, 말을 전하는 김 교무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가득하다. 지난 4월 시작한 교전 봉독은 <대종경>과 <정전> 완독에 이어 지금은 <정산종사법어>를 봉독 중이다. 삼천포교당 교도들의 공부일지는 매일 매일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서로를 위한 깜짝 선물, 리프트
김 교무는 부임 후 교당에 리프트를 설치했다. 법회를 보기 위해 2층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이 연로한 교도들에게는 날이 갈수록 힘든 일. 이를 세심하게 배려한 김 교무는 리프트 설치를 제안했다. 설치비용도 교무와 교도 모두 한 마음으로 마련했다. 서로를 위한 깜짝 선물, 리프트가 설치되던 날의 기억이 흐뭇하다. 

김 교무와 자연스럽게 청소년교화 이야기를 이어갔다. 초록어린이집 1호인 삼천포원광어린이집은 교사들이 먼저 유무념공부와 마음일기를 적으며 원아들의 마음공부를 이끌고 있다(본보 1790호 소개). 김 교무가 부임한 이후 교사들은 한 달에 두 번 교당 법회에도 참석한다. 

“교도자녀들과 어린이집 졸업생들이 교구에서 진행하는 청소년 비대면법회를 보고 있다”고 전한 김 교무는 ‘청소년교화를 담당할 부교무나 젊은 재가교도의 조력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어린이집 재정 여건이 허락되니 조력자만 있으면 청소년교화의 불씨를 충분히 살려낼 수 있다는 의지가 읽혀진다. 

콩나물, 두부, 천연비누 등 봉공회 수익상품으로 발품 팔아 교당 살림에 보태고, 매일 경전을 봉독하며, 한 칸 한 칸 동그라미를 그려간다. 그렇게  상시일기를 체크하는 교도들을 김 교무는 그야말로 ‘귀한 보배’로 여긴다. 
“공부심이 대단하시다.” 김 교무가 교도들을 자랑한다. “얼마나 귀하신 분입니까.” 교도들이 교무를 자랑한다. 서로의 자랑이 멈추지 않는 곳, 삼천포교당이다.
 

[2022년 10월 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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