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혜 사무처장
조은혜 사무처장

[원불교신문=조은혜 사무처장] “우리가 달라져야 미래가 달라진다.” 

‘60+ 기후행동’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에 나선 이들의 자기고백이다. 60대 이상의 노년들이 참여해서 미래세대를 위한 반성을 하고 생태시민으로서 우리 사회의 생태적 전환에 함께 하겠다며 나선 것이다. 

‘인생전환 녹색전환’을 모토로 2022년 1월 19일 출범한 이후 9월 말까지 벌써 7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경제 성장이 유일한 답인 줄 알았고, 아파트와 공장 짓는 것을 발전으로 여기며 살아왔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잃은 게 많았다는 걸 깨달았다. 기후 위기에 이르기까지 배출한 온실가스의 수혜를 받고 살아왔지만, 이런 지구를 손주들한테 물려줄 수는 없다’며 ‘제발 그만해! 이러다 다 죽어!’, ‘손주들이 살아갈 지구 우리가 지킵시다’ 등의 손피켓을 들었다. 

지구를 구할 119가 되자며 1월 19일에 출범한 이후, 3월 3일 납세자의 날을 맞아 ‘우리가 낸 세금으로 기후위기부터 해결하라’는 현수막을 들고 국회의사당 주변을 천천히 도는 어슬렁 행진을 진행하는가 하면, 세계 환경의 날에는 어린이대공원에 모여 ‘Only One Earth(오직 하나뿐인 지구) 할머니가 앞장 설게’라고 쓴 손팻말을 들고 묵언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멈춤시위’를 벌였다. 

큰소리로 구호를 외치는 대신 세계 환경의 날이 50주년이 되도록 시간을 허비하고 어린이들에게 빚진 것을 반성하는 내용을 피켓에 담고 침묵으로 호소하는 방식이다. “손녀가 스무 살, 서른 살이 되었을 때 이 세상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절박함으로 밖에 나왔지만 그 방식은 노인의 시간에 맞춘다.  

지난 9월 30일에는 처음으로 수도권, 충청도, 전라도 등 다양한 지역에서 모인 100명 이상의 회원들이 ‘기후행동’에 대해 논의하는 ‘모두모임’ 자리를 갖고 각자 기후위기를 어떻게 체감하고 있는지 간증하는 시간도 가졌다. 

“염색을 하면 물을 많이 쓰게 되는데 죄송하게도 제가 염색을 했습니다”, “에어컨 없이 생활하고 있는데 여름에 손주가 놀러오기 어려운 상황이라 힘들었다”, “텃밭이 너무 가물어서 다 말라가고 있다. 비닐을 안 써보려 하는데 물을 뿌려도 소용이 없다”, “기후위기를 피부로 느끼고 살고 있다”, “우리가 누려온 경제 성장의 열매가 사실은 미래세대에게 미래를 빼앗아온 결과임을 인정한다” 는 고백이 줄줄이 쏟아졌다. 

그리고 “물려받은 세상보다 더 좋은 세상을 물려주는 것이 우리의 책무”라며 큰소리로 구호를 외치는 대신 현장을 찾아 몸자보와 손피켓을 들고 산보하듯 걸으며 하는 ‘어슬렁 행진’에 더해 에너지 전환 등 기후와 관련된 현장을 찾아가 보고 듣고 배우는 ‘가보자 버스’, 세상을 떠날 때 유산의 10% 정도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기금으로 내놓아 기후 활동가들을 지원하자는 ‘사회적 상속’ 등의 아이디어도 더했다. 

80세 이상의 시니어들이 모여 사는 강남 더시그넘하우스에서도 ‘시니어 탄소중립 봉사활동’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원불교환경연대와 2회에 걸쳐 ‘기후위기 어떻게 준비할까’를 공부하고 태양광 랜턴을 만들어 기부하는 ‘햇빛 나눔’ 등을 진행한다. 

이렇게 기후변화를 막으려는 백발 노인들의 녹색행동 ‘그레이 그린(Grey Green)’운동이 할매·할배들을 깨우고 있다. 

나이가 많아도, 몸이 좀 불편해도 “후손들에게 미안해서”,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인들이 나서고 있다. 

/원불교환경연대

[2022년 10월 10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