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불안하고 혼란스럽던
이유는 어쩌면 나 자신을
너무 채찍질했기 때문

이원정 교도
이원정 교도

[원불교신문=이원정 교도] 수원교당 톡톡톡 청년훈련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그다지 가볍지 않았다. 오랜만에 교무님과 교우님들을 마주하는 게 죄송하고 부끄러웠다. 또한, 병역의 의무를 이행한 사람은 알겠지만 ‘훈련’이라는 말이 그다지 반갑지는 않았다. 
며칠을 고민하다 요즘 더더욱 갈피를 못 잡는 불안한 내 마음을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에 훈련에 참가했다.

훈련원에 도착해 ‘내 마음을 알아가는 시간’이 시작됐다. 내가 어떤 삶을 살아왔고, 또 살아가고 있는지,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 등을 생각해보며 진짜 ‘나’와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왠지 모르게 불편하기도 하고 부끄러웠지만, 모두가 비슷한 고민을 하지 않을까 생각하니 좀 더 솔직해질 수 있었다. 더욱 좋았던 것은 타인의 이야기에 공감했던 시간이었다. 그 상황에서 얼마나 기뻤을지, 슬펐을지, 그리고 분노했을지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며 ‘아직 내 마음이 살아 움직이는구나’ 라는 느낌이 들었다.

둘째 날 아침 조그마한 무언가를 하나씩 건네받았다. 건포도였다. 교무님은 잘 관찰하고, 입에 넣어 굴리고, 삼키며 천천히 느껴보라고 했다. 그런데 나는 평소 습관대로 몇 번 씹은 뒤 삼켜버리고 말았다. ‘다음부터는 더 음미하고 꼭꼭 씹어 삼켜야겠다’는 생각을 공유했는데, 이때 교무님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반드시 다음에 더 잘 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어떤 일을 하든 과정이나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반성하고 고치려 했던 내게 큰 충격의 말씀이었다. 건포도를 삼킨 것 뿐 아니라 현재 나에게 힘든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렇구나, 그럴 수도 있지’라고 수용해보니 거짓말처럼 마음이 편안해졌다. 요즘 불안하고 혼란스럽던 이유는 어쩌면 나 자신을 너무 채찍질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공부의 방향’ 교육도 기억에 남는다. 교당에 자주 나가던 때 유무념을 공부했던 터라 이것만큼은 익숙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전에 정한 것 중에 지금까지 지켜온 게 없었다. 교무님은 유무념을 정하는 세 가지 구체적인 원칙을 알려주셨다. 첫째, 성공률이 70~80% 이상일 것. 둘째, 구체적인 수치로 측정 가능할 것. 셋째, 나에게 간절할 것.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내 목표들은 이 세 가지 요소 중 적어도 하나가 부족했다. 

지금 가장 간절한 것부터 생각해봤다. 나는 감정 기복이 심했고 악몽에 자주 시달리며 마음이 불안할 때가 많다. 이런 내 마음을 다스리고 싶었고, 이는 이번 훈련에 참여한 이유이기도 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명상이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정한 유무념은 ‘매일 자기 전 10분 명상하기’다. 그리고 훈련 이후 일주일에 5일 이상 실행해오고 있다. 지금까지의  유무념 중 가장 열심히, 꾸준히 하는 나 자신이 조금은 신기하고 대견하다.

이번 훈련에서의 가장 큰 소득은 많이 편안해진 마음 상태다. 물론 아직도 가끔 화가 나고 불안하다. 그럴 때마다 최대한 마음을 비우고 생각에 사로잡혀 있지 않으려 한다. 마음이 정말 편안해졌고, 이 소중한 배움을 반드시 실천하며 살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수원교당

[2022년 10월 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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