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교화해 보려던 아랫집 쌍둥이네가 교회에 나간단다. 어린이 영어예배 때문이랬다. 초등학생이 되면 영어예배반에 들어갈 수 있는데, 미리 출석을 쌓아야 한다는 거다. 프로그램은 간단하다. 성경 동화 영상을 보고, 성경 구절을 풀어주고, 영어찬양이나 낱말게임을 하며 논다. 그러는 동안 부모는 부모모임에 참여한다. 분반테스트의 공공연한 가산점은 두 경우다. 온 가족이 교회에 나오는가, 그리고 집이 얼마나 가까운가.  

코로나19 상황이 무색하게, 영어예배에는 아이들이 줄을 선다. 30~40대 잠자는 교도 격인 ‘집 나간 어린 양’들이 자식 때문에 속속 돌아온다. 비용은 부담스럽지만 영어유치원은 보내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캐치했고, 이를 가족사목, 지역사목으로 연결했다.  

이 교회들엔 공통점이 있다. 평균 이상의 경제적 수준을 가진 젊은 가정이 있는 강남, 마포, 성수, 목동에 위치한다는 점이다. 비슷한 욕구를 가진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것,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신도시와 대학가, 독거가구지역, 임대주택단지의 교화가 어떻게 같을 수 있겠는가. 그러니 지역교화는 ‘올만한 사람들을 올만하게 만드는 일’이어야 한다.

“교무님이 요가를 잘하니 요가반을 열자”, “교도 중에 서예가가 있으니 붓글씨를 가르쳐주자” 우리가 잘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은 재미는 있을지몰라도 교화전략으로는 아쉽다. 특히 수도권처럼 동네 특색이 뚜렷한 곳에서의 전략은, 먼저 지역을 읽어낸 위에 세워야한다. 

주말이면 텅비는 오피스 밀집 지역에서 일요일 법회는 기존 교도를 위할 뿐이다. 직장인 대상 평일 저녁 법회나 선방을 해볼 만하다. 주택가라면 주말 가족 프로그램이나 미니생협도 고려할만하다. 반경 몇 킬로미터 내에 청소년이 없다면, 청소년교화에 들일 노력을 일반으로 집중할 수도 있을 것이다.  

10월 22일 봉불한 이문교당은 전통의 대학교화 강호다. 하지만 이문의 교화타겟은 3년 뒤 입주할 8천 세대의 새 아파트 입주민들이다. 학군 좋은 신축아파트 지역 교화를 위해, 이문교당은 앞으로의 3년 동안 다양한 베타테스트를 거친다. 향후 비슷한 조건의 지역에서, 이문교당의 뉴타운교화 성공은 롤모델이 될 것이다. 

연합교화나 지구교화처럼 ‘규모의 효과’를 꾀하는 방향도 일리있다. 하지만 같은 지구라도 교화 대상이 너무 다른 경우는 그 방향이 통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취향이 뚜렷한 어린이나 청년의 경우, 해당 교당들끼리 묶는 식의 ‘테마교화’의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 

이러한 전략은 교도회장이나 교무들이 머리를 맞대고 쥐어짤 일이 아니다. 지역의 인구통계학적 자료를 바탕으로 먹힐만한 교화전략을 세워주는 것, 이것이 지금 교단이 공 들이고 돈 들여 해줘야 할 일이다.

[2022년 10월 17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