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자연이 주는 위안이 크다. 가을 햇살도, 하늘도, 바람도, 나뭇잎도, 시선 두는 모든 곳에서 쉼을 얻는 가을, 생각이 머문다. 십여 년 넘게 교단 언론사에 몸담아오면서 교화현장 곳곳에서 만난 재가출가 교도들. 코끝 찡하게 마음 울려줬던 이들 취재원이 나에게는 인생의 스승이자 닮고 싶은 생불이다. 

아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정갈한 모습으로 한 자 한 자 정성 들여 교전을 사경하는 소녀 같은 교도는 지금도 나의 롤모델이다. 한 칸 방 가장 좋은 자리에 일원상을 모셔두고, 조석으로 일 분도 틀림없이 염불 독경하는 깐깐한 교도. 그가 품에서 꺼내 건네주던 음료수는 달고 달았다. 

가게를 운영하며 계산대 곳곳에 손수 쓴 법문을 붙여놓고, 창문에도 계단에도 일원상을 그려놓은 교도를 보면서 ‘절실한 신앙은 티가 나는 법’이라고 메모해뒀던 기억도 흐뭇하다. 

발길 머무는 당처에서 오직 교화일념으로 궂은일 마다하지 않던 교무님의 굵고 비뚤어진 손마디를 보며 울컥 소리 내 울었던 일도, 컨테이너 한 동에서 칼바람 이는 겨울을 이겨내며 평화기도와 108배 정진 수행을 하는 교무님의 저녁 밴드 기도에 말없이 동참했던 일도, 교도들이 두고 간 밑반찬을 더하고 덜할 것 없이 인연 닿는 교도들에게 다시 나눠주며 환하게 웃으시는 교무님을 보며, 나 또한 보은을 다짐했던 일도 생각난다. 우리는 서로가 심사(心師)이며 심우(心友)이다. 

다른 생각 하나 더한다. 원광대 총장 후보 공개토론회장, 객석에서 교단과 법인, 대학 간 재정 불합리성에 대한 질의가 불거졌다. 불편하고 날 선 질문들이다. 후보자 각자의 소신이 답변 속에 담겼지만, 개인적으로는 답변하는 후보자의 태도가 눈 여겨졌다. 불편한 질문도 진심으로 경청하고, 더욱 진심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한 후보자의 모습. 상대의 마음에 먼저 와닿는 것은 서로를 대하는 태도가 아닐까. 나 또한 훈련해야겠다는 생각을 덧붙였다.

요즘, 부쩍 생각이 많아지는 이유를 정식으로 꺼내본다. 교도와 교도, 교무와 교무, 교단과 교화현장 등 교단 구성원 간 생각이 다르다. 다양한 가치관과 사고방식이 존재하는 건 당연한 이치다. 교단 혁신을 위한 서로의 시선과 쟁점 또한 다르고, 이를 전하는 입장차이도 분명하다. 하지만 나와 다른 생각은 정답과 오답의 문제가 아니다. 다름이 존중되지 못하고 서로 간 불신과 반목으로 이분법적 갈등이 발생하면 조직은 후퇴하고 분열된다. 

다름을 존중하는 마음은 말에도 글에도 실린다. 심지어 상대의 표정에서도 읽힌다. 다르다는 이유로 주고받는 상처는 그만큼 예민하고 깊다. 다양성의 가치를 존중하는가. 
이 가을에, 생각이 많아졌다. 위로가 필요한 계절 탓이라고 핑계 대본다.

[2022년 10월 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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