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호 교무
현상호 교무

[원불교신문=현상호 교무] 하와이훈련원은 1천여 평의 대지에 3층의 본관과 2층의 법당과 생활관으로 이루어진 대저택이다. 황민정 원장님과 함께 관리하고 있는데, 워낙 넓다 보니 가끔 정원에 물을 틀어 놓거나 부엌에 불을 켜놓고 깜빡잊은채 다른 일을 하는 경우가 있다. 내가 그런 실수를 할 경우는 아차 하고 빨리 끄는 반면, 원장님이 그러실 경우에는 짜증이 올라오면서 “또 그러시냐”고 말을 한다. 

그 말을 하고 나서도 짜증이 증폭이 되어 지난날 내가 실수했을 때 핀잔을 들었던 기억까지 떠올리며 심한 말로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럴 때면 원장님은 몇 차례 듣고 넘기시다가 도를 넘을 때는 크게 경책을 주신다. 그런 일을 겪고 나서 나중에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 하는 후회가 된다. 영생을 같이 할 스승과 제자 사이도 말로 인해 그 좋은 인연이 낮은 인연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낮은 경계 당하여 짜증이 일어날 때 일단 말하기를 멈추는 공부 
적을 친구로 만들 수도 있고 좋은 인연은 더 좋은 인연으로 발전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사람이 말 한 번 하고 글 한 줄 써가지고도 남에게 희망과 안정을 주기도 하고, 낙망과 불안을 주기도 하나니, 그러므로 사람이 근본적으로 악해서만 죄를 짓는 것이 아니라, 죄 되고 복 되는 이치를 알지 못하여 자신도 모르는 가운데 죄를 짓는 수가 허다하다”고 〈대종경〉 요훈품 36장에서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한 집단을 이끄는 지도자는 더욱 말하기를 조심해야 한다. 그 지도자의 한마디 말로 인해 집단 구성원에게 희망과 안정을 주어서 큰 복이 되기도 하고 낙망과 불안을 주어 큰 죄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충무공 이순신은 조정 대신들의 모함으로 파직당하여 말을 먹이는 병사로 있을 때에도 조금의 원망없이 짐승인 말에게조차 “전시에 국가를 위해 힘을 다하라”는 도(道) 있는 말을 했다고 한다. 

부처님은 마음에 짜증이 날 때는 특히 말하기를 주의하라고 하셨다. 짜증은 고통을 불러오고 그 고통이 다시 짜증을 불러와서 증폭시킨다. 그것이 말이라는 수단으로 안에서 밖으로 나오면 상대방에게 그 감정이 전해지고 상대방의 그 감정이 말로 다시 내게 오면서 점점 성냄을 불러온다. 그리고 이것이 심해지면 그 성냄을 조절하려고 더 큰 짜증을 내게 된다. 그러면서 점점 성냄의 말들이 결국 상대처에 그 해석의 권한을 빼앗겨 내 힘으로 감당이 되지 않는 경지까지 가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낮은 경계를 당하여 마음에 짜증이 일어날 때는 일단 말하기를 멈추는 공부를 하기만 해도 된다. 그러면 적을 친구로 만들 수도 있고 좋은 인연은 더 좋은 인연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성냄은 성냄으로 극복하지 못한다. 성냄은 성내지 않음으로 극복할 수 있다. 그 마음은 바로 자성의 정의 회복이다.  

낮은 경계를 당하여 짜증이 날 때 말하기를 삼가해야 하지만 상대방에게 꼭 말을 해야 할 때가 오면 그 말을 하기 전 자성의 정을 세워서 안정을 얻어야 한다. 그래서 요즘 유무념으로  ‘짜증날 때 말하지 않기’를 공부하고 있다. 그리하여 요란한 마음이 없는 상태에서 상대방에게 희망과 안정이 되는 말을 하는 지혜로운 습관을 들여서 좋은 인연이 영원하기를 기도해 본다.

/하와이국제훈련원

[2022년 11월 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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