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일승 교무
구일승 교무

[원불교신문=구일승 교무] 지난달 전역을 앞둔 용사가 “교무님! 전역하고 나서 원불교 교당에 나가고 싶습니다”라는 반가운 말을 건넸다. 올해 4월부터 인연이 되어 조용히 법회를 다녀가던 용사인데, 말년휴가를 앞두고 집 근처에 있는 교당을 가보고 싶다고 한 것이다. 군교화에서 힘이 나는 순간이다. 

올해부터는 말년휴가를 나간 용사들이 사는 동네로 찾아가 주변 교당의 교무님과 함께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도 부산에 사는 용사의 말년휴가가 끝나는 날 서면교당 교무님과 인연을 맺어주고 부대까지 함께 복귀하기도 했다.

2년째 35사단에서 군 교화를 이어오면서 일요 정례법회(이하 예회)에 매주 참여하는 기간병들은 모두 주인이 되어가는 중이다. 법당에 오면 청수를 올리고 촛불을 켜고, 사회·경종·목탁을 담당해 예회를 주관한다. 예회 후에는 직접 요리와 설거지를 함께한다. 

기간병들이 주관하는 예회는 사단 신병교육대에서 5주간 교육을 받는 훈련병들도 참석한다. 이들은 부대 상황에 따라 한 번 또는 여러 번 온다. 최근 예회에 온 훈련병 중에는 자대배치를 받고 나서도 원불교와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며 번호를 남기고 간 용사들도 있었다. 

예회에 2번째 참여한 훈련병에게 “다시 원불교를 방문한 이유가 뭐예요?”라고 물었더니 “정신이 맑아져서 또 왔습니다”는 대답이 돌아온 적도 있다. 그 훈련병은 예회 시작 때 울리는 경종 소리에 몸과 마음이 챙겨지고 정신이 맑아졌다고 했다.                        
3월부터는 예회가 없는 주중에도 마음을 챙길 수 있도록 ‘감·사·잘·함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국방부 지원과 군종교구와 뜻있는 교무님들의 도움으로 제작된 <원불교 군종누리 감사노트>를 군종교구 산하 모든 교당에서 함께 작성하고 있다. 100일 동안 매일 ‘감사해요. 사랑해요. 잘했어요. 함께해요’를 작성하고 일요일에는 교당에 와서 발표도 한다.

100일간 감사노트를 빠짐없이 작성한 한 용사에게 “감사노트를 작성하고 나서 어떤 변화가 생겼나요?”라고 물었다. 그 용사는 “이제 감사한 일을 찾는 데 1초도 걸리지 않습니다”고 말했다. 전역을 하며 다시 2권째 감사노트를 요청하는 용사에게 “이제 원망할 일도 감사로 돌려봅시다!”라는 더 큰 과제를 줬다. 

종교에 참여하는 인구가 줄고 현장교화가 어려운 시기라고 하지만 군교화에는 원불교의 희망이 담겨있다. <대종경> 전망품 4장에 “회상 초창기 교화상황이 못자리판과 같다”는 법문이 있다. 지금 군교화는 원불교 교화의 못자리판이다. 군교화에서 만난 한 명 한 명의 인연이 어떤 파장을 만들어갈지 예측할 수가 없어서 더 소중하다. 군교화에서 키운 소중한 인연들이 연고지로 돌아가서 더욱 속 깊은 마음공부로 성장해나가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2022년 11월 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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