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혜 사무처장
조은혜 사무처장

[원불교신문=조은혜 사무처장] 인턴쉽 프로그램으로 미국 뉴욕에 머물고 있는 20대 초반 조카가 11월 첫 주 내내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서 걱정 어린 인사를 들었다고 한다. “괜찮니? 마음이 힘들면 언제든 도움을 청하렴”, “충격이 크지? 혼자 있기 힘들면 같이 있어줄게”, “좀 쉬는 게 어때? 휴가 신청하겠니?” 등의 인사를 들었을 때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단다. 

지구 반 바퀴 떨어진 곳에 있는 내가 걱정어린 인사를 들어도 되나 싶어서.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멀리 떨어진 자신에게도 닿아있을지 모를 인연의 끈들과 같은 세대로 공명하는 충격과 아픔이 있음을 알아차려준 마음들이 위로가 되고, ‘나도 마음의 상처가 컸구나’를 알겠더란다. 그리고 정작 더 큰 상처를 받았을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책임자 떠넘기기 마녀사냥’으로 도배된 뉴스에 파묻혀 위로와 돌봄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보면서 괜히 미안하고 화가 난다며 울먹였다. 

10.29(이태원) 참사는 살아남은 사람들 모두에게 마음 깊숙이 내상을 입혔다. 특히 반복되는 ‘사회적 참사’를 수차례 겪은 2030세대의 상실감과 분노, 지켜주지 않는 사회에 대한 배신감과 언제 자신의 차례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의 상처는 넓고 깊다. 유치원생의 나이로 1999년 씨랜드 참사를 겪고, 고등학생으로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겪은 이들, 그리고 ‘또’ 10.29 참사를 마주한 세대의 상처 난 마음을 어디서부터 들여다봐야 할까. 

한국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사지원위원회 변상우 위원장과 김지은 부위원장은 <시사in> 과의 인터뷰에서 ‘간접 외상을 겪은 시민들이 많아 사회 전체가 집단 트라우마 현상을 겪을 우려가 있다’고 염려한다. ‘타인과 세상에 대한 신뢰가 산산이 부셔졌다고 느끼는’ 살아남은 사람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외상을 경험하고 4주가 지난 뒤부터 진단이 가능하다니,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지금부터라도 나와 이웃의 마음을 정성스레 살피고 들여다보는 ‘마음 돌봄’에 모두 나서야 하지 않을까.  

참사 현장에서 수많은 인명을 살린 한 시민은 자꾸 살리지 못한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라 잠을 자지 못한다고 했다. 병원에 갔더니 혼자 있지 말라고 해서 서울생활을 접고 고향에 다녀오겠다고 한다. 매일 다니던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가슴이 조여오고 숨쉬기 어려운 증상을 느껴 지하철을 타기 어려워졌다는 사람들, 자꾸 화가 나고 시도 때도 없이 울컥한다는 청소년도 있다. 무방비로 목격한 참사 현장이 화인처럼 각인되어 고통스러운 이웃들에게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한 ‘국가애도기간’과 ‘지침’이 또 다른 상처가 되었다. 변상우 위원장은 “집단적이고 일방적인 방식의 애도를 강요하기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기록하고, 편지를 쓰거나 긴 산책을 하며 기도를 하는 등 각자의 애도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시간과 공간을 내어주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각자의 치유 시간과 공간을 내어주는 것, 스스로 마음을 열고 마음의 소리를 바깥으로 토해내도록 손잡아 주고 함께 하는 것, 살아남은 사람의 마음을 돌보는 일, 종교가 답해야 할 시간이다. 

위기시대, 재난의 일상화, 사고가 아닌 인재 등의 말에 실려있는 무수한 상처들에 무념했음을 반성하자. 그리고 살아남은 인연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연대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나와 이웃의 마음을 동시에 챙기는 ‘원불교 마음공부’ 터를 곳곳에 다양하게 더 많이 열 방법을 찾아보자.

/원불교환경연대

[2022년 11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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