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오 교도
이은오 교도

[원불교신문=이은오 교도] 나는 어려서부터 여행을 좋아하는 부모님을 따라, 유럽의 성당건축, 터키·아라비아 반도의 이슬람 모스크건축, 한국의 불교건축 등을 직접 봐왔다. 특히 일본에서 초등 3년을 보내면서 신사(神祠)건축과 다양하고 독특한 건물들을 많이 봤다. 일본의 사립미술관은 거의 다 갔을 정도로 예술에 대한 우리 가족의 사랑은 남달랐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나는 초등학교 6년간 그림 일기장에 그날그날 간 곳을 스케치했다. 이런 관심은 자연스럽게 건축으로 옮겨졌다. 내가 초등 2학년 때 그린 ‘영락교회 건축(1950, 서울 중구 저동1가)’ 그림을 보고 평소 칭찬에 인색한 엄마도 실물과 똑같다며 관찰력이 있다고 칭찬하셨다. 

과거 나는 거실의 높은 천장과 원목 벽 덕에 여름에도 무척 시원한 익산 외갓집(후산 김성현 법사) 건축에서 살았었다. 서울에서 살았던 집은 인천의 부드러운 계양산과 서울의 기백 넘치는 북한산 전망이 병풍처럼 펼쳐져서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집이다. 일본에서 살았던 집은 베란다 앞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따로 꽃놀이를 갈 필요가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현재 목동 집은 건축미를 뽐내는 벽돌집 목5동성당과 파리공원이 보이는 곳이다. 이처럼 다양한 건축에 살았던 덕에 인간과 자연이 함께 공존하는 건축의 중요성을 항상 느낄 수 있었다.

원남교당 준공식 때 건축가가 직접 설명하고 안내한다는 소식을 들은 나는 학교에 체험학습신청을 하고 참석했다. 내가 최연소 준공식 참석자라 한다. 아름다운 한옥 마루에 앉으니, 인혜원이란 현판이 보인다. 엄마는 원남교당 공덕주인 故 김윤남 여사와 남편 故 홍진기 님의 원불교 법명 혜성(慧性)과 인천(仁天)에서 한 글자씩을 따서 ‘인혜원(仁慧苑)’이라 했다고 설명해주셨다. 
 

석양빛을 받은 입구의 원상이

노을에 붉게 빛나고 있었다.

건축설계사인 조민석 매스스터디스 대표님의 1시간가량 건축 설명과 30분 현장 투어 소개를 직접 따라다니며 열심히 듣고, 기념촬영을 했다. 집에 돌아와 궁금해서 찾아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유명한 주목받는 건축가로 여의도순복음교회와 임진각을 설계한 조행우 님이 그의 부친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난 일본에서 독학 건축가인 안도 다다오(安藤忠雄)의 <빛의 교회, 오사카>를 보고 엄청난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뚫린 십자가로 들어오는 강렬한 태양빛에 압도돼 기도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었고, 하늘로 승천하는 느낌이었다. 내가 원남교당 대각전에 들어선 순간, 둥근 빛이 천장에 감도는 걸 보고, 그 <빛의 교회>가 떠올랐다. 미로처럼 이어지며, 창경궁과 인왕산을 바라볼 수 있어 너무 좋았다. 석양빛을 받은 입구의 원상이 노을에 붉게 빛나고 있었다. 원남교당은 안도 다다오에 영향 받은 최초의 원불교 건축 ‘둥근 빛의 원남교당, 서울’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준공식 후 참석자들이 모두 물러난 텅 빈 건물을 나 혼자서 다시 한번 투어하면서 건축 마감의 장단점을 직접 눈에 담았다. 일본 오사카는 더운 날씨인데, 노출콘크리트 건축인 서울의 원남교당은 추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은님이 자비와 훈훈함으로 건물을 따뜻하게 해주실 거라 믿는다.

/원남교당·고1

[2022년 11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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