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중앙총부는 전법성지다.

1924년, 소태산 대종사가 이곳에 처음 터를 잡은 후 열반하기까지 19년간 주석하면서 불법연구회란 이름으로 교단을 확장해 왔다. 현재 이곳 중앙총부에는 대각전, 공회당, 종법실, 송대 등 소태산 당대의 건물이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또 소태산 대종사의 성해를 모신 성탑을 비롯 정산종사와 대산종사성탑이 자리하고 있기에 원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성지로 꼽힌다. 그래서 익산성지는 원불교 사람이라면 늘 그리워하는 ‘마음의 고향’이기도 하다. 이곳의 옛 지번은 익산시 신용동 344-2로 일컬어졌다.

중앙총부는 원불교 본부란 뜻이 담겨 있다. 

지금 이곳에는 원불교의 최고 지도자인 종법사가 주석하고, 교단 행정을 총괄하는 교정원이 자리하고 있다. 물론 문화사회부와 국제부 등이 서울로 이전해 활동하고 있지만 여전히 원불교의 행정은 중앙총부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이외에도 감찰원을 비롯 수위단회사무처와 원로교무들의 정양기관, 예비교무 교육기관, 문화기관 등이 총체적으로 모여 있기에 이곳을 ‘교단의 심장’이라고 한다.

즉, 중앙총부는 원불교의 신앙 중심지이자, 행정 중심지의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다. 이런 이중성이 익산성지의 기능과 중앙총부의 기능 사이에서 애매모호함을 던져주기도 한다. 마음의 고향이라 하지만 머물거나 접근성에 있어 편안하지 않고, 행정의 중심이라 하지만 긴장감이나 지원시스템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간혹, 사람들은 이곳을 교무들의 집이라며 폐쇄성을 꼬집기도 한다. 그래서 오랜 시간 때때로 행정 중심 기능을 그 원인으로 꼽으며 대책을 주장하는 이도 왕왕 있었던 게 사실이다.  

특히 중앙총부에 대한 신앙 중심지로서의 기능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는 최근에 열린 총회기간, 중앙총부를 찾은 재가출가 교도들의 발걸음 수에서 그 징후가 뚜렷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을 돌파하고, 모처럼 대면으로 열린 총회임에도 확연히 그 숫자가 줄어든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곧 중앙총부가 재가뿐만 아니라 출가들에게도 잊혀져가고 있다는 것이며, 위안처도 의지처도 되지 못하고 있다면 문제다. 좀 더 비약하자면 중앙총부가 불신 받고 있지는 않은지, 신앙성에 심각한 결격이 생긴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그래서 총회에서 제언을 올린 어느 교도의 목소리가 귀에 담긴다. “신년하례를 부활해주면 좋겠다. 신년하례는 종법사님의 시간이 아니라, 전 교도가 하나로 뭉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중앙총부에서부터 박동소리가 울려야 전 교도들의 뜀박질이 다시 시작될 것이다. 심장이 뛰어야 따뜻한 피가 돈다.

[2022년 11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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